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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미국 교포가 생각하는 ‘2PM 재범 발언’

by 밥이야기 2009.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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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이시아 ‘2PM 재범“ 팬들은 울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옛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사람을 어제 만났습니다. 이 분은 다섯 살 때부터 미국에서 사신 분입니다. 미국 뉴욕의 파슨스 스쿨에서 광고디자인을 전공하고 세계 최고라 불리는 광고회사에서 근무하다 한국에 스카우트 되어 근무를 잠시 했습니다. 파슨스 스쿨(Parsons School of Design)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을 배출한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갖고 있는 학교입니다. 그렇기 때문인줄 몰라도 한국에 와서 같이 근무를 할 때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하도 미국이야기를 많이해서 짜증이 날 정도였으니까요. 이분이 처음 한국 광고회사를 출근하는 날, 폭탄주에 인사불성이 되었습니다.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 때문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폭탄주를 마시게 되었지요. 이분이 한국 광고회사를 그만두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아니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만은 사실입니다. 광고회사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심한 패거리문화와 왕따 문화, 뒤에서 하는 욕질문화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한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실력으로 만으로 살아 갈 수 없는 사회란 것을 알았던 거지요.

  이분이 세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한국 가수들을 좋아해서 ‘2PM 박재범’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박재범이  발언한 내용을 가지고 왜 이리 난리법석을 피우느냐고 저에게 핀잔을 줍니다. 저도 2MB는 잘알아도 2PM 박재범 잘 모른다고, 난색을 표했는데, 계속 따져 묻기 시작했습니다. 언론에서 하도 떠들어대니 귀동냥으로 알고 있다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과거 직장 다닐 때 이야기까지 풀어 놓으면서 이야기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말만 세계화다, 왜 한국에 대해 비판을 하지 못하느냐” “박재범이 완벽한 인간도 아니고, 한국문화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발언한 내용을 가지고 너무 몰아세우는 것 아니냐” "젊은 애들 얼마나 욕잘하는 줄 아느냐" "보이는게 다냐"부터 줄줄 이야기가 삐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박재범이 사과까지 했으면 되었지”,“언론이 문제다” 거품까지 물 것 같아서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린다고 혼

이 났습니다. 그분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국민을 속이고, 별 짓 다하는 인간들은 뻔뻔하게 잘 사는데, 미국에 가면 교포들이 한국에 대해 얼마나 많은 비판을 하는지 알고나 있는지” 소리가 윙윙거리면서 계속 따라 다녔습니다. 저는 “사회적 공인은 말조심 해야지요” 이 말 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박재범 씨가 2PM을 탈퇴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갑자기 그 분의 이야기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말은 잘 못했지만, 사과했으면 넘어갈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아직 우리 사회에는 없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네요. 정말 말 잘못해서 정치권에서 퇴출당할 사람들은 잘 버티고 있는데. 사실 박재범 씨의 말 수위는 새 발의 피 아닙니까. 알게 모르게 국민을 조롱하고 속이는 사회지도층인사가 얼마나 많습니까. 어떻게 보면 박재범 씨는 말은 심할 정도로 잘못 했지만, 말에 책임지는 자세는 보여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언론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책임지는 자세는 오히려 본받아야 되지 않을까요.

  다문화 사회에서는 특히 서로의 성장 환경이나 배경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옛날에는 정말 어른신들이 조선놈 이야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습니다. 무슨 이야기만 나오면 조선 놈들은 정말 안 돼. 자신들도 조선 놈이면서 말입니다. 요즘 세대들은 특히 맹목적 애국주의의 함정에 빠질 수가 있습니다. 언론의 덫에 빠져서 판단이 마비될 수도 있지요. 언제는 미국을 사랑했다가 순식간에 반미주의자가 된다든지, 일본을 씹으면서 일본문화를 동경하는 이중성. 이런 것들이 극단을 달리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사태를 통해서 말과 배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껴봅니다. “선배 미국에서 잘 사세요 ” 광고회사에서 국내파가 국외파를 배타하듯 저도 같이 직장 다닐 때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시샘이었지요. 사과드립니다.“

 
그나저나 이번 일로 박재범을 알게되었으니 2PM 음악을 한 번 들어보야야 할 것 같습니다.
박재범 씨 툴툴 털어버리세요.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잘 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고
사과의 수위는 약했지만 형식적이나마 사과를 했으니. 이번 기회를 통해 말의 중요성을 배우셨을 겁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는데 한국 비하 발언은 천리가 아니라 만리까지도 갈 수 있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한국 진출을 생각하고 있는 젊은 가수들은 박재범씨 발언을 타산지석으로 삼으시길 바랍니다.
노래실력도 실력이지만 인격수양이 중요하다는 것도 명심하시고.

그런데 왜 도망가듯 그리 빨리 미국으로 갑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