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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은. 곱디 고운 이름을 뒤로 하고 곱지 못한 세상과 이별했다. 가난하지만, 만약 최고은이 남긴 배고픈 쪽지를 보았다면, 박경리 토지문학관에 입주할 수 있도록 소개시켜 주었을 것을. 장담은 못하지만. 아니면 담배와 술 끊는다는 각오로 쌀 한가마니와 김치와 고기를 보내 줄 수 있었는데. 당신의 집과 내가 살고 있는 거리는 지하철로 20분 거리. 그래서 더욱 너의 죽음이 안타까웠다. 비록 능력은 없지만 앵벌이가 되어 도와줄 수도 있었는데. 언제나 마음뿐이다. 처음 한겨레신문을 통해 너의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한번도 보지 못한 흐릿한 너의 얼굴에 잠시 화가 나기도 했다. 고단한 현실이라고 하지만 왜 이겨내지 못했을까. 당신 보다 더 어려운 이웃도 악착같이 살아가는데. 하지만 이해한다. 너의 죽음을 개인사로 돌리기에는 영화산업 생리와 예술인들에 대한 환경이 너무 척박하다. 맨 땅에 헤딩하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오늘 문득 딸 같도 늦동이 동생같은 너를 떠올리면 너의 이름으로 기금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무소속. 예전이라면 열을 품어내면 기금을 만들어 보았을 터인데, 나 역시 가난하고 너 처럼 쑥맥이다.
미국은 참 많은 재단이 있다.특히 지역재단(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이 많다. 자신의 이름으로, 자식의 이름으로 추모하고자 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크고 작은 민간재단이 많다. 미국의 열악한 복지시스템을 그나마 보완시켜 주는 것이 바로 지역재단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굳이 재단을 만들 필요가 없이, 투명하게 잘 운영되고 있는 재단에 기금을 만들수 있다. 그 기금은 기부자들의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기부자가 지정한 사용 목적에 맞게 쓰일 수 있다. 기부자들은 언제나 기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 할 수도 있다. 물론 한국에도 그런 재단이 있다. 최고은의 이름으로 영화 시나리오 창작기금을 만들어 너의 죽음이 다시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기억하는 기금을 만든다면... 영화계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문화 창작, 죽은 인문학 시대를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가장 투명하게 재단을 운영하는 곳에 기금을 만들어 일년에 한 명이 되었든 두 명이 되었든, 어려운 환경에서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과 창작지망생들의 희망을 걷어올리는 마중물 기금을.
물론 기업이나 관련 정부 부처나 여러 기관과 관련 사업 단위에서 창작지원을 하는 기금은 있지만, 전형화되어 있다. 시대 분위기와 여건에 따라 돈의 쓰임새가 오락가락한다. 하지만 민간차원에서 작은 기금을 만들어 지원한다면 행정 비용을 줄일 수 있을뿐더러 작은 돈이지만 작가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을 지원할 수 있다. 돈을 지원하고 나서 사후관리는 할 필요 없다. 선정된 작가는 돈을 자유롭게 쓰면 된다. 결과도 바라지 말자. 지원 받는 사람의 이름도 비공개. 작가 자신이 말하지 않는 이상 비밀보장. 창작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결론이 나는 단기 사업이 아니질 않는가. 밥은 나눠먹어야 맛있다. 혼자 먹는 밥은 밥 같지 않다. 밥이 창작의 원천이요 생명의 원천이다. 밥이 하늘이다. 가난하지만 따뜻한 밥 한 공기 나누어 먹는 사회. 너의 이름으로 기금을 만들고 싶다. 지혜와 지혜가 모인다면 못할 일이 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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