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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현대그룹에만 ‘승자의 저주’가 오는 걸까?

by 밥이야기 2010.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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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올인 했다고 합니다. 언론에 공개된 입찰 금액만 5조 5100억 원. 결국 현대그룹이 현대자동차컨소시엄를 예비 협상대상자로 따돌리고,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자로 결정되었네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뚝심이 현대건설을 되살려 놓을지 주목됩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승자의 저주’이야기가 흘러나오네요.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 PARADOXES AND ANOMALIES OF ECONOMIC LIFE )’라는 책이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이란 용어를 널리 알린 리처드 H. 세일러가 지은 책 제목입니다. 여기에서 이른바 인수, 합병(M&A) 과정에서 경쟁자가 우위에 서기 위해 과도한 입찰 금액을 써서 인수할 경우, 후폭풍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기 위한 말입니다. 경기에는 이겼지만 심한 후유증이 생길 수 있지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을 세상에 알린 대표적인 사례인, 1950년대 미국 석유기업들이 멕시코만 석유시추권 공개입찰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석유매장량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입찰가격을 높여(2000만달러) 시추권을 따내지만, 석유매장량의 가치를 따져 확인해보니 1,000만 달러. 결국 1,000만 달러를 허공에 날려 버린 꼴이 되었습니다. 이때 석유회사의 몇몇 엔지니어가 논문을 통해 ‘승자의 저주’라는 표현을 쓰게 된 것이지요.

 

현대건설 입찰 경쟁 예상 정적가격을 초과해서, 현대그룹이 1조 5100억원 더 써내어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승자의 저주’를 언급한 것입니다. 현대건설의 가치가 과대 책정됨으로써 미치는 영향(후유증)이 클 것이라는 시장의 반응이 나오자 현대그룹 주가는 떨어졌습니다. 인수, 합병 사례 중에 승자의 저주는 많습니다. 오늘은 경제 용어에 국한된 ‘승자의 저주’이야기를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승자의 저주는 인수,합병에만 있을까?


승자의 저주는 다른 분야에는 없는걸까요?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의 대가로 파병을 약속했다고 하지요. 승자의 저주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만일 하나 파병된 병사가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숨진 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요? 승자의 저주는 승자가 저주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저주를 주는 경우(남에게 피해를 주는)가 많지요. 예를 들어 입찰경쟁에 이기기 위해, 싼 값에 건설 수주를 해놓고, 공정과 예산에 맞추기 위해 협력(하청)업체에 가격을 낮게 해서 공사를 맡길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부실 공사의 1차적 이유이기도 합니다. 승자가 저주를 내려서 건물이 폭삭 주저 앉으면
승자의 저주가 자신들에게만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저주를 전가시킬 수 있지요.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이 되었지만, 만약 국회가 야대여소였다면 4대강 사업은 추진되지 못했겠지요. 하지만 승자의 힘은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시키게 합니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은 승자의 저주가 없을까요? 강의 흐름을 막고, 공기에 맞춘다는 이름 아래 속전속결로 사업을 진행시키다보면, 결국 부실공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누구에게 돌아가는 걸까요? 한 번 파괴된 자연은, 복구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돈으로 어떻게 환산하겠습니까. 승자의 저주가 두려운 이유입니다. 다음 세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승자에게 저주를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은 결국 큰 후유증을 겪을 수밖에 없겠지요. 최근 정부는 낙동강 사업권 회수를 경상남도에 공식 통보했습니다. 김두관 지사나 경상남도가 4대강 사업을 전면 반대하는 건가요? 점검하면서 하자는 거지요. 하지만 승자 입장에서 논리를 펴는 정부는 강수를 두고만 있습니다. 참 걱정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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