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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김밥 할머니 기부 vs 이명박 재산기부

by 밥이야기 2009.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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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츌처: 아름다운재단


우리나라 기부문화 한 가운데에는 이른바 “명동 김밥 할머니 기부”가 있습니다. 평생 힘겹게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신 할머님들은 “우리나라 나눔 연대기”라 불러야 합니다. 어떤 목적에서 자신의 돈과 재능, 시간을 기부하기 시작했건 간에 그 행위는 귀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1970년대부터의 언론에 보도된 94건에 이르는 할머님들의 기부와 그 동기들을 헤집어 살펴보니, 서늘하리만큼 궁핍하고 악착같던 당신들의 삶을 왜 노년에도 보상받지 못하고 모두 내놓으셨던가. 어리석게도 속상한 마음이 듭니다. 할머님들은 배우지 못하고 누리지 못한 한에 어려운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하고 불우한 이웃들이 조금이라도 낫게 살기를 바랬다고 하시니, 아름답지만 아픔 어린 기부들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19개월이라는 장고 끝에 국민과의 약속인 “재산 기부”을 확정 발표했습니다 . 그런데 재산 출연 방식이나 형식은 실망입니다. 할머님들의 기부처럼 말 그대로 아낌없이 재산환원을 하지 않고, 대통령 자신의 아호를 따서 재단법인 청계를 만든다고 했으니까요. 필자가 올 초에 썼던 글(MB 재산, 사회 환원에 대한 일곱 가지 의견)을 다시 살펴보면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합니다.


<MB 재산, 사회 환원에 대한 일곱 가지 의견/2009.2.14>

2007년 12월 7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은 검찰의 BBK 수사 발표가 나온 직후 “우리 내외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내 전 재산을 내놓겠습니다”라고 국민들과 약속을 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BBK처럼 300억 원이 사라져 버릴까 국민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는데, 드디어 이명박 대통령이 약속한 300억 원대의 재산 사회 환원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재산환원 추진위원회(가칭)도 꾸려지는 것 같고,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 전후로 300억 원을 어떻게 쓸 것인가 곧 발표가 되겠지요. 학수고대까지는 아니어도 많이 기다렸답니다. 300억 원 참 큰 돈입니다. 평범한 직장생활 꾸려가면서 꿈 꿀 수는 없는 돈입니다. 그런데 돈을 사회를 위해 제대로 쓸려고 작정하면 큰 돈이 아닐 수 있습니다. 왜냐고요?

장학재단을 만들 것인가? 아직 돈의 사용처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지 않아서 섣불리 말하기는 그렇지만 300억 원을 쓰는 주체(법인성격, 사업주체)에 따라 돈 쓰임새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재산 사회환원과 관련해서 몇 가지 의견을 드리고 싶습니다.


1. 이명박 대통령 이름으로 재단을 만들지 마십시오.

 이명박 대통령 재산환원 배경을 생각하면 돈의 출연자 이름으로 재단을 만드는 것은 반대하고 싶습니다. 깨끗하게 재단 설립과 사업에 참여를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2. 재단 이사진(이사장과 이사, 사무처 등)에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이나 관련인사를 참여시키지 마십시오.

돈을 출연하는 순간 이제 돈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떠나야 합니다. 또 하나의 이명박식 재단이 탄생한다면 국민들은 재단을 신뢰하지 않을 것입니다.


3. 재단을 만들지 마십시오.

사업 성격에 따라 300억 원이 종자돈(법인설립의 씨앗돈)으로 쓰일 수 있고, 300억 원의 이자 로 지속적인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단을 설립하게 되면 재단운영(직원채용, 경비 등)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습니다. 300억 원의 이자로 사업을 할 경우 얼마나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돈을 쓰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4. 워렌 버핏(Warren Edward Buffett)형 기부는 어떨지?

 재단을 만들지 말고 워렌 버핏처럼 운영을 잘하고 있는 자선재단에 기부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자인 워렌 버핏은 2006년 우리 돈으로 37조원을 가족들 명의로 된 자선단체 4곳과 빌 게이츠의 자선단체 등 5개 재단에 나눠 맡기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운영을 잘하고 있는 자선재단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성 있는 재단에 돈을 기부하는 방식도 고려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5. 나눔에도 창발적인 아이디어 필요합니다

 장학사업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손길이 닿지 않는 복지의 사각지대를 찾아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합니다. 경직된 틀로 재단을 만들고 포장하고 생색내기로 그칠 수 있는 지원 사업은 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 대상을 위한 지역아동센터(공부방)를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선생확충 등)을 개발해서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6. 고기를 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지원프로그램을 개발

일회적으로 지원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에 대한 투자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십시오. 나눔도 투자입니다.

