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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진보도 국민에게 ‘밥 먹여 준다’라고 말해야 할까?

by 밥이야기 2009.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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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교수(서울대 법대)는 오마이뉴스가 마련한 10만인클럽 초청 강연에서 '진보도 밥 먹여준다'는 답 내놔야 희망이 있다" 고 말했다. 조국 교수의 강연 전체에 대해 내용을 강평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진보도 국민에게 “우리도 한 번 잘살아보세” 라고 이야기 한 부문에 대해서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잠시 박정희 개발독재시대의 새마을 가사를 떠올려보자.

1)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2)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푸른 동산 만들어 알뜰살뜰 다듬세
3) 서로서로 도와서 땀 흘려서 일하고 소득증대 힘써서 부자마을 만드세
4) 우리 모두 굳세게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워서 새조국을 만드세
후렴) 살기 좋은 내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새마을 노래를 21세기 버전으로 잘 세탁했다. 푸른 동산은 녹색성장이고
  새조국은 바로 통합이다. 개발독재가 중도개혁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1970년부터 시작된 새마을운동.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한국 근대화의 상징이 되었다. 대한뉘우스와 새마을운동 노래는 조국 근대화를 알리는 팡파르이자 쌍두마차였다. 조국 교수가 지적한 진보의 성찰은 분명 가슴 깊게 나가오지만, 과연 진보도 국민에게 밥 먹여 준다는 말을 해야 할 지는 잘 모르겠다. 먹여준다고 해도 국민이 덥석 받아먹을 지 알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를 내세워 당선이 되었다. 경제가 아니어도 한나라당 점퍼만 있고 출마하면 누구나 당선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입을 모은 사람들은 바로 진보였다. 대선 결과가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진보의 성찰론은 이제 해묵은 성찰이 되었다. 성찰만으로는 이제 부족하다. 그럼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걸 안다면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민주개혁세력이 집권할 수 있을까? 고민을 풀어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사 회의실에 나란히 걸린 두 전직 대통령 사진(사진출처:민주당)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는 충격이었다. 한 해에 민주화의 상징이 된 두 분이 돌아가셨으니 아직도 그 여파가 넓고 깊다. 사람들은 이야기 한다. 두 분이 남기신 유지를 받들어 새로운 정치를 하자고. 민주당 당사에는 두 분의 사진이 나란히 걸렸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두 분의 사진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두 분을 기억 속에 지우자는 것이 아니다. 민주진보세력은 사실 매번 두 분을 지우려고 발버둥 쳤다. 다시 말해 두 분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아보자. 민주정부 10년간 주변을 맴돌거나 권력의 심장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과연 일을 제대로 했는가는 돌아다 볼 필요가 있다. 권위적인 모습은 없었는지, 성찰에 앞서 제대로 평가를 했는지, 평가를 위한 평가만 했지, 평가를 토대로 변화를 추구했는지. 변화를 추구했다면 현실은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들은 민주라는 말과 노래에 식상해 있었다. 그 결과가 표로 나타났다. 국민은 왜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던졌을까? 바꾸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잠재적 중도파들이 덤으로 표를 몰아주었다.

 그럼 앞으로 조국 교수가 이야기 한 것처럼 영웅호걸의 시대는 끝났고 쫀쫀한 사람들,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변화를 주도해 나가야 하는 것일까. 틀린 말이 아니다. 추모하는 민심과 표심은 분명 다르다. 민주당과 민주진보개혁세력이 조건 없는 연대, 기득권을 인정하며 기득권을 버리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쫀쫀한 사람들은 정서적 지지는 하지만,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주 민주개혁세력의 연대를 지향하는 ‘민주통합시민행동’이 발족했다. 바야흐로 민주진영의 연합정국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쫀쫀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뼈를 깎는 각성의 노력 또한 보이지 않는다. 지난 10년 동안 너무 길들여져 있어서 그런 것일까? 또 하나의 과거 민주인사 얼굴 내밀기 친목회 수준으로 전락할지 알 수 없다. 모임에 참석한 손혁재 교수가 그람시의 말을 인용한 내용만 귀에 들어 올 뿐이다. "과거의 것은 죽어가는 데 새로운 것이 나타나지 않는 게 위기" 다.

 과연 새로운 것은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녹색과 중도개혁은 과거에 있었지만 민주개혁세력들은 크게 주목하지 못했다. 그런데 말과 뜻이 다른 키워드를 이명박 정부가 선점해서 가고 있다. 이른바 박정희 시대의 ‘잘살아보세’라는 키워드를 선점했듯.  누구나 잘살고 싶어 한다. 쉬운 말이다. 쉬운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민주대 반민주, 독재대 반독재의 대결구도에서는 타는 목마름에 눈물 흘리며 거리로 나섰듯이.

그렇다면 시대가 요구하는 대연합에 앞서 민주개혁세력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비전과 전략, 전술을 구분해서 새로 짤 필요가 있다. 비전은 변화한다. 민주당이 되었든 민주노동당이 되었던 새로 짜야 한다. 현재 한국 정당의 미션과 비전은 혼재되어 있고, 너무 추상적이거나 개념적이며, 현실과 동떨어져있다. 국민들의 설득력을 얻기에는 부족하다. 예를 들어 구글의 모토나 ‘Don't be evil(악마가 되지 말자, 착하게 살자), 미션 ’Organize the world's information and make it universally accessible and useful‘(세상의 모든 정보를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분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 구글 처럼 하자는 말은 아니다. 그 다음에는 싱크탱크의 풀가동이다. 민심, 민심 말로만 하지 말고 민심을 토대로 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 그 다음은 온고이지신이다. 과거 민주, 참여 정부에 10년간 쌓인 좋은 정책을 재해석하고 평가해 살려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고인들이 담긴 참 유지다.

  대연합은 어차피 반이명박세력 집결체일 수밖에 없다. 분명 필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전략, 전술일 뿐이다. 민주개혁 세력 대연합은 지자체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가교다. 그 다음에는 새로운 다리가 필요하다. 그 다리의 지지대는 바로 평가를 통한 성찰과 준비된 그림이다. 그 때 그리지 말고 지금 그려 놓자.

  그 때 가서 조국 교수의 말처럼 “진보도 밥 먹여 살리겠다‘라고 말해도 좋다. 밥도 밥 나름 아니겠는가. 양으로 승부하는 밥이 아니라 질로 승부하는 밥. 문화의 밥이 되어도 좋고 윤기 흐르는 쌀밥이 되어도 좋다. 이제 성찰은 할 만큼 했으니, 변할 때다. 아울러 쫀쫀하고 까다로운 온, 오프라인에서 행동하는 소비자와 손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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