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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한국 성폭력의 현대사,김보은 사건(우리는 나영이와 은지를 잊어서는 안된다)

by 밥이야기 2009.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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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http://www.flickr.com/photos/judygr/2319087212/


새벽 2시, 하루 하루 바람이 시나브로 차가워 지고 있습니다.
나영이와 음지사건을 떠올리며, 암울했던 한국 현대사의 터널을 다시 통과해 봅니다.

80~90년대 강간범과 성폭력 범죄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납니다.
1992년, 의붓 아버지가 7살 때부터 12년간 성폭력 한 딸 김보은과 그의 친구 김진관씨가
의붓 아버지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한국 성폭력 역사의 경종을 울린 ' 김보은 사건'.
이 사건의 여파로 1994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마련됩니다.
억압의 역사에서 무딘 칼날이 될수 밖에 없었던 성폭력.

1992년 김보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나는 무엇을 했을까?'
당시 저는 독일의 한 대학에서 주최한 국제예술제의 심포지엄에 초청 받아
독일에 체류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그 때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었다면...........

의붓 아버지의 만행에 김보은과 그녀의 남자 친구였던 김진관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못하고, 의붓 아버지를 살해하게 됩니다.
법원은 두 사람에게 4년, 7년 유죄 판결을 선고합니다.

오늘 깨어질듯 아픈 머리 때문에 깨어나
그당시 한겨레 신문 곽윤섭 기자의 글을 다시 읽어 봅니다.

이 땅에 성폭력과 아동 성범죄가 더이상 만연되어서는 안됩니다.
" 유전 무죄, 무전 유죄 " 좋습니다.
그렇지만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지만 법치주의라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나영이의 이름으로
은지의 이름으로

제 2의 성범죄 특별법의 재,개정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아울러 국가의 폭력과 만행으로 숨져간 모든 사람의 이름으로
법이 법다운 얼굴로 거듭 나기를........


* 글이 길지만 꼭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 1992년 김보은 사건을 바라보면 쓴 시/작자 미상>
 
1.

혼자 자보고 싶어
라디오를 작게 틀어놓고
책도 읽고 편지도 쓰고
아무도 없는 밤에 혼자 있는
그런 작은 행복 가지고 싶어
아버지와 함께하는 잠자리는 구역질이 나
이불에다 한바탕 오바이트라도 하면 시원하겠어
손가락 굵기만한 퍼런색 배추벌레가
밤이면 스멀스멀 온 몸을 기어다니고
물렁거리는 살덩이는
담배냄새, 땀에절은 숨소리를 내고
난 온몸이 오그라들어 전신에 소름이 돋아
잠자리가 두려워
또 아버지의 아이를 낳는 꿈을 꿀까봐
내속에서 구더기 같은게 나올까봐
하루에 몇번씩 샤워를 해도
그가 남긴 정액의 냄새는 지워지지 않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한번 냄새를 맡아봐
아버지의 그냄새가 아직도 나고 있잖아
진관아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 아름답기 때문이라지?
매일같이 발가벗기우고
아버지에게 강간당하는 내가
아름답니?
이름다워질 수 있겠니?
죽고싶어
아니 죽이고 싶어
푸줏간의 살덩이를 자르듯
칼로 토막토막 가루가 될 때까지
난도질하고 싶어
내 몸은 속으로부터 썩아가는데
이대로라면 미쳐버릴 것 같아
어떡할까 진관아
진관아 어떡할까


2.

믿고 싶지 않았다
너에게서 그 얘길 처음 들었을 때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싶었다
너를 만난 첫 순간의 고운 감동이
칼날처럼 다시 떠올랐고
내 무릎에 떨군 너의 눈물에
몸을 베인 듯 떨어야 했다.
못마시는 술을 부어마시며
어째서 너일 수 밖에 없는지
어째서 이런 고통과 함께 너를 만나야 하는지
미친듯이 되물었다

그러고도 너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을 알고
스무살 넘어 처음으로
담벼락에 주저앉아 울어야했다
어김없이 짐승에게로 불리워가는
너의 손을 움켜잡고
너를 끌어안을 짐승의 붉은 혀를 떠올리며
치떨리는 증오를 만나야 했다
네가 겪었을 악몽의 밤
안돼! 안돼! 하며 깨어야만 하는
숱한 밤들이 내게로 이어지고
발가벗기운 너의 피로함이
목을 조이며 내게 엄습한다.

