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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는 불독이다

일상의 민주주의와 블로거의 힘

by 밥이야기 2009.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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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많고, 더 깊고, 더 넓은 민주주의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리는 세상으로 열린 창을 보며 함민복시인의 '옥탑방'이라는 시를 읽어봅니다.

눈이 내렸다
건물의 옥상을 쓸었다
아파트 벼랑에 몸 던진 어느 실직 가장이 떠올랐다

결국
도시에서의 삶이란 벼랑을 쌓아올리는 일
24평 벼랑의 집에서 살기 위해
42층 벼랑의 직장으로 출근하고
좀더 튼튼한 벼랑에 취직하기 위해
새벽부터 도서관에 가고 가다가
속도의 벼랑인 길 위에서 굴러떨어져 죽기도 하며
입지적으로 벼랑을 일으켜 세운
몇몇 사람들이 희망이 되기도 하는

이 도시의 건물들은 지붕이 없다
사각단면으로 잘려나간 것 같은
머리가 없는
벼랑으로 완성된
옥상에서
招魂하듯
흔들리는 언 빨래소리
덜그럭 덜그럭
들린다

  ........................


▲2009년 블로그 액션데이(10월 15일) 주제는 '기후변화' 115개국 13,296명의 블로그가 참여했고 백 칠십 만명이 넘는
독자들이 글을 읽었다.


 
지난 10월 15일은 블로그 행동의 날(Blog Action Day)이었습니다. 2009년 주제는 ‘기후변화’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블로거들이 참여했습니다. 행사 참여는 블로그 주소를 입력하고 관련 주제 글들을 연동(링크)시키는 간단한 절차만으로 참여가 가능합니다. 작년에 주제는 ‘빈곤’이었지요. 올해는 홍보가 많이 되지 않아서인지 한국 사람들의 참여가 작년 같지 않네요. 블로그 행동의 날(Change.org) 공식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이런 저런 생각들이 뜬 그름 지나가듯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중에서 한 구름 잡아보았습니다.


 
2009년은 민주, 참여 정부를 상징하는 두 전직 대통령이 서거한 불행했던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가장 많이 제기되는 문제는 ‘민주주의 후퇴’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은 지난 민주주의 여정을 잠시 잊은 채 ‘민주주의’라는 말에 식상함을 느껴왔습니다. 그 결과 경제성장이라는 해묵은 화두에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잠시 착각에 빠졌거나, 속았습니다. 여기에는 지난 정부의 정책과 정치 일선 중심에서 일한 사람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습니다. 경제대통령은 이제 민주주의보다는 국민을 희생시켜서라도 삶의 질보다 파이를 키우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잘살게 해준다는 말은 명백하게 거짓말입니다. 잘사는 사람을 더 잘 살게 해준 것뿐입니다.

  그렇다면 더 많고, 더 넓고, 더 깊은 민주주의는 이제 어떻게 실현시켜야 될까요? 이명박 정부의 과속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진보진영과 시민단체인사들은 새로운 단체나 연대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가칭 계승’을 목표로 정치운동단체인 시민주권이 출범했고, 100여명이 넘는 시민단체 인사들로 구성된 ‘희망과 대안’이 출범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들의 지향과 목표는 내년 지방선거입니다. 지방선거를 통해 변화를 주도해 보겠다는 것이지요. 결국 국민의 표심을 잡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대항마로 민주진보진영이 뭉쳐질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아직까지 민주진보진영의 움직임은 모임만 만들어졌을 뿐, 구체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더 지켜보아야겠지만, 대안 없는 대안 병에 걸릴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현장정치를 강화하자, 삶의 질을 높이자,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설득력 있는 구조나 정책을 만들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패가 두려워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들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배우고 만들어 낼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오바마의 무브온 웹2.0 선거 전략이나 일본 민주당의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이유를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일본 민주당은 “국민 생활 우선(제일)”이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일관되게 선거 전략에 담아내었습니다. 두 선거다 정책개발(선거공약/매니페스토)과 인터넷 선거운동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선거공약집을 읽어보아도 우리나라의 얼렁뚱땅 선거공약집과 비교조차 할 수 없습니다. 또 하나는 인터넷을 통한 타운미팅(직접민주주의) 마당을 만들어 냈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정치사상가 셀던 월린은 미국의 역사상 가장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실현되었던 때는 식민지 시절, 뉴잉글랜드 의 타운미팅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블로그 액션데이 공식홈페이지는 주제별 관련글 어깨걸기, 참여방식 등 많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간단 명료하게 구성되어 있다. 한 분야의 주제를 살펴보기만 해도 전문가가 될 수 있을 정도다.


대의제 민주주의 시스템에서는 결국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가장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선 지방선거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독주를 막고 지방자치, 생활자치가 살아나는 정치풍토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민주진보진영도 정책개발, 연대, 운영방식을 상향식, 수평적인 틀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연대의 기본 전제조건은 설계과 철학의 공유입니다. 설계가 잘되어야지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신뢰는 바로 정책이 되어야 합니다. 어렵게 풀 필요도 없습니다. 국민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는 문제를 놓고 현 정부의 정책과 비교 분석하면서 대안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마당을 만들어 내면 됩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잘 먹고 잘사는 겁니다. 이런 삶이 진정 잘 먹고 잘사는 것이다는 것을 제시해 주어야 합니다. 자녀교육문제, 가사노동, 주택, 세금, 안전한 먹을거리, 건강, 의료 등 몇 가지만 잘 찾아내어도 됩니다.

답을 내놓지 많고 답을 이루어 내어야 합니다. 그럼 점에서 블로그 액션데이를 이끌어 가고 있는 공식홈페이지만 보아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블로그의 홍수시대라고 합니다. 이제야 말로 블로그도 양적인 발전을 넘어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대선에 힘을 발휘해 내어야 할 때입니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자발적 민주주의의 마당을 열 매개로 블로그를 주목하고 싶습니다. 대의제 민주주의를 통해 선거혁명을 통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제 더 이상 국가와 정부에 큰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역자치, 생활정치를 다시 열어야 합니다. 우리 동네, 우리 마을을 다시 살려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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