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밥

조선일보, “언론자유지수 69위”에 침묵한 이유?

by 밥이야기 2009. 10. 21.
728x90

 

프랑스에 본부를 둔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2009년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했다. 한국은 조사 대상 국가 179개 국 중에 69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22위나 하락했다. 발표가 나가자 마자  한국의 몇 몇 신문들과 블로그에서는 '한국 언론자유의 현주소'에 대해 보도를 했지만, 조선일보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기사감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일까?

이유 없는 침묵 없다. 조선일보는 참여정부 때 국경 없는 기자회가 2003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자, 2003년 10월 21일자 일면에 <"한국 언론자유 39위서 49위로 하락 노대통령의 메이저신문 공격 때문">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바로 6년 전 오늘(10월 21일)이다. 이 기사가 나가자 민언련에서는 같은 날 성명을 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조선일보기사와 민언련의 성명서를 읽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003년 조선일보 일면에 실린 기사

조선일보가 또다시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를 왜곡한 사실이 드러났다. RSF는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활동하는 국제적인 언론감시 단체로 해마다 전 세계 국가들의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1일자 배달판 1면 <"한국 언론자유 39위서 49위로 하락 노대통령의 메이저신문 공격때문">에서 "조사 대상국 166개국 중에서 한국을 49위로 평가했다"며 "지난해 조사에서 한국은 139개국 중 39위를 기록했지만, 조사 대상국이 늘어난 올해 조사에서 순위하락을 보였고, 평점도 지난해 10.50에서 올해 9.17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 보도는 '악의적인' 사실 왜곡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우리나라가 지난해에 비해 '언론자유지수'가 크게 하락한 것처럼 보도했으나, 순위가 떨어진 것은 조사대상국이 139개국에서 166개국으로 무려 27개국이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보다 순위가 앞서는 나라 중에 새롭게 참가한 나라가 10여 개 국이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지난해보다 '언론 부자유도(不自由度)'가 10.50에서 9.17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언론 부자유도'를 언론자유에 대한 '평점'인 것처럼 바꿔치기 해 오히려 점수가 "10.50에서 9.17로 떨어졌다"고 사실을 왜곡했다.

연합뉴스는 20일 "올해 언론 부자유도 점수 9.17, 언론자유도 순위 49위를 기록해 언론 부자유도 점수는 개선됐으나 조사대상 국가의 증가로 순위는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뒤늦게 "언론 부자유지수는 지난해 10.50에서 올해 9.17로 떨어져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순위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명백한 '오보' 부분만 고치는 얕은 수를 쓰기도 했다.

조선일보가 RSF의 발표 내용을 '왜곡'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조선일보는 RSF의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당시 RSF가 주요하게 제기했던 '자주민보' 기자 3명의 구속 문제에 대해서도 보도하지 않고, 언론사 세무조사가 정권에 의한 '언론탄압'이라는 측면만을 부각해 '편파보도'로 비판받은 바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RSF의 보고서에서 "몇몇 소수독재 일가들(several oligarchic families)과 가까운 조선, 중앙, 동아, 이른바 빅3 일간지들과 힘을 잃고있는 김대중 사이에 긴장관계에 있다"고 한 서울 주제 외신기자의 발언이 있었음에도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의 왜곡보도는 이제 '국경'도 넘어서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 '1등 신문'이라 자부하는 조선일보가 외국 언론단체의 보고서 내용마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왜곡 보도하는 행태를 보며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조선일보는 이번 RSF 보도처럼 금방 들통날 뻔한 사실마저 거듭 왜곡하는가. 조선일보는 우리 국민들이 이 정도의 사실확인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조선일보의 이 같은 행태야 말로 독자들을 우롱하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는 RSF 관련 왜곡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하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 2003년 10월 21일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는 전 세계 언론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만든 지수다. 2002년 부터 매년 발표를 하고 있다. 그만큼 공신력도 크다. 조선일보가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는 객관적 사실을 주관적으로 피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선일보는 지난 참여정부 때는 항의라도 하듯 에 언론자유지수를 보도했는데, 현저하게 언론자유지수가 떨어진 오늘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의 PD 수첩 수사, 미네르바 구속, ytn 노종면노조위원장 구속, 미디어법 강행처리, 한국의 언론자유는 분명 후퇴하고 있다. 언론자유 뿐만 아니라, 표현,집회,결사의 자유마저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다. 비판없는 비판을 옥죄는 국가는 민주국가다 아니다. 경제지수만 높으면 무엇 하나? 경제지수도 이제는 삶의 질을 높히는 여러 가지 변수(환경,복지,인권 등)를 포함시켜 나가고 있다.

'언론자유 지수 69위'는 분명 창피한 일이다. 하지만 이 지수를 통해 지금 한국이 처한 언론자유의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이명박 정부도 겸허하게 오늘의 한국 언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통합의 전제조건 중에 하나는 헌법에 보장된 민주주의 가치가 잘 실현되고 있는가 살피고 바로 잡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침묵은 오늘날 한국 재벌언론과 언론왜곡의 현 주소다.


* 공감하시면 아래 손가락 모양 클릭 - 더 많은 사람들과 관련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