김보은 징역 4년 김진관 징역 7년
공판이 끝나고 차에 오르는 보은아, 진관아
인간을 그토록 처절하게 만드는 것이
목숨만큼 절실한 사랑이라면
벗들아, 너흰 부끄럽지 않다
손목을 옥죄는 수갑이
죽은 김영오의 썩은 눈빛보다는
얼마나 순결한 구속인지를
벗들아 정말 부끄럽지 않다

검사는 살인을 묻고
사전 계획 여부를 묻고
그리고 너희의 아픈 상처들만
다시 헤집어 놓는다
극악한 짐승으로 죽여진 그는
고위급 검찰 간부로 다시 살아나
철저히 호위받고 있다
성.폭.력
보호받지 못하는 너희의 사지를
걸어닫힌 법조항 어디에 널부러뜨려야 한단 말이냐

보은아 힘내 진관아 사랑한다
가슴 시리도록 파고드는 학우들의 울부짖음
눈부시게 흰 꽃 한송이가
너희를 가둔 저들의 철망을 뚫고
한 여학우의 눈물훔친 손끝을 따라
마치 인간답고자 했던 너희의 몸부림처럼
서럽게 떨리는 걸 본다

그래, 이 싸움을 이겨야 한다
순결한 조국땅이 식민지가 되면서부터
결국 한 사람의 육신조차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던
바로 그 때부터
수많은 김영오와 더 커다란 김영오를 통해
우리의 몸은 더럽혀지고 짓밟혀 왔던게다
동지여, 이땅에서 하루를 산다는 건
바로 숨가쁘고 처절한 싸움이었다
이제는 한 사람의 하루하루까지도
온전히 지켜내야 하는 투쟁이다
더 질긴 사랑이다
더 굳센 단결이다


< 한겨레 곽윤섭 기자의 글 >



이들은 유죄인가?

"누구든지 죄없는 자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지라"

김보은 양에 대한 법 판결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함께 여성으로서의
불이익을 당할 수 밖에 없는 현행 법구조를 여실히 드러냈다.

아침잠이 유난히 많은 내가 노곤한 봄날 아침 7시 전에 일어나 충주로 출발한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11시에 시작하니까 늦어도 한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했다. 가까스로 10시 정각에 도착했지만 김보은,김진관씨는 이미 10분전에
입장해 버리고 없었다. 법정 안에서는 벌써 방청객들이 많이들 들어가 있고
대기실의 둘의 모습이 보였다.


옆에서 법원 직원들이 "법정 안은 찍으면 안됩니다."라며 나를 계속 감시한
탓도 있겠지만 아직 어린 두 피고인이 1시간 후에 내릴 선고 형량은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그들의
얼굴을 세상에 알리는 일이 오히려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물러 나오고 말았다.


마침 학생들이 몰려나오고 있었다. 4~5백명이나 될까 끝도 없이 밀려든
학생들은 좁은 충주지원 마당에 줄지어 앉아 노래도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일부는 법정에 들어가겠다고 몸싸움을 벌였다. 방청객 수가 제한돼 있다는
설명은 서서라도 보겠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잃고 결국 빽빽이 채울 때까지
방청을 허용했다.
11시 15분. 기다린 시간에 비하면 재판은 일찍 끝이 났다.

김보은 씨 4년. 김진관 씨 7년

사나운 고함소리가 법정을 나가는 재판부의 뒤통수를 향했고 이제는 침울해진
두 피고인이 법정 뒷문으로 나왔다. 고개 숙인 김진관씨와 울먹이는
김보은씨를 몇 장 찍었다. 호송차가 시동을 걸고 있는데 마당에 있던
학생들과 방청을 마친 사람들이 호송차를 삥 둘러싸기 시작했다. 위협적인
시동 소리가 났지만 아무도 꼼짝하지 않았다. 아예 주저앉아 버렸다.

