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바다에서는 포격 훈련이 이어지고, 4대강에는 강의 파괴가 이어지고 있지요. 강뿐만 아니라 강 유역의 대지 또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전쟁이 따로 없습니다. 어제 늦은 밤부터 4대강 사업과 관련된 기사와 글들을 스크랩하다가, 이준구 교수(서울대 경제학부)가 자신의 누리집에 쓴 <전문가가 아니면 입 다물고 있으라고?> 제목의 글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면 입 다물고 있으라고?>
“4대강 문제는 토목공사 하는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다룰 문제지 종교인들의 영역은 아니다.”라는 한 종교 지도자의 발언이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연이어 한 한 보수언론은 ‘4대강 문제가 인권, 정의와 같은 보편적 가치의 영역에 속한 문제가 아니라 치수와 개발 같은 과학적, 기술적, 세속적 문제’라는 사설을 통해 그 종교 지도자의 편을 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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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의 4대강사업 반대를 늘 껄끄럽게 느껴왔을 정부로서는 “이게 웬 떡이냐?”라고 쾌재를 부를 만도 하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었으니 이만저만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종교 지도자의 발언이나 그 보수언론의 사설이 아무리 순수한 동기에서 나온 것이라 할지라도, 이 미묘한 상황에서 명백하게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편향성을 가졌다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신부님, 목사님, 스님, 교무님들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4대강사업을 반대했을 리 없다. 널리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해 경청하고 오랜 고심 끝에 그와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분들에게 입 다물고 전문가들에게 맡기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되었든, 언론이 되었든, 종교 지도자가 되었든 어느 누구도 그렇게 이치에 닿지 않는 요구를 할 권리가 없다.
*출처:이준구 교수 누리집
전문가들에게 맡겨서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무너졌지요. 어디 그뿐입니까. 4대강 사업은 공학적 관점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관점에서도 문제가 있는 사업입니다. 거짓말과 과대포장광고로 일관했으니까요. 처음부터 끝가지 일관되게 전개된 부문이 있는가요. 여론이 좋지 않을 때마다 이름을 바꾼 사업이 4대강 사업입니다. 운하에서, 하천정비, 4대강 살리기.. 토론과 소통 과정은 철저하게 배제되었습니다. 4대강 사업을 옹호하는 자들의 논리는 한결같았지요. 전문가들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책임지겠다. 오죽하면 국어 시험을 앞 둔 한 고등학생이 <추적 60분> 4대강 편 불방과 관련, 한국사회가 민주사회인가라고 질문했겠습니까.
‘발전’과 ‘개발’. 참 많이 듣고 들어왔던 말 중에 하나지요. 4대강 사업을 진정한 발전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전문가의 말만 믿어 라며, 획일성을 강요하는 개발은 생명과 문화의 다양성을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의 한국 개발사를 살펴보면 어떻습니까. 경제활동의 현대화를 통해 ‘발전’의 수익성 있는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식이었습니다. 되살리겠다는 이면에 숨은 개발논리를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누구를 위한 되살림입니까. 4대강은 강의 파괴뿐만 아니라, 소수 개발 이익집단을 위해 지방 경제를 파괴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강 유역에 들어설 유흥시설과 골프장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 갑니까. 4개강 사업은 철저하게 중앙권력, 도시적 관점의 사업입니다. 철저하게 정보를 차단시키고, 반대 여론도 펴지 못하게 하는 4대강 사업은 한국 근현대사에 길이 남을 불통의 사업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저는 지금 한반도는 포화 없는 전쟁 중이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4대강 사업의 피해는 그 언제인가, 전쟁 못지않은 재앙을 불러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땀 흘린 일 없는 사람들이,
푸른 보리밭에 눈 길 한 번 준 일이 없는 사람들이,
강과 땅을 바라보며 허리 굽혀 일하던
아버지의 물 논을, 어머니의 가을밭을 덮어 간다.
삽과 쟁기를 들었던 우리의 아버지가,
아버지의 아버지가 들려주었던 노래를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없다.
강이, 온 들이 울고 있다.
(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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