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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작가들은 왜 다시 저항의 펜을 들었나?

by 밥이야기 2010.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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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김남주 시인의 원고와 만년필....(이미지출처:미디어오늘)

 

한국작가회의(이하; 작가회의). 삼엄했던 군사독재시절에도 저항의 펜을 놓지 않았던
한국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단체입니다.


작가들은 예술가입니다. 예술의 원천은 어디서 나옵니까. 자연이며, 현실의 거리입니다.
지난 촛불시위 때 작가회의에 소속된 문인들은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촛불 이후부터 강행된 이명박 정부의 문화정책은
좌표의 지향 없이 우 편향 해 버렸지요.
좌, 우를 갈라 촛불 시위 참여 단체를 불법단체로 규정해 버렸습니다.

 
정부지원금을 대가로 ‘시위 불참’ 서약서를 강요한 것은
작가들에게 있어서 ‘사약서’나 마찬가지입니다. 죽어 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명박 정부의 논리나 수구보수단체가 주장하는 말은 단 한 가지.
“민주, 참여 정부 때 어깨 펴고 승승장구했으니, 이제 그만 빠져라”
정말 그렇습니까. 일부는 그런 측면도 있었겠지요.
그렇다고 한국작가회의에 소속된 문인들이 지난 정권에 아부하면
충성을 서약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작가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게시판에
시인 김광원 씨가 이틀 전에 올린 시 한 편이 보였습니다.

 
우리 강은 왜 울어야 하는가

 
태양은 스스로 타오른다.
지구도 수십억 년 태양계를 흘러가고 있다.
초속 465m로 자전하고
초속 29km로 공전하고 있다. 한반도
우리의 강도 수억 년 쉬지 않고 흘러왔거늘
강은 지금, 왜, 울어야 하는가.
수억 년 또 흘러가야 할 어머니 젖줄을
누가 함부로 움켜쥐려 하는가.
단 1년 만에 뒤집으려 하는가.
낙동강에 포클레인이 들어가고 있다.
한강, 금강, 영산강에 붉은 괴물이 들어가고 있다.
너와 나 우리 모두의 거룩한 고향
어머니의 자궁이 유린당하고
부끄러운 배 드러낸 채 하혈하고 있다.
다슬기도 송사리도 붕어도 메기도
장어도 꺽지도 쏘가리도 모두들 잘 있는가.
태양계는 초속 219km로 은하를 돌고
우리 은하는 또 초속 250km로
국부은하군을 돌고 돌고 돌고 돌고―
흘러오는 강을 호수로 만들지 말고, 흘러가는
강이 제 모양 제 속도대로 흐르게 하라.
강물 속에서 피어나는 이 휘황한 별들을
누가 감히 죽이려 하는가.
누가 우리의 강을 울리고 있는가.

 

 
시인은 생태주의자입니다.
시인은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배우기 때문입니다.
자연을 찬양하고, 자연의 아픔에 흐느끼기도 하지요.

 
이명박 정부는 4대강에 이어
시인의 상상력이 출렁이는 생각의 강을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작고한 시인 김수영은 ‘시여 침을 뱉어라’고 노래했습니다.
저항시인 김남주는 시는 무기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무기보다 삽질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글의 힘입니다.
이명박 정부여 무엇이 두렵습니까.
지난 촛불이 정녕 무서웠습니까.
댐을 쌓아 막는다고, 작가들의 글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너무 치졸한 발상입니다.

 
당신들이 말하는 시장 자유주의가 이런 것입니까?
경제대국, 외교강국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얼마나 많은 국가에서 조롱을 보내겠습니까.
국제적 망신 아닐까요? 국제 행사를 개최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지 않습니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반문화적 행태에 대한 한국작가회의 작가편집위원회의 결의

- 『내일을 여는 작가』 제작을 중단하며, 편집위원 전원 사임합니다. -

한국작가회의 작가편집위원회는 2월 24일 비상편집위원회를 열고, 2010년도 사업비 보조금에 대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모욕적 ‘확인서’ 제출 요구와 관련하여 지난 2월 20일에 열린 제23차 정기총회 결의 사항을 이행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편집위원회는 특히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하는 올해 사업비 보조금 3,400만원 중 2,000만원이 기관지 『내일을 여는 작가』 발행과 관련된 것이어서 입장 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에 본 사태의 정치적·상징적 의미와 총회 결의 사항인 ‘저항의 글쓰기 운동’ 실천 방안에 관해 논의를 한 결과, 다음과 같이 결의하였음을 회원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첫째, 기관지 『내일을 여는 작가』 제작을 중단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현재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2010년도 봄호(통권 58호) 제작 진행 여부를 고심한 끝에 내린 결단입니다. 옥고를 보내주신 필자 여러분과 『내일을 여는 작가』를 애독하는 회원, 독자 여러분에게는 매우 죄송한 일이나 총회의 결의를 존중하고 ‘저항의 글쓰기 운동’에 힘을 싣기 위한 결정이오니 두루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편집위원 전원이 사임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기관지 제작 중단을 결정한 입장에서 기존의 편집위원회를 존치한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에 제작 진행 중인 원고와 신인상 응모 작품들은 부득이 돌려드리기로 하였습니다.

편집위원회의 이러한 결정은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현 정권의 반문화적 행정폭력에 대한 항의의 표현입니다. 때로 침묵 또한 가장 강력한 발언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심을 거듭한 끝에 내린 우리의 결정은 그 자체 또 하나 ‘저항의 글쓰기’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작가들로 하여금 글을 떠나게 만드는 현실 앞에서 우리 심정은 그저 참혹할 따름입니다.

회원 여러분께서 널리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10년 2월 25일
기관지 『내일을 여는 작가』 편집위원회
편집주간 최두석
편집위원 노경실, 이현수, 김선태, 공광규, 고영, 이명원, 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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