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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밥/영화

영화 ‘이태원살인사건’의 실제주인공을 만났던 기억

by 밥이야기 2009.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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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태원살인사건’의 시사회를 보고 왔습니다. 시사회는 잘 가지 않는데, 이 영화는 저에게 각별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알려지다시피 1997년 이태원 햄버거가게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97년에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선배의 권유로 갓 만들어진 작은 광고회사에서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이사 직함을 달고 일을 했습니다.

그 회사의 사장이 바로 ‘이태원 햄버거 살인사건’의 용의자였던 알렉스(극중 신승환)의 아버지였습니다. 이 분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 다양한 일(정체를 알 수 없는 일)을 하는 분이였는데, 기억해 보건데 정치권에도 발이 넓은 마당발이었던 것 같습니다. 은행대출도 쉽게 받고. 그 때는 한국사회가 이른바 백그라운드 사회였지요. 지금보다 학연, 지연관계가 끈끈했지요. 회사의 실질적인 운영은 여동생에 맡기고 명목상 사장이었습니다. 근무 중일 때 다급한 소식을 전해들은 사장. 바로 이태원 햄버거 살인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아들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사장 아들(알렉스)을 본 적이 있는데 건장한 체격에 전형적인 미국 교포 2세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장은 성격이 급했는데, 외견상으로 본 아들의 모습은 차분해 보였습니다. 그 후 얼마 있지 않아 그 회사를 그만두고 뉴스를 통해 살인사건의 진행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같은 영화. 영화 같은 현실에서 두 명의 용의자가 서로 살인혐의를 부인하는 바람에 살인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됩니다. 미국수사팀과 한국수사팀의 혼선도 한몫 거들었지요. 정황으로 보아서는 두 사람 중에 분명 한 사람이 살인을 했는데 서로를 겨냥해서 손가락질을 했으니까요. 결국 법원은 심증만 남기고 두 사람에게 유죄 같은 무죄를 선고하게 됩니다.

 

결국 법원은 심증만 남기고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사건’으로 숨진 조아무개 씨의 유족이 아더 패터슨, 에드워드 리와 그 부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2억7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판결문을 읽어보면 “비록 에드워드 리가 형사 법정에서 조 씨를 살해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적어도 이들 둘이 공모하거나 두 사람 중 한명이 다른 사람의 살인을 교사 또는 방조해 별다른 이유 없이 조씨를 살해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부모들도 자식들에게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불법적인 침해를 가하지 않도록 사회생활 규범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시키지 않아 이 살인 사건이 발생하게 한 책임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분명 두 사람 중에 한사람이 살인자가 분명한데, 벌금형으로 풀어난 사건. 이 사건과 판결은 아마 법대생들의 필수 습득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고 합니다. 법원의 판사는 분명 두 용의자에게 물었습니다. “둘 중의 분명히 죽인사람이 있는 건 확실한 가요" 두 사람은 답변을 했지만 ”네“라고. 그렇지만 두 사람은 서로 죽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확증은 있지만 물증 없는 이태원 햄버거 살인사건. 어처구니없이 숨진 한국의 대학생.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미국의 위력과 유전무죄, 무전유죄(용의자 부모들의 재산과 영향력)를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 반미감정이 극도로 치솟았던 순간순간들이 지나갑니다.

 
영화는 끝나지만, 끝나지 않은 살인사건의 실체. 영화도 영화지만 ‘이태원 햄버거 살인사건’을 통해 지난 시간을 추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방송에서도 특집다큐멘터리로 만들었을 정도이니.

 
이태원살인사건을 보고 나오면서, 살인 사건으로 숨진 고인을 떠올려봅니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질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