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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좀비들 공격에 사퇴한 이정환과 진중권의 몸비?

by 밥이야기 2009.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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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 Zombie walk "(사진출처)


이정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임기를 절반이나 남겨 놓은 시점에서 지난 13일 돌연 사퇴했습니다. 이정환 전 이사장이 임직원들에게 보낸 ‘고별사(퇴임의 변)’를 읽어 보니 ‘좀비’라는 단어가 3번 나옵니다. 좀비는 살아있는 시체를 뜻합니다. 우리 말뜻으로 표현한다면 도깨비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왜 이정환 전 이사장은 좀비라는 표현을 완곡하게 썼을까요?

 좀비라는 표현이 언급되어 있는 문장을 옮겨보겠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자본시장의 역사를 20년 이상 거꾸로 후퇴시키는 반시장주의적 조치를 경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배신, 하극상, 배은망덕 등의 반윤리적인 일들까지 보았습니다. 기회주의자, 영혼도 능력도 없는 출세주의자, 때때마다 줄을 바꿔 탄 처세주의자 등 수많은 좀비들과, 원칙도 철학도 없이 그냥 자신과 맞지 않는다며 덫을 놓고 집요하게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stalker를 목도했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깁니다. 생명과학의 발달로 앞으로 더 길어질 것입니다. 반면 좀비들의 생명은 짧습니다. 소신과 의리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부스러기라도 던져주면 감읍하는 좀비들은 일시적으로 득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머지않아 사멸합니다. 좀비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그것이 좀비의 운명입니다. 또 설령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결코 살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체성이나 원칙과 정도 같은 철학과 영혼 없이 그저 교주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살아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고별사 전문 읽어보기(아래 더보기 클릭)

좀비들에 대한 정의와 평가를 확실하게 해주셨네요. 진중권은 자신의 블로그에 “이정환 전(前)이사장, 퇴임하며 몸비(=명박좀비)들에게 일침”이라는 짧은 글을 올렸습니다. 좀비와 몸비가 만났습니다. “그냥 자신과 맞지 않는다며 덫을 놓고 집요하게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스토커는 저도 목도한 바 있죠.” 덧붙임 글까지 남겼네요.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금융공기업(기획재정부가 2009년 1월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 중에서 영향력이 큽니다. 한국거래소는 기존의 한국증권거래소와 코스닥·한국선물거래소·코스닥위원회를 통합시켜 2005년 출범되었습니다. 현물거래와 상품거래를 합쳤으니까요. 알려지다시피 우리나라의 옵션거래 규모는 세계 1위입니다. 그만큼 이명부 정부 인사들이 눈독을 들일만한 자리지요. 이명박 정부 들어 임기를 남겨둔 공기업 사장이나 단체장, 임원진들은 정권의 칼바람에 우후죽순 떨어져 나갔습니다. “떠난 자 말은 없었지만” 얼마나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겠습니까? 지금까지 떠난 인사들의 퇴임사나 숨겨 놓은 뒷이야기만 엮어도 여러 권의 책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제목을 뽑는다면 “좀비들의 반격”. 혹은 “ 좀비들에게 고하다”.

 
리영희 선생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책 제목이 떠오릅니다. 중도는 한 쪽으로 치우침이 없어야 합니다. 다양한 시점과 논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지혜를 나누어도 힘들 판인데,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명박 정부. 큰 착각입니다. 물론 과거정권도 잘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잘한 점은 평가해주고, 잘못한 부문이 있다면 바꾸어나가면 되는 것이지, 마치 숙청하듯 인사물갈이가 이루어지는 것은 국가 재원의 낭비가 아닐까요? 좀비는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입니다. 한 편의 공포드라마가 갈등공화국에서 계속 상영된다면 모두의 불행입니다. 영화에서 좀비들은 결국 물러납니다. 좀비가 나올 것 같은 암시는 주지만...

 균형 없는 인사정책이 계속 되는 한 증도실용은 증발할 수밖에 없고, 소통은 이루어 질 수 없습니다. 이정환 전 이사장의 글은 그런 의미에서 현 정국의 좀비인사정책을 다시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끝내는 물러날 수밖에 없는 길. 많은 사람들이 길 밖으로 나갔지만, 언제인가 그 길은 다시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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