학생들이 왜 이렇게 까지 하는지 김보은,김진관씨의 사건을 줄여서 설명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의붓아버지 김영오씨(전 충주지원 사무과장)에 의해 9살 때부터 지금까지
12년간 성폭행을 당해온 김보은씨. 심지어 동생과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도
음란비디오를 틀어놓고 그 짓을 당했다는 보은씨가 어렵게 사귄 스물한 살
동갑내기 김진관 씨에게 겨우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둘이서 수
없이 많은 날을 고민하다가 의붓아버지 김영오씨를 찾아가 이제 그만 보은
씨를 놔달라고 했는데 그것을 거부하면서 집을 나가거나 신고하면 가족
모두를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경찰에 알리면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아버지에게 코흘리개 시절
9살 때부터 성폭행을 당해온 김보은씨의 마음을. 그 김보은씨를 알게되어
어려운 고백을 듣고 너무 불쌍해 의붓아버지를 찾아간 김진관씨의 마음을.
그래서 살인을 했다고 했다.

지난 3월28일 결심공판에서 12년씩을 구형 받았던 두 피고인이 4월4일,
이날 4년과 7년을 선고받은 것이다. 잠시 후 타협이 이루어져 학생들이 두
사람을 후송차 창문 너머로 보게 해주고는 차는 떠나기로 했다. 후송차
촘촘한 쇠창살 안으로 꽃을 전해주려는 친구들과 전국에서 김보은씨를
보러온 학생들이 줄을 섰다. '보은아' '진관아'소리치며 버스에 기대어
울면서 나머지 학생들이 버스 뒤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 땅의 노동자로 태어나 자랑스런 딸로 태어나 고귀한 모성본능 모두
빼 앗겨 버리고...나가자 깨부수자 성차별 노동착취...딸들아 일어나라
깨어라."

마감을 위해 자리를 뜨다가 기자회견이 생각나 회견장인 충추 기독교
회관으로 향했다. 공동대책위에서 기자회견 말미를 마치고 있었다.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말합니다. 경찰이나 관계기관에 호소해야 했다고.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 그런 신고나 호소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법적으로
부녀지간이며 검찰의 직원인 그 의붓아버지는 신고가 됐더라도 당장
격리되거나 처벌받지 않습니다. 조서 정도나 꾸미고 귀가시킵니다. 외부의
시선이 끊긴 집안에서 바로 그날도 야수 같은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할
것을 알면서 게다가 '온 식구 몰살'의 위험까지 예상하면서 어떻게 신고를
할 수 있을까요. 김보은씨의 경우는 그나마 살인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하고서야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아직 신고도 못하고 혹 고소했다
하더라도 성폭행에 대한 가부장적 편견에 묻혀 버리고만 많은 사례를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 신문에 (<한겨레신문>까지 포함해서) 언론이 과연 얼마나 깊이
있게 이 사건을 다룰 것인지... 인간의 절반이 다른 절반에게 행하는
야수적이고 몰인격적인 폭행에 대한 문제가 적어도 집권당 누가 누구와
만나 골프를 치고 밥을 먹으며 정계 개편을 논했다는 뉴스(!)보다야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이래저래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영 편치 않았다.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앗아가 버렸던 사건. 학생들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김보은,김진관씨는 5월말 현재 감방에 갇혀 있다. 이들은 유죄인가.





