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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정운찬,MB중도실용의 얼굴마담 될 것인가?

by 밥이야기 2009.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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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케인스주의의 대부격인 조순 전 부총리(왼쪽)와 그의 제자 정운찬 총리 내정자.
  조순 씨는 노태우 정부 때 부총리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시작으로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이명박 정부 총리로 내정되었다. 한국 케인스 학파의 대들보인 정운찬. 과연 중도실용, 서민정책, 사회통합을 향한 이명박 정부 2호의 항해사로 역할을 해 낼 것인가. 아니면 이명박 정부의 얼굴마담으로 그칠 것인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아시다시피 지난 대선 때 유력한 후보군에 포함된 인물이다. 지지율과 자신을 받아 드릴 정치권의 여건이 마련되지 않자, 과감하게 대선 후보도 포기 했다. 어떻게 보면 현명한 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현실주의자 정운찬의 면모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운찬 총리 후보는 아시다시피 이명박 정부에 대해 비판적지지 행보를 보여 왔다. 한마디로 말을 아끼며 몸을 사린 것. 그렇지만 작년 조선일보에 기고한 ‘멀리 가기 위해 조금 천천히 가야’하다는 시론은 이 시점에서 곱씹어 읽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프레시안에서 이 글과 관련된 기사를 읽어보자.


정운찬 "이명박 적잖이 걱정된다"

"할 일과 안 할 일은 구분할 줄 알아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국가 경영은 사장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기업 경영이 아니다"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운찬 전 총장은 27일 <조선일보> 시론 '멀리 가기 위해 조금 천천히 가야'라는 글에서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여 이루어지는 무리한 경제운용은 결국 그 대가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라며 "아무리 창조적 실용주의를 표방한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해야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은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 전 총장은 이 대통령의 거듭된 '경제 위기' 발언에 "적잖이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잦은 공적 발언을 통해 경제 위기를 기정 사실화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경제 위기는 펀더멘털(기업수익률, 은행자산건전성 등)의 악화뿐만 아니라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쏠림 현상에 의해서도 촉발될 수 있다"고 했다.

정 전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제 펀더멘털의 어려움을 경고하는 학계와 여론의 지적을 무시하는 반응을 보임으로써 정책 당국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면, 이 대통령은 현실 상황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오히려 국민들의 심리를 불안하게 하고 그 결과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50개 생필품 가격 집중 관리'를 지시한 이 대통령의 물가 대책도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마치 70년대 개발독재 시절의 물가 대책을 연상시키는 이 발언은 서민의 부담을 걱정하는 신임 대통령의 의욕 과잉이 낳은 해프닝으로 넘겨버리기에는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 당국이 자장면 값, 목욕탕 요금 등을 직접 들여다보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물가지수관리'에는 성공할지 모르나 물가상승압력 자체를 근원적으로 제거할 수 없다. 또한 시장가격기구를 왜곡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만, 이 역시 도를 지나쳐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임기 초반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이처럼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성장(경기부양)과 안정(위기관리) 사이의 딜레마를 반영한 것"며 "(이명박 정부의) 성장률 제고 정책에 물가 불안이 크게 증폭되자 행정력을 동원한 직접관리와 같은 별 효력이 없거나 무리한 방식으로라도 물가불안을 막아보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정 전 총장은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 편향'이 불러올 위험성도 지적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금산분리 완화, 지주회사 규제 완화,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 등 극히 소수의 대기업이 관심을 갖는 사안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초래할 시장질서의 왜곡, 경제력 집중의 문제, 금융위기 가능성 증대 등을 고려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그는 "불법파업을 하는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겠다고 하면서 대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면서 "자본주의 경제의 장기 성장을 위한 기본적 인프라인 법의 지배라는 기본 원칙 마저도 단기적인 경기 부양을 위해 쉽게 포기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프레시안 채은하/기자




정운찬 총리 내정자는 이렇듯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과 전반적인 통치철학의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정운찬씨가 현 정부에 대해 이런 정도의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 과연 이명박 정부 2호기가 제대로 순항될 지 걱정이 된다. 선장 따로, 항해사 따로가 되어 암초에 부딪혀 가라 앉을 지. 조순 씨의 대를 잇는 한국 케인즈 학파의 거물인 정운찬. 경제특별보좌관으로 재기용된 강만수 씨와 경제 정책에 대해서 어떤 조율이 이루어 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명목상의 총리가 낼 것인지 경제정책 전반을 챙기는 역할을 할지. 정운찬 씨는 조순 씨가 겪었던 정치여정 또한 들여다 보아야 할 것이다. 

정운찬 총리내정자가 적잖이 이명박 정부 정책을 걱정했듯이, 국민들 또한 적잖이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걱정되는 이유이다. 창조적 실용주의가 정운찬 총리 내정자를 통해 꽃을 피울건지, 싹도 틔우지 못하고 정치공학이 만들어 낸 억지 바람에 날라 가버릴 건지. 아직 검증의 단계는 남았지만, 총리가 된다면 조선일보 시론에 쓴 글을 많은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국가 경영은 기업경영이 아니라고 말했듯이, 총리 역할 또한 총장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충청권)와 개혁적 이미지를 내세워 국면전황용 얼굴마담으로 그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