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밥

진중권, “세계에서 가장 큰 중앙분리대는?"

by 밥이야기 2009. 12. 9.
728x90


"광화문 광장을 보면, 4대강 사업 보인다"

- ‘촛불 콤플렉스’가 빚어낸 광화문광장과 4대강사업


 


 ▲전경차벽으로 막힌 광화문 광장과 일요일 아이리스에게 자리를 내준 광화문광장(오마이뉴스ⓒ 권우성)



광화문 광장.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 이후, 불만 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오늘자(9일) 사설에 ‘원칙도 격조도 안 보이는 광화문 광장’을 내보냈습니다. 광장을 바꾸어야 한다는 취지의 글입니다. 사설뿐만 아니라 일면과 여러 면을 할애해서 전문가가 본 광화문 광장의 문제점을 진단했네요. 중앙일보가 답답할 정도면, 알만 하지요.진중권 역시 자신의 블로그에 " 오세훈, 발악을 하네요"라는 글을 썼네요. 너무 표현이 과격한가요? 그런데 십분 이해가 됩니다. 아니 이십분.

 
이명박 대통령이 인조 청계천으로 재미를 보았지요. 뒤를 이은 오세훈 시장은 디자인 서울을 외치며, 서울을 공사판으로 만들었습니다. 촛불시위 이후 서울광장은 닫히고, 새로 열린광화문 광장은 서울시의 홍보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광장에서 좋은 문화공연이나 이벤트가 열리는 것을 지적하고 쉽지 않습니다. 문제는 도가 넘친다는 것이 문제지요. 광장은 요란할 필요가 없습니다. 멍석만 깔아주면 시민들이 자발적 주최가 되어 광장을 이루어 내는 것이지요. 볼거리를 일부러 색깔 다른 레고 블록으로 끼워 맞출 필요 없습니다. 광장이 열리면 자연스럽게 볼거리가 생겨나게 이루어지게 되어있습니다.

 
광화문 광장은 분명 실패한 광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들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 내년에 광화문 광장 운영 기본방향을 다시 세우겠다고 합니다. 이렇습니다. 5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만든 광화문 광장이 순식간에 꺼질 촛불 신세가 되었습니다. 촛불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민심의 촛불은 꺼지지 않지만, 졸속으로 만들어진 광장이나 국책사업은 그 한계가 금방 들어나기 마련입니다. 광화문 광장을 새롭게 변모시키는 것은 새로 다시 만드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조망도 막히고, 개념 없이 이곳저곳에 설치해 둔 조형물 또한 다 없애야 합니다.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을 만들면서 간과했던 것은 광화문 복원입니다. 광화문이 복원되었을 때 광화문 광장과의 조화입니다.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차라리 겸손한 공원을 만들었으면 예산도 절감되고 좋았을 터인데. 결국 치적주의가 이런 불행을 초래하게 됩니다. 결국 권력의 조급증이 광장을 닫게하고, 용산참사를 불러낸 것입니다. 개발주의 논리에서 한치도 벗어남이 없습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안이 날치기로 통과했습니다. 22조원 알파가 드는 대규모 국책사업. 제대로 된 환경평가나 토론회 없이 이명박 대통령 한 사람의 의지로 밀고 가고 있는 사업. 청계천 복원도 그렇게는 하지 않았지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어찌 청계천과 비교하겠습니까. 광화문 광장을 보면서 4대강의 운명이 보입니다. 광화문 광장도 그러한데, 소통을 가로막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실패는 대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독선의 질주를 계속 하는 걸까요. 바로 ‘촛불 콤플렉스’ 때문입니다. 반대와 비판이 두려워 정도의 길을 걷지 않는 것. 결국 이명박 정부의 불통정치는 촛불 때문입니다. 큰 착각을 한 것이지요. 착각을 지적당하기 싫으니 국민의 눈을 속이고 일사천리 강행군을 하는 겁니다. 강박관념이 결국 오늘의 광화문 광장과 4대강 졸속 추진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결국 한 지도자의 실패는 국가의 실패며 국민의 실패가 됩니다. 콘크리트야 다시 걷어 내면 되는데, 자연생태계는 그렇지 않지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지적에도 이제 괘념치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에게 다 맡겨라. 두고 보세요. 잘됩니다. 납기일에 쫓긴 건설회사 사장 같은, 밀어붙임을 국가 백년대계가 달린 사업에 적용시키고 있지 않습니까. 촛불을 통해 과정과 소통의 참의미를 배웠다면, 이런 결과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형국이 계속된다면 촛불로 시작한 이명박 정부가, 촛불로 끝나지 않을까........

 


“오세훈, 발악을 하네요 ”

 내 참, 기가 막혀서. 이 분이 보자보자 하니까 막 가네요. '디자인 서울' 어쩌구 하는 웃기지도 않은 해프닝은 그래도 참아줄 만 했는데, 광화문 광장에 드뎌 거대한 스노우보드 도약대를 설치했군요. 시민들의 의사표현은 철저히 가로막고, 돈 쳐들여 관제 문화의 정수를 연출하네요.

이게 다 MB 병입니다. 청계천으로 재미보니, '광화문 광장'을 만들었지요? 청계천은 실은 기네스북에 올라야 합니다. 세계 최장의 인공분수, 혹은 세계 최대의 콘크리트 어항이거든요. 듣자 하니, 광화문 광장을 일각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중앙분리대"라 부른다고 하더군요.

 이게 다 MB 병입니다. 이 놈의 나라는 어떻게 된 게 도처에 분수, 도처에 인공폭포입니다. 물 못 마셔서 말라 죽은 귀신이 씌웠나, 지자체장만 되면 그 놈의 분수랑 폭포 만드는 데에 환장하지요. 서민들은 굶는데 몇 백 억씩 들여 사진발 잘 받는 호화청사 짓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요.

MB병의 핵심은 도대체 현대적 '거버넌스'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데에 시민의 참여를 충분히 보장하는 민주적 운영이라는 소프트웨어보다는 그저 세금 쳐들여 삽질을 해가며 사진에 찍히는 낡은 하드웨어를 건설하는 데에 목숨을 걸지요.

재선을 위한 발악이라고 할까나? 하여튼 세금 쳐들여 이벤트질이나 벌이는 이 고질병,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그러니 제발 투표 좀 제대로 합시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선거 때 표 제대로 던져서 이 구시대의 쓰레기들, 제발 난지도에 매장 좀 합시다. (출처: 진중권 블로그)


광장을 시민품으로

 



             공감하시면 아래 손가락 모양 클릭 - 더 많은 사람들과 관련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