< 김보은 사건 개요/ 한국 성폭력 상담소 제공>


근친성폭력피해자 김보은, 김진관 사건


1. 사건개요

* 1992년 1월 17일 : 사건발생
1월 19일 : 구속
4월 4일 : 1심 선고 - 김진관 징역7년, 김보은 징역4년
9월 14일 : 항소심 선고 - 김진관 징역5년, 김보은 징역3년
집행유예5년
10월 2일 : 김보은 석방(판사직권 석방)
12월22일 : 상고심 선고 - 상고기각

* 1993년 2월 : (김영삼 대통령취임시) 김보은 사면복권, 김진관
잔여형의 1/2감형

* 1995년 2월 17일 : 김진관 출소

* 1998년 2월 3일 : 김진관 복권신청(김대중대통령취임기념
대사면복권시), 기각

7월 16일 : 김진관 복권신청(건국50주년기념 8.15대사면
복권시), 기각

1992년 1월 7일, 13년동안 의붓딸을 성폭행해온 가해자 김영오를 피해자
김보은의 남자친구인 김진관이 살해한 사건이 충북 충주에서 일어났다.
김보은의 어머니는 보은이가 7살때 김영오와 재혼을 했고 김영오는
의붓딸인 보은이가 9살때부터 상습적인 성폭행을 시작했다. 12살이 된
이후로는 목욕중이거나 생리중에도 거의 매일 성폭행을 하다시피했으며
음란비디오를 보고 그대로 할 것을 강요했고 각종 변태적이며 잔혹한
행위를 자행하였다.

김보은은 대학에 진학하면서 비로소 주중에나마 아버지와 떨어져 기숙사에
머물게 되었고, 학교 행사에서 만난 김진관과 서로 사귀게 되었다. 둘 사이가
가까워지자 김보은은 의붓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하고 있는
자신의 상황을 괴로워하며 김진관에게 사실을털어놓으며 헤어 지자고 말하게
되었다. 이러한 엄청난 사실을 알게된 김진관은 고통스러워하는 보은이를
도우려는 마음에 그날 밤 김영오를 찾아가 "이제 보은이를 놓아주라"고
간청했지만, 당시 충주검찰청에 총무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김영오가
오히려 "다 잡아 넣겠다. 죽여버리겠다"고 당당하게 나오는데에 격분하여
가해자를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2. 공대위 활동내용

이 사건은 김진관이 구속된 이튿날, 김진관의 아버지가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상담을 의뢰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곧이어 전국에서 그동안 성폭력상담을
해오던 단체를 중심으로 <김보은.김진관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이들의 구명활동을 시작하였고, 당시 대학생이던 둘의 이야기 는 전국의 각
대학에 알려지면서 많은 학생들의 도움을 받게되었다.

공대위는 이 사건이 우리 사 회의 무관심과 부패함, 피해자의 부도덕정,
법적, 제도적 장치의 미비함 등으로 발생한 것으로, 그 책임을 극한 상황에서
인간답게 살고자 발버둥을 친 피고인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갖고 이들의 무죄를 주장하였다.

1심이 끝나고 항소심을 준비하면서 공대위는 전국 56개 여 성.사회단체
공동대책위와 학생대책위로 확대되었고, 22명의 무료공동변호인단도
구성하였다. 공대위는 김보은.김진관씨 면회와 가족면담, 공판 참관, 판사
면담, 기자회견 등을 통한 각 언론사 홍보, 서명작업, 거리홍보전, 후원회
구성과 기금마련 활동등을 하였다. 이와함께 성폭력 피해에 관한 사회적
인식전환의 필요성과 성폭력관련 특별법제정을 촉구하는 활동도 함께 하였다.



3. 이 사건의 의의

김보은,김진관 사건은 그동안 금기시되어왔던 근친성폭력의 엄청난 실상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가장 사적인 공간이고, 안식처로 여겨지던 가정내에서
일어난 성폭행, 그래서 방치될 수밖에 없었고 또 지속될 수 밖에 없는
근친성폭행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었다.

이 사건은 전 년도에 일어난 김부남사건과 함께 우리나라 성폭력에 대한
인식에 큰 전환점을 가져다 주었다. 또한 전국규모의 <김보은.김진관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의 세심하고 조직적인 활동은 성폭력피해 자 보호와 성폭력
추방운동의 장을 새롭게 마련한 점이 큰 의의가 있다.

