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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광화문광장은 '오세훈공원'이다

by 밥이야기 2009.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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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통의 랜드마크가 된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서울광장은 이명박광장, 광화문광장은 오세훈광장 

광화문광장이 시민들에게 얼굴을 선보였습니다. 서울 중심지에 두 개의 광장이 ‘광장의 이름’으로 열려 있지만, 과연 두 광장을 ‘열린 광장’으로 불러야 할지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광장이 이명박 광장이라면, 광화문광장은 오세훈광장이라는 생각을 쉽게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광장은 한 나라, 한 도시의 대표적인 상징물(랜드 마크)로 포장되기도 합니다. 광장을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의사 표현의 한 장으로써 기능하지 않을 경우 광장은 권위적인 공간이나 상업적인 공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광장은 통치자나 입안자의 관점에 따라 색깔을 달리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이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중국의 천안문 광장같이 나라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국가 상징 가로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광화문광장을 빗대어 예를 든 샹젤리제나 천안문 공간처럼 광화문 광장이 국가의 정체성을 함축시킨 문화공간이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광화문광장이 열리자, 이틀 만에 35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찾아와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광장이 열렸다는 사실에 기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울시에 볼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크고 작은 상징물이 덕지덕지 청와대, 광화문, 서울시청, 청계천 주변이 너무 집중 포화되어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포커스식 광장 잇기나 볼거리 집중현상이 좋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도시나, 서울이 100년 내다본 도시계획 속에서 공간이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정권의 입김과 성향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이명박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에는 지방은 없고, 수도권만 있습니다.



▲16차선의 광화문대로, 도심 곳곳에 크고 작은 광장과 공원이 세워지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8월 1일 열린 광화문 광장은 웬지 답답해 보인다. 시야가 막혀서 답답하고, 광장으로 불리기에는
사용조례가 답답하고, 촛불시위 때 명박산성이 떠올라서 답답하고,공원도 광장도 아닌것이,
오세훈공원이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다.



광장의 침뜻은 크기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에 비례한다. 


광장은 국가에 따라 의미나 해석을 달리합니다. 문화적으로 지역 균형발전이 된 국가의 경우 수도는 조금 집중화 될 필요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샹젤리제처럼. 프랑스의 샹젤리제가 프랑스 광장을 대표하지만, 샹젤리제 못지않은 광장과 문화시설이 지역(삶의 쉼터) 곳곳에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는 다른 상황이지요. 국가의 크기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일일 생활권에 접어들었지만, 일일 생활권은 서울, 경기권의 발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지방의 현실을 생각해 볼 때 수도권 문화집중이 유쾌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중국의 천안문은 사실 광화문광장과 비교할 대상이 아니 다고 생각합니다. 개방성보다는 국가 이념을 알리는 상징적 개방성만 있을 뿐. 폐쇄성이 더 강하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 까요?

 그렇다면 열린 광장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까요. 어떤 분들은 서울광장이나 광화문광장이 집회만 하는 장소가 아니지 않느냐, 잦은 시위로 일반인들에게 피해를 주어서 되는냐라고 이야기합니다. 맞습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공원과 광장이라는 표현은 다르게 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블로거들이 이야기 한 것처럼, 지금의 서울광장이나 광화문광장은 광장이라기보다는 공원이나 쉼터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광장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거지요.

광장이라는 표현을 쓸려면, 광장의 의미에 맞게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광화문광장은 아무리 뜯어보아도 광장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만들어져 있고, 그나마 광장의 의미를 조례라는 법적 테두리 안에 묶어 놓았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광장이라는 표현을 들먹이며 열린 공간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조례는 누구를 위한 조례입니까. 서울시민을 위한 조례가 아니라, 광장을 묶어두기 위한 조례는 조례가 아닙니다.

광화문광장은 오히려 서울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광화문과 경북궁의 시야를 가로 막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화문일대는 잘 아시다시피 서울 중심지 중에 교통체증 지역입니다. 광화문광장을 보니 왠지 촛불 시위 때 컨테이너로 가로 막은 명박산성이 떠오릅니다. 시야도 막히고, 왠지 구색 맞추기 날림 공사 같은 공원. 공원 같지 않은 광장. 광장 같지 않은 공원. 바로 광화문광장의 현주소가 아닐까요.


한 쪽에서는 광장 같지 않은 광장이 열리고, 다른 한 쪽에서는 경찰청에서 공개한 시위용 벽차가 선을 보이고 있는 현실. 서울광장의 폐쇄성이 불통 이명박 광장으로 불리듯이, 광화문광장은 새로운 이름의 오세훈광장이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35만 명이 찾은 광화문 광장이 어설프게 보이고 차벽으로 막힐 서울광장이 광장이 아니듯, 이제 서울시는 캐치프레이즈도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열린 시정이 아니라 오세훈 시장을 위한 시정, 열린 광장을 포기한 광화문광장은 오세훈 광장. 치적물로써 두 광장은 역사에 길이길이 남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