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은 전국 대학 교수 212명을 대상으로 올해 사자성어를 선정, 발표했다. 다섯 개의 예비 사자성어 중에 41%를 득표, 낙점된 `장두노미'(藏頭露尾). 중국 원나라 때 집필된 한 문학작품에서 유래된 장두노미(감출 장, 머리 두, 드러낼 노, 꼬리 미).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하고 드러낸 모습을 뜻하는 말. 비슷한 사자성어는 ‘몸통을 감추고 그림자마저 숨긴다’는 장형닉영(藏形匿影). 교수들은 왜 <장두노미>를 선택했을까?
올해는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세상사 다산다난하다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몰상식한 사건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없는 해였고, 미스터리한 한 해였다. 공포물도 아니었고 스릴러물도 아니었다. 블랙 코미디였다. 몸통은 보였지만, 몸통은 거짓말로 몸통을 숨겼고 꼬리는 들어났지만 몸통(권력)이 막았다. 깔끔하게 무엇 하나 정리되거나 마무리 되지 못한 느낌. 국민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보태었지만, 시원하게 배설하지 못했다. 천안함 사태가 그렇고, 불법사찰이 그렇다.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속은 보였지만 연막이 계속 쳐져 가려진 안개정국이었다.
올해 이명박 정부를 동물에 빗대어 대표로 꼽는다면, 도마뱀 꼬리를 들고 싶다. 도마뱀 꼬리를 잘랐지만, 권력의 꼬리는 계속 이어 자랐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관은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꼬리를 자르게(면피용) 했지만, 꼬리를 이어가는 관행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과대 홍보에 집착했다. 그래서 카피정권이라고 애칭으로 달아드리고 싶다. 여론에 막히면, 교정하려 하지 않고 새로운 카피를 들고 나왔다. 통합이 그렇고 공정사회가 그러하다. 과대포장은 이어졌다. 여론몰이 정치였다. 정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지만, 신뢰를 잃은 정부는 새로운 카드를 들고 깜짝 몰이를 했다.
꼬리가 들어나면 언젠가는 몸통이 들어나기 마련. 지금은 떨어진 도마뱀 꼬리만 보이지만 결국 몸통의 진실을 밝혀지게 되어있다. 2011년의 대선으로 가는 길목이다. 꼬리를 감춘 대권시나리오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주목된다. 권력과 일부 언론은 기득권을 이어 잡기 위해, 포장 글과 정치를 계속 선보일 것이다. 속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4대강을 비롯, 권력 비리 의혹의 몸통과 꼬리를 계속 물고 늘어져야 한다. 다시는 이런 낙후된 정치가 부활되지 않도록 유권자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자라나는 세대들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연고주의와 거짓말이 횡행하는 사회를 물려주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2010년 대한민국을 엉망으로 만든 10대 어처구니 사건>
1. 천안함 사태
북한의 소행 여부를 떠나, 참 어처구니없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끔하게 처리된 일이 하나도 없었지요. 오죽하면 네티즌수사대가 출동했겠습니까.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이명박 정부의 안보관이 극명하게 들어난 사건이었습니다. 오합지졸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 주었지요.
2. 명진 스님과 봉은사 땅 밟기
봉은사 명진 스님. 안상수 의원의 좌파 스님 발언과 봉은사 직영사찰 문제 때문에 봉은사 일요법회가 시국성토장이 되었지요. 거짓말 하지 맙시다를 봉은사 입구에 걸어 둘 만큼 2010년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봉은사를 떠난 명진 스님이 속으로 계속 “어처구니없는 것”들 하면서 108번뇌를 삭이고 있으실 것 같습니다.
3. 8.8 개각과 인사청문회
8.8 개각은 정말 이명박 정부에서 인선한 인물들이 ‘사람이 엉망이다’라는 것을 확인 시켜준 역사에 길이 남을 내각 선정이었습니다. 줄줄이 인사청문회에서 고별주를 마셨습니다.
4. 안상수 의원의 말조심 수첩과 보온병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명진 스님에게 대통 혼났지요. 수첩에 ‘말조심’까지 적어 놓을 정도였으니, 그러게 말조심 하시지. 왜 연평도에 가서 보온병들고 포탄이라고 말실수해서 국제적 망신 당하셨나요. 올해 가기 전에 말실수 한 번 더 하셔야지요. 기대됩니다.
5. 연평도 포격
북한이 자행한 연평도 포격은 마땅 비판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사전에 북한이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연평도 앞바다에서 군사훈련 한 것은 북한의 포격을 유발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6. 새해 날치기 예산안과 대통령의 격려전화
새해 예산안은 4대강을 위한 예산이자, 형님예산, 영부인 예산이었지요. 서민예산은 대폭 삭감되고, 불교계는 한나라당, 이명박 정부 출입금지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은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김성회 의원에게 격려 전화를 한 이명박 대통령의 안일한 국정운영 시각이 더 어처구니없지요.
7. 성 비하 지존 강용석 의원
그동안 정치인들이 보여준 성 비하 발언을 가볍게 뛰어 넘은 인물이 강용석 의원입니다. 성희롱 백과사전 감이지요. 한나라당에서 제명당한 이후, 다시 국회에 나와 삼성 세습 경영 비판하는 걸 보면 역시, 정치인들은 카멜레온이라는 것을 다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8. 이마트 피자와 롯데마트 통큰치킨
대형마트의 저가 공세가 다시 동네방네 상권을 깔아 뭉겠습니다. 이마트 피자는 서민 음식 아니라면 버티고, 롯데마트는 청와대 정무수석의 입김이 무서웠는지, 통큰 치킨 깃발을 내렸지요. 더 웃기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격 주로 한 번 먹는 치킨이 너무 비싸다고 거들었습니다. 지금 치킨이야기 할 때입니까.
9. 오세훈 시장과 김문수 지사의 무상급식
무상급식. 의무급식이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무상에만 연연하다보니 오세훈 시장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서울시 의회에 반기를 들었지요. 하지만 서울시에 근무하는 한 직원의 논리적인 글쓰기에 망신살 뻗쳤지요. 김문수 경기 지사는 의무급식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친환경 급식 지원이라는 치고 빠지기를 통해 오세훈 시장과 다른 행보를 보였습니다. 똑 같지요. 대선을 앞 둔 행보일 뿐입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기억할 것입니다.
10. 유명환 장관과 그의 친구들
유명환 장관, 자신의 딸 특혜논란으로 옷을 벗었지요. 하루아침에 유명해졌습니다. 유명환 장관을 통해 한국 사회 연고주의를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청와대 대변인 출신 김은혜씨는 낙하산 타고 KT에 전무로 입성했지요. 한 둘이 아닙니다.
*특별상: G20 과대 홍보와 4대강 불방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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