덧붙여 1993년에 제정된 성 폭력특별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4. 김보은.김진관 사건에 대한 우리의 입장

우리는 지난 해 일어난 김부남 사건을 통해 성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그리고 제2의 김부남같은 성폭행의 희생양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각성이 촉구된 바 있다. 그런데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1월 17일
의붓아버지로부터 12년 동안 지속적인 성폭력에 시달려오던 김 보은 양과
그 남자친구인 김진관이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9살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의붓아버지로부터 겪어야 했던 성폭행의 사실들을 확인하면서
우리를 더더욱 놀라게 한 것은 죽은 김영오의 변태적이고 잔인한 성적
행위들이다. 특히 사회의 건강한 질서회복을 위해 힘써 봉사해야 할 위치에
있는 검찰의 고위직에 있던 김영오의 파렴치한 행동은 천인공로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당국으로 부터는 수사관으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많은 포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도덕적, 윤리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성범죄의 온상으로 전락되어
있다. 특히 천진난만한 어린이에 가해지는 계획된 성폭행은 우리 사회에서
뿌리 뽑혀져야 하며 그 가해자에게는 준엄한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 아무런
방어능력이 갖지못한 어린이가 성폭행으로부터 어떻게 보 호받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이제 더 이상 어린이에게 가해지는 성폭행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채 처절한 삶을 살아오다 종국엔 살인자로 법정에
서게 된 보은과 진관의 현실을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가 무책임이 가져온
필연적 결과인 것이다. 이에 <김보은 김진관 사건 공동 대책위> 는 두
젊은이가 짊어진 무거운 짐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더 이상의 불행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 이 이 사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그러나 본 대책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성폭력에 희생되어 울부짖는
또다른 김부남이 있을 현실을 통탄하면서, 이번 비인간적이고 반사회적인
성폭력의 퇴치를 위하여 이 사건이 우리에게 던진 사회적 가치와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확인한다.

1. 김보은.김진관은 석방되어야 한다.

지금 충주지원에서 재판 중인 이 사건은 의붓아버지로부터 12년동안 잔학한
성폭행을 당해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감시와 위협 속에서 강요되는 성폭행의
수치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김보은,김진관이 취한 유일한 정당방위
행동이었다.

2. 김보은.김진관의 젊음을 이 사회가 보상해 주어야 한다.

20대 초반의 건강한 젊은이가 사랑을 시작하면서 겪어야 했던 아픔을
부도덕한 이 사회속에서 건강한 삶의 질서를 바라는 젊은이로서 느낄 수밖에
없었던 고통이었다. 사랑하는 친구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느꼈던 진관군이
취한 행동은 부도덕한 질서에 분노하고 저항한 것이었다. 따라서 그 정상이
참작되어야 한다.

3. 이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현명하고 공정한 판결을 요구한다.

재판부는 죽은 김영오의 의붓딸에 대한 비인간적인 성적 범죄를 직시하여
김영오의 죄과가 축소, 은폐되거나 보호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4. 성폭력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어린이와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폭행을 추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뿐 아니라
건강한 성문화를 이루어 내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인 성폭력 특별법은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우리는 계속되는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을
지켜보면서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조장되고 은폐되는 성폭력 범죄가 건강한
사회질서를 어떻게 파괴시켜 가며 피해자의 삶을 황폐화시키는가를 알게된다.
이에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고 있는 성폭력범죄에 대한 처벌의 강화와 그
사회적 배경과 원인을 분석하고 규명하는 사회적 토대를 마련해 나가기 위해
우리는 모든 여성과 함께 의지를 모아갈 것이다.

1992. 3. 13. 김보은, 김진관 사건 여성단체 대책위원회
( 김부남사건대책위, 대전충남여민회, 충북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



모든 폭력은 근절되어야 한다.
국가가 되었건, 개인이 되었건..
국민들은 더 이상 야만의 시대를 바라지 않는다.
신체의 폭력 못지 않는 말의 폭력 또한.
국가 운영을 책임지는 자들이여, 입만 열지 말고 가슴을 열고 정치를 해라!!



*사진출처: http://www.flickr.com/photos/msryan/2121756871/



사회통합은 경제 발전이 아니라
평화로 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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