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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무한도전 나비효과,불편한 진실보다 좋았던 이유

by 밥이야기 2010.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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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다큐 진수 보여준 무한도전 나비효과

 
앨 고어가 설명회(프레젠테이션) 방식을 통해, 지구온난화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불편한 진실>. 불편한 진실이 환경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실험이자 진수였다면, 무한도전 나비효과 편은 예능 다큐의 진수를 보여주었습니다.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을 보면서 웃을 수 없었지만, 무한도전 나비효과는 웃으면서 지구온난화 문제를 편안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재미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벼움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사전적 의미의 ‘재미’를 살펴보면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이라는 뜻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 재미 좋아? 안부를 묻는 인사말도 되고, 좋은 성과나 보람을 뜻하기도 합니다.

 
무한도전 나비효과는 재미를 주었지요. 그 재미는 재미를 넘어, 재미 속에서 지구온난화 문제가 과연 우리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근황을 물어보는 재미였습니다. 운동도 재미가 있어야지요? 지구온난화 문제는 참 무거운 주제입니다. 당장 일상의 삶 속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까요. 물론 섬의 크기가 점점 줄어드는 몰디브나, 얼음이 녹고 있는 북극의 현실은 다르지요. 북극에 사는 동물(곰,팽귄 등)들이 삶의 터전이 없어져, 각자 살고 있는 지역으로 피신 온다면 이야기는 다를 겁니다. 그래서 나비효과는 역설적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합니다. 무한도전 제작팀들이 만든 세트(몰디브호텔과 북극 얼음호텔)는 현실의 공간이자 가상의 공간입니다. 극과 극을 달리는 두 호텔이 현실의 공간에서 공존할 수 없지요. 한쪽에서 에어컨을 틀면, 얼음이 녹습니다. 얼음이 녹은 물은 몰디브호텔로 다시 흘러 들어 해수면을 높아져 침식되니까요. 서로의 공간이 즉각 나비효과를 발생시킵니다. 물론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준은 아닙니다. 한 기상학자가 도입한 이론인 나비효과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해석되어 쓰이고 있지요. 예를 들어 중국의 참치 소비량이 늘어나면, 참치가격이 폭등할 수 있습니다. 중국 사람의 식성의 변화(날개 짓)가 지구 건너편에 경제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요.

 


▲세계자연보호기금(WWF)가 제작한 포스터(북극의 얼음이 녹는다면......)



나비효과는 작은 변화가 큰 결과를 빚어 낼 수도 있습니다. 내가 목욕할 때 펑펑 쓰는 물 때문에 아프리카에 한 어린 아이가 식수문제로 죽을 수 가 있습니다. 물론 직접적인 영향은 아니지만, 그 원리의 뿌리를 쫓다보면 결과에 이를 수 있지요. 나비효과가 악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내가 물과 전기를 아끼고, 친환경적(생태적)인 삶을 산다면, 나 자신만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실천이 다른 사람에게 변화를 줄 수 있으니까요.
무한도전 나비효과 편이 노리고 있는 역설의 진리가 제작진이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변화의 날개를 달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찻잔 속의 폭풍이 될 수도 있겠지만, 찻잔의 폭풍이 모인다면 큰 폭풍(변화)을 몰고 올 수 있지요.

 

지구온난화 문제의 문제는 사람들의 체감지수가 낮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갤럽에서 조사한 자료(이래 도표)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지구온난화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현실에 불똥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먼 발치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이 사람의 이중적 심리이기도 하니까요. 그렇기에 지구온난화 문제도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하지말자. 부정적 이슈 운동도 필요하지만 긍정적인 방식의 참여유도형 생활환경운동도 필요하지요.



▲ 갤럽에서 발표한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환경이슈에 지구 온난화 문제는 꼴찌




예능 다큐, 심각한 지구온난화 문제를 안방극장에 선사한 무한도전 나비효과가 일상의 환경운동, 참여를 이끌어 내는 작지만 소중한 나비의 날개 짓이 되길 희망해 봅니다. 앨 고어에게도 녹화 테이프 하나 보내 주면 어떨지요.

 


지구온난화 일상의 나비효과(변화)가 필요하다?




우리의 행동이 우리를 말해 준다


환경 문제가 걱정되긴 하나, ‘나 하나 실천한다고 해서 세상이 변하겠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 혹은 ‘뭐,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지.’라고 자포자기하면서 변화를 의미 없어 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뒤바꾸는 좋은 소식이 생겼다.
2004년에 영국의 한 지역 시민단체인 ‘공동체링크(community link)’의 프로젝트로 시작한 ‘우리의 행동이 우리를 말해준다.’라는 캠페인이 영국을 넘어 서구 세계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고와 행동이 바로 우리가 속한 세상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미의 이 캠페인은 작은 행동에서부터 내가 변하고, 내 이웃이 변하고, 그리고 우리가 변한다면 세상은 바뀔 수 있다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이들이 제시하는 실천은 아주 간단하고도 쉽다.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단순 소박한 행동들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핸드폰 밧데리 충전하지 않을 때는 코드를 뽑아두기, 이 닦을 때 수도 잠그기, 쓰레기 분리배출하기, 종이 앞∙뒷면 모두 사용하기, 껌 휴지통에 버리기, 에너지절약전구로 바꾸기 등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놓치는 많은 부분들로 인해 버려지고 낭비되는 에너지와 자원부터 줄여보자는 뜻이다. 큰 변화는 모두 작은 변화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작지만 사소해 보이지만 행동들이 무시할 수 없는 수의 많은 이들에 의해 동시다발적으로 실천된다면, 우리는 적어도 그만큼 이 지구가 병드는 것을 늦추거나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흔히들 환경 오염과 같은 세상 사에 대해서 걱정을 하지만, 정작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실천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물어오면 할 말이 많지 않다. 어디에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태반이고, 몇 번 그렇게 실천을 하더라도 어느 순간 다시 옛 습관대로 무의식적으로도 살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러한 일회적인 실천, 정보 부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의 행동이 우리를 말해준다’ 캠페인은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방법을 사용한다. 우선 책 2권에 각각 50개씩 세상을 바꾸는 실천을 넣고, 이를 흥미로운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세상에 내놓았다. 『1만원으로 세상을 바꾸는 50가지 방법』,『9시에서 5시 사이, 직장에서 세상을 바꾸는 50가지 방법』이라는 이 두 책은 그래서 어린이들에게도 쉽게 읽히며, 100일만에 총 100,000권을 돌파하는 기록도 세웠다.

