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미술 작품)은 현실이 아니다. 과거이자 미래이기도 하다. 윤명화 화백. 1일부터 5일 오전 7시 50분 KBS1TV에서 '인간극장-윤 화백이 웃던 날'이 방송된다. 2016년 6월 12일 일요일, 평화로웠던 전북 완주군 내아마을에는 까만 연기가 솟구쳤다. 그곳은 바로 한국화의 맥을 잇고 있는 시공간이었다. 2017년 화단에 입문한지 60년을 앞두고 기념전시를 준비하던 원로작가 윤명호(75) 화백이 화재로 작품이 모두 소실돼 안타까움을 잊겠는가? 지난 1990년 완주군 상관면에 화실 ‘청우헌’을 마련하고 줄곧 이곳에서 작업해온 화백은 내년 봄 개인전을 열 계획으로 작업에 열중해왔다. 화백은 16살에 한국화에 입문해 대한민국 미술대전을 비롯해 유수의 공모전에서 수상했고,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해왔다. 상관 내아마을에 정착한 이후로는 마을 담장벽화 그리기를 이어왔다. 특히 플룻 연주자인 딸 수연씨와 함께 작은 음악회도 열면서 행복한 마을만들기에 앞장서왔다. 이와 관련해 내아마을은 지난 2013년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평생의 역작들이 잿더미가 되던 날, 노화백은 껄껄 웃었다고 한다. 26년 전 윤 화백은 지인의 도움을 받아 내아마을에 터를 잡았다. 여느 시골과 다를 바 없던 마을은 윤 화백의 손길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기 시작했다. 단조롭던 마을 담벼락과 집 벽면은 윤 화백의 붓끝이 스칠 때마다 커다란 화폭으로 변했다. 한국화풍의 수려한 산수가 벽을 수놓고, 담벼락은 우거진 수풀로 물들었다. 깊은 밤에도 마음이 동하면 붓을 놀렸고, 그러다보면 어느덧 날이 새곤 했다. 윤 화백은 "다 털어버리고 무일푼이지만 효녀 딸내미가 있고, 항상 응원해 주는 팬(이웃)들이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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