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크라이스트,과연 국내 상영될까?

▲영화 포스터부터 논란을 불러일으킨 '안티크라이스트'

 
영화 ‘도그빌(Dogville, 2003)’을 연출, 국내에 널리 알려진 덴마크 출신 영화감독 라스 폰 트리에. 2009 칸영화제에서 선보인 영화 ‘안티크라이스트(Antichris)’가 비평가들의 혹평을 받았지만,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영국 출신의 배우 샬롯 갱스부르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 도입부에 성기가 들어난 섹스신과 전라 노출 장면 때문에 국내에서 개봉될지가 미지수다. 한 달 동안 시간을 쪼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들을 보았다. 연극과 영화의 경계를 무너뜨린 실험작 도그빌이 그나마 대중적인 영화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안티크라이스트. 적그리스도를 뜻한다. 적그리스도의 배경은 유태교의 종말론이다. 적그리스도가 뜻하는 말은 다양하게 해석된다. 영화 안티크라이스트도 영화 시작부터 막을 내릴 때까지 여러 상황들이 연상된다. 안티크라이스트가 국내에 개봉된다면, 찬 반 논쟁이 뜨거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벌써 국내 몇 몇 사이트에서는 욕설까지 올라와 있다. 욕한다고 보지 않을 소냐만, 분명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영화 '안티크라이스트'에서 열연한 영국 출신의 여배우 '샬롯 갱스부르'. 영화 '크리스마스 트리'로
세자르영화제에서 여우 조연상을 받아 연기력을 인정 받은 배우다. 안티크라이스트에서 마치 연극 배우처럼
온 몸을 던져 치열하게 연기력을 보여 주었다.

 

인터넷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영화 비평가들의 자리가 옹색해졌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평론가 뺨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온다. 이제 사람들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대략의 줄거리와 평점을 보고 관람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영화는 평점만으로 비평만으로 가늠할 수 없다. 사람 얼굴이 천차만별이듯, 보는 관점과 취향에 따라 영화의 평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안티크라이스트는 바로 그런 영화다. 평점과 혹평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특히 예술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는 필독이 아닌 필견 영화로 추천하고 싶다. 스토리를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영화가 상영된다면 영화관에서 보시든지, 아니면 DVD를 구입해서 보시라.

 
안티크라이스트의 매력은 무엇일까? 현대판 아담과 이브가 된 윌렘 데포, 샬롯 갱스부르의 온 몸을 불사르는 연기력은 차지하더라도, 영상미를 손꼽고 싶다. 컬러 영화지만 흑백 같은 강력한 명암이 교차한다. 영화 한 컷 한 컷이 초상화다. 현실이지만 우화 같은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보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안티크라이스트에서 숲은 생명의 시원이자 끝을 의미하는 가장 핵심적인 매개체가 된다.

 

이야기 없는 이야기 안티크라이스트. 인간의 원초적인 벌과 고통, 최후를 보여주지만 성경의 장 넘기듯 보아서는 안 된다. 영화를 보다가 가끔 영상과 시적 대사에 영화의 장면을 흘려보낼 수 있다. 물론 잠도 올 수 있다. 하지만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

 안티크라이스트가 흥행성을 잣대로 국내에 개봉되지 않거나, 심의 과정에서 반 토막 낸다면 불행이다. 욕설과 외설이 난무한 세상에 안티크라이스트가 온전한 모습으로 개봉되기를 기대한다. 영화는 정치적이지만 정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