 7. 시민(국민)들로부터 의견을 들어 보십시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돈을 쓸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어 보십시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선별해서 쓰는 방법도 고려해 보십시오. 300억 원 뿐만 아니라 선정된 아이디어에 동참하는(매칭 기부/돈을 보태어) 기부자들과 함께 나눔의 광장을 만들어 보십시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재단설립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 개인철학의 영향도 있었다”이라며 “최고 지도자 재임 중에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한 것은 세계 정치사에 유례없는 일”(미디어 오늘) 이라고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환원에 대해 논평을 냈습니다.

우리 사회 오피니언리더층의 기부보다 할머니들의 기부를 살펴보십시오.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기부는 오른손이 왼손이 모르게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이었습니다. 또한 사회 지도자들 보다 못배우고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 오신 분들은 세계정치사 운운할 필요없이 기부를 실천해 오셨습니다. 부끄럽지 않습니까.

할머님들이 남기 신 말들을 들어 보시면서 " 이명박 재산 기부 방식"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십시오.

조사기간/1970 ~ 2005

< 나눔에 참여 해 주신 할머니, 할아버지>

 이경지 이원경 이건화 유순례 권기옥 송필성 백금옥 안복술 이순덕 김점순 임성임 이복순 김학임 신언임 김쌍금 강임연 박상순 장내순 윤전수 김복금 신순이 김덕윤 김연옥 윤철상 김정자 윤선옥 강처여 윤분애 김순내 김정실 윤혜성 전정숙 김복동 김학순 문순이 유양선 최희섭 원학숙 김치덕 김복순 임순득 조명덕 장경자 최병순 오정분 손성찬 류양선 김선용 김낙중 김은주 이순옥 노명필 전청금 이주영 김분옥 문병금 오정렬 김군자 유금화 방인석 김동섭 정위연 박한규 박일분 문복남 이연희 강태원 조금임 이봉순 익 명 이명기 이금주 윤정혜 배순태 김화영 송경숙 김영희 최봉임 곽경수 유일순 지귀예 임윤덕 이병돈 약초할아버지 한칠석 이상순 황금주 김춘희 이순덕 김분임

 
기부하시면서 남긴 말들(명언들)...


• 가슴에 응어리진 집념을 60평생 간직했다가 그것이 실현되는 순간 오히려 허전한 느낌이다.

• 남들처럼 아들 딸 잘 기르고 가정을 일으키는데도 실패했지만 이 세상에 태어나 내 나름대로 작은 흔적이라도 남겼으니 여한이 없습니다.

• 30여 년 간 온갖 정성과 땀, 눈물로 축적된 전 재산은 얼어붙은 손을 입김으로 녹여가며 빌었기 때문에 제 영혼이 깃들어 있는 깨끗한 재산입니다.

• 덕분에 1만 3천여 명의 자식들을 얻었으니 더 이상 기쁠 것이 없다.

• 못 배운 한을 푸는 것이 마지막 소원, 죽기 전에 사회에 바람직한 일을 하고 자식 손자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싶어 장학금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 당연한 일을 했는데 너무 알려지는 것 같아 부끄럽다.

• 평생 머리에 빚질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을 정도로 바삐 살며 돈을 모았다.

• 높은 지위를 얻는 것 보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돼야 한다.

• 이제 뭐 바랄 게 있겠어요. 그저 나 같은 사람들 잊혀 지지 않는 것 밖에...
언젠가는 전 재산을 가난한 학생들을 돕는데 쓰자고 남편과 약속했다.

• 이 돈이 공부 잘하는 학생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쓰여 아들이 못다 이룬
 
인의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해 달라.

• 얼마 남지 않은 생애에 젊은이들을 위해 귀한 일을 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 어려운 학생들이 꿋꿋이 공부할 수 있도록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 하찮게 보일지 모르지만 내 평생 모아온 재산이니
나처럼 돈이 없어 못 배우는 사람이 없도록 가난한 학생들에게 써 달라.

• 돈도 제대로 쓰는데 주어야지, 아무데나 주면 버리는 것만 못해.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알뜰하게 써준다니 오히려 내가 고맙지.

• 옛 말에 억척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쓰란 말도 있잖아. 돈은 좋은데 쓰라고 들어오는 기라.

• 자녀가 없는데 소원 풀었네. 수천 명의 자식들이 생겼으니 말이야.

• 그동안 모은 돈은 사회로부터 받은 빚이랴, 이를 갚는다는 생각으로 장학금을 내놓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 재산 기부는 할머니 기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재단설립추진위원회까지 꾸려 내놓은 "재단법인 청계". 생생내기로 보이는 것은 무슨 연유때문일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