 
정보 전달 다음 단계는 실천이다. 그래서 이들은 지속 가능한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온라인 공동체인 웹사이트를 십분 활용하며, 많은 학교와 단체, 기업에 직접 방문하여 강의를 나가고 있다. 홈페이지 경우에는 개개인이 자기가 실천한 행동에 대해 횟수를 체크해 넣을 수 있어 개인적인 다이어리 역할을 해주며, 주변 사람들에게 함께 하자고 권유 편지를 쓸 수 있는 코너도 있어 릴레이 실천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뿐 아니라, 각 행동에 대한 공동의 실천 횟수도 확인되며, 100개 전체에 해당되는 종합 횟수도 매일 업데이트되니, 그 눈에 보이는 소속감과 보람이 쏠쏠해 지속적인 행동을 유도하는데 도움을 준다. (2008년 6월 현재까지 총 1,567,031번의 실천이 있었다고 나온다. 책이 출판된 지 약 4년이 지났으니, 기계적으로 나눈다면 하루에 평균적으로 약 1,073건의 실천이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 이 운동의 장점과 재미는, 운동의 범위가 단순히 환경적인 이슈에만 머물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단순히 지구를 살리자는 절박한 환경적 실천을 넘어서 이들은 보다 포괄적인 접근을 한다. 어찌 보면 환경문제도 단순히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등의 일차적인 문제를 넘어 우리의 의식문제이자 가치관,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고민은 궁극적으로 ‘어떻게 하면 보다 평화롭고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다. 이 운동의 주체이자 대표인 데이비드 로빈슨(David Robinson)은 이렇게 말한다. ‘세계적으로 부는 늘었을지 모르나, 서로를 신뢰하고 정을 나누며, 협력하고 함께 사는 그런 공동체적인 삶의 질은 급속도로 파괴되었으며, 그에 따라 개개인의 행복지수도 많이 낮아졌다. 결국 이 운동을 통해 바라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일상 속에서 환경과 건강, 공동체적인 가치를 회복시키는 변화를 주도함으로써, 우리의 지구와 우리 자신이 보다 더 행복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이야기하는 ‘매일매일 실천하는 간단한 100가지 행동(100 Simple Everyday Actions)’에는 별의별 행동들이 다 있다. 사람들 간의 관계 회복을 위해 ‘친구 안아주기’, ‘e-mail 대신 전화하기’, ‘사람들의 이름 기억하기’, ‘재미있는 농담 하나쯤은 기억해두기’, 분열과 경쟁 대신 존중과 공존의 사회를 위해 ‘나보다 바쁜 사람을 위해 커피 끓여주기’, ‘직업으로 사람 함부로 판단하지 않기’, ‘계약직 근로자에게 잘해주기’, ‘다른 이의 아이디어를 무시하지 않기’, 가족간의 평화와 화목을 위해 ‘일주일에 한번은 정시에 퇴근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 지역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동네 상점 이용하기’, ‘공정무역 상품 구매하기’, ‘자선가게에서 물건 구매할 때 조금 더 많이 지불하기’, 돈이 아름답게 쓰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가 투자한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확인하기’ 등이 있다. 실제로 우리가 투자한 돈이 노동을 착취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면서 이윤만 극대화하는 기업들이나 무기를 제조하는 기업, 혹은 식량과 물 등 공공재에 투기하여 이익을 얻는 기업들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성실히 벌어 모은 돈이 지구를 해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정당한 몫을 앗아가고,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는 곳에 쓰이지 않도록, 우리들이 먼저 감시하고 바람직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지혜로운 시민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너의 변화로 네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라 (Be the change you want to see in the world)’라는 마하트마 간디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이 운동은 100개의 작은 실천들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길 원한다. 그래서, 이들은 환경, 인권, 노동 등 분야를 세분화하지 않고, 모든 분야를 넘나든다. 2004년에 시작한 작은 운동이 이제는 호주와 캐나다, 유럽 전역으로 퍼지고 있으며, 개인적일 것만 같았던 사소한 실천들을 대중적으로 꺼내 열어놓으니, 사람들의 자발적인 실천의 물결이 시민운동에도 긍정적이고 신선한 희망의 바람을 불어넣어주는 듯 하다. 실천한 만큼 희망은 만들어지고 변화도 만들어지는 법. 이제 ‘나 하나 그런다고 세상이 변하겠어?’라는 말 대신, ‘나부터 실천하고 주위에 권해야겠구나’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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