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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도서관에 갔는데 책이 없다?

by 밥이야기 2009.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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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쿠싱 아카데미의 실험


▲책 없는 도서관을 실험하고 있는 쿠싱 아카데미의 교장  James Tracy (사진:The Boston Globe)

도서관 자료를 찾다가 우연찮게 미국 보스턴 글로브(The Boston Globe)지에 실린 기사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기사 제목은 “Welcome to the library. Say goodbye to the books.” 도서관에 온 것을 환영하지만, 책들은 없다는 뜻입니다. 9월 4일에 쓰인 이 기사는 현재까지 450개가 넘는 댓글이 이어질 정도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댓글을 읽어보면 기사 못지않는 좋은 의견이 넘쳐 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기사 읽어 보기). 우려와 기대감,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동부(매사추세츠 주, 뉴잉글래드 지역) 최고의 명문 사립학교 중에 하나인 쿠싱 아카데미(Cushing Academy). 1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쿠싱 아카데미는 한국 학생들도 많이 유학 중인 학교입니다. 역사 못지않게 이 학교는 창의성과 자율성에 기반 한 교육운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학교에서는 최근 도서관에 책들을 아예 없애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을 21세기 관점(전자도서관, 인터넷기반 지식공유)에서 리모델링하고 있는 거지요. 도서관에 책을 없애고 대형 모니터와 컴퓨터기기, 편의시설로 대체함으로써 비용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겁니다.

 책 없는 도서관이라. 참 간단한 것 같지만 어려운 문제입니다. 아무리 사이버 세상이라고 하지만 책 없는 미래는 왠지 삭막해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도서관 문화나 책 읽는 문화를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인지 한 번 책 없는 도서관에 대해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도 합니다. 한 쪽에서는 도서관이 없다. 도서관에 책이 없다고, 도서관 만들기 운동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다른 한 편에서는 도서관은 있지만 사람들이 이용을 하지 않아 명목상의 도서관만 있지 않느냐고 되묻고 있지요. 차별성 없는 도토리 키 재기 같은 도서관만 있다는 뜻입니다.

 




도서관의 미래는?

구글이 벌이고 있는 지식의 공유, 전 세계 도서관에서 잠자고 있는 책들을 인터넷상에 구현하고 있습니다. 지금 인터넷 사용 추이라면 아무래도 인터넷을 통한 정보 찾기나 책 읽기가 흐름에 맞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아날로그를 대변하는 종이책이 사라진 다는 것은 시원섭섭한 이야기입니다. 시원보다는 섭섭함이 강합니다. 사람마다 물론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겠지만. 쿠싱 아카데미도 아마 여러 측면에서 고민을 했겠지요, 도서관 이용자 수나 비용 등.

 문제는 도서관의 양이 아니라 질이 문제이겠지요. 도서관을 잘 만들어 책을 채워 넣는 것 보다 책 읽는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한데.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여기에는 중첩되는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일차적인 교통정리나 아니면 국가차원에 도서관 비전을 세워정보고속도로 못지않은 도서관그물코를 만들어야 합니다. 학교마다 도서관이 있고, 수도권의 대부분의 시와 구에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이들을 묶어내는 거점 도서관(국회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 등) 또한 있습니다. 도서관마다 보관하고 있는 책들도 가지각색이겠지만 중첩되는 것도 너무 많지요. 결국은 흩어져 있는 도서관을 묶어내고, 차별화 하는 것이 필요한데, 과연 지금의 한국 현실에서 도서관 네트워킹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 듭니다.

 또한 산간지역이나 지방의 경우와 상대적으로 문화여건이 좋은 서울수도권에 비해서는 도서관 숫자나 책보유율이 떨어지니 그런 곳은 아무래도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도서관이 더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거의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책을 대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책을 사서보거나 빌려보는 습관이 잘되어 있는 분들은 예외로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을 사서 볼 것 같습니다. 아니면 책을 읽지 않거나. 도서관이 대부분 학생들의 시험공부 장소로 전락한지는 해묵은 이야기가 되어있지요.

 책도 그렇지만 신문도 마찬가지 운명이지요.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다보니 예전보다 책 읽는 시간이나 신문 읽는 시간이 많이 줄어 든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일반 직장인에게는 도서관 아무래도 박영한 소설 제목처럼 ‘머나먼 쏭바강’ 입니다. 주말은 쉬어야 되고. 국가의 백년대계나 미래를 위해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보다 도서관을 주제로 도서관미래전략을 짜고 이루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요. 도서관 하나를 놓고 문제를 풀다보면 우리의 교육현실까지 묶어 바꾸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의 실험을 통해 생각과 지혜가 열리듯이. 문제는 책 없는 도서관이 아니라 지혜의 그물코를 잘 만들어 낼 필요가 있습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소외되고 중첩되는 현실에서 이런 실마리를 풀어 볼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습니다.

 

일방적인 만들기만 있고 컨덴츠는 비어있는 도서관 만들기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작지만 함께 생각해서 공동체마다 지방마다 스스로 이루어내는 웹2.0 시대의 도서관. 이제 한번 다시 우리의 현실을 진단하고 실험해 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