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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용산참사역에서 노무현역까지”

by 밥이야기 2009.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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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용산참사 유가족과 서울시와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었습니다.

 
345일. 돌이켜 보면,
모두가 똑 같이 맞고 보냈던 물리적 시간은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길고 혹독했습니다.

 
다행히도 2009년을 넘기지 않고 마침표 같지 않은 쉼표를 찍어서 참 다행입니다.
용산으로 가는 지하철역에서 눈을 잠시 감았습니다.
소식을 지켜보면서, 2009년 1월 20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이르기 까지 2009년을 달구었던 시간들을 반추해 봅니다.

 
용산참사역에서 노무현역까지. 현실의 세계에서 두 역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새벽녘, 실천문학사에서 엮어 펴낸 용산참사 헌정문집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를 읽어 봅니다.
두 역은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미완이자 영원한 숙제이기 때문입니다.
왜 이제 와서 벼랑 끝에 유가족을 몰아넣고 나몰라 했다가
타결했는지, 알 길 없습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지 않았습니까.

 
시인 백무산은

‘이것이었던가, 아 2009년 1월 20일 6시.
이 나라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
21세기 최첨단 매머드 빌딩숲 가운데에서
하늘 치솟아 검은 연기에 휘감기는 화염을 보았는가!‘

 
보았습니다. 용산참사역에서 노무현역까지. 주저 없이 오고 간 죽음의 열차를.
어제 서울의 칼바람은 칼바람이 아니었습니다. 가슴을 파고 들 정도로 매서웠습니다.
해를 넘기기 전에 유가족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 줄 수 있는
기쁜 소식이었지만, 조금 슬펐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현실은 냉정하게
용산참사역과 노무현역을 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역은 계속 알게 모르게 만들어지고 없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용산참사역은 생존권의 문제
노무현역은 민주주의의 문제.
다른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문제였습니다.

 
이 두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자, 해결해야할 과제입니다.

‘우리의 꽉 막힌 내일을
얼어붙은 이 시대를
열어라. 이 냉동고를‘(송경동의 ’이 냉동고를 열어라‘ 중에서)

 
용산참사 345일은 이제 정지되었지만.
이제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
아직 시대는 냉동고입니다.


2009년의 벽두에서
2009년의 끝자락까지
용산참사역과 노무현역을 지킨 모든 사람들에게 손을 건네고 싶습니다.

국가의 이름으로 법치의 이름으로 자행된
민주주의를 얼어붙게 했던 냉동고를 기억하며
2010년, 얼려 닫혔있는 그 문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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