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연예 카테고리가 아니라 사회분야가 맞을 것 같아, 글보내기(사회) 한 점 양해바랍니다.
영혼바이러스에 감염된 무릎팍도사?
무릎팍도사에 안철수 교수(현 카이스트 교수/이하 안철수)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간만에 텔레비전 리모컨을 눌렀다. 안철수는 성공한 벤처기업가의 사례를 넘어, 한국 사회에서 조명 받고, 평가 받을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뜻하지 않게 한 출판사의 기획으로 안철수 교수와 여러 사람이 함께 책(공저/당신에게 좋은 일이 나에게도 좋은 일입니다)을 냈던 기억도 있어, 마음 먹고 무릎은 꿇지 않고 누워서 방송을 시청했다.
강호동의 숨 넘어 가는 연기보다, 안철수의 웃음 같지 않은 어색한 몸짓과 솔직한 말들이 더 인상적이었다. 안철수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안철수는 존경하는 인물들이 사라져 가고 있는 이 시대에 무엇을 시사해 줄 것인가. 강호동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유명인사 중에 어떤 사람은 죽을 쓰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솔직한 이야기로 재조명 받으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안철수는 무릎팍도사의 혼을 빼놓은 웃음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까, 아니면 도사들이 안철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것일까?
▲ 결국 정치도 국민에게 믿음과 꿈을 주는 것이 아닐까.
꿈이 죽어 가는 사회에서 안철수의 이야기가 값지게 들리는 이유이다.
대화중 인상적인 대목 다섯 가지를 들어보면.
1. 존댓말
안철수도 언제나 모든 사람에게 존댓말을 썼다. 군대에서도 군의관으로 근무할 때도 사병에게 반말이 나오지 않아서 “이것 좀 해줄래요” 정도. 부부싸움도 존댓말. 이런 배경에는 안철수 어머님이 계셨다. 안철수 어머님은 언제나 안철수에게 존댓말을 썼다고 한다. 하루는 학교를 지각, 택시를 타고 학교로 가는데, 그의 어머님께서는 “학교 잘 다녀오십시오”라고 말을 건넸다고 한다. 택시 기사아저씨가 나중에 혹시 형수님 되시는가 물을 정도였다고 하니……. 안철수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위아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역할분담만 있다는 것. 그의 존댓말과 겸손은 오늘날 안철수를 있게 했다. 존댓말이 아니라 어머님의 가르침이. 국가 지도자라는 사람들의 막말이 판을 치는 세상. 존댓말의 의미가 각별한 이유다.
2. 독서
학창시절에는 공부를 썩 잘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를 오늘에 있기까지 한 것은 바로 독서의 힘이 아니었을까. 초등학교시절에는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을 정도로 열심이었다고 한다. 책 중에서도 과학책과 소설책을 즐겨 읽었다고 한다. 하루는 도서관 사서가 안철수가 하루도 빼먹지 않고 책을 빌려가서 과시용(책을 빌려가고 회수할 때 책에 이름 기록)으로 책을 빌려가는 것이라고 여겨, 책을 빌려 주지 않기도 했다고 한다. 획일적인 암기식 시험과 공부에 찌든 학생들을 보면서, 우리의 교육과 도서문화의 현실이 떠오른다.
3. 집중
안철수는 촉망 받는 예비 의사였으면, 프로그래머였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노력과 집중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컴퓨터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입영전야 새벽까지 프로그램을 만들 정도였으니, 그의 집중력을 누가 따라 갈까? 새벽에 프로그램을 만들고 대구(군의학교)로 입소를 했다고 한다. 그의 가족들도 그렇게 군대를 입소하는 걸 잘 몰랐다고 하니 그날 만든 바이러스퇴치 프로그램이 오늘날 안철수 연구소를 있게 한 미켈란젤로 바이러스 최초의 버전이었다. 집중을 할 수 있게 한 것은 무엇일까. 가족의 힘이 아니었을까. 믿고, 따라 주었던 아내와 부모님들.
4. 변화
안철수는 무릎팍도사에게 고민을 이야기 했다. “ 살아오면서 직업을 여러 차례 바꾸어 왔는데 평생 직업을 갖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강호동은 예능백신프로그램을 치료해주겠다고 호언잠담했다.
안철수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국내에서 소프트웨어프로그램 자체도 생소할 때, 컴퓨터 바이러스프로그램를 개발했으니. 의사였고, 프로그래머였으면 기업가였다. 국내 벤처 기업 소프트회사로는 2번째로 연 매출 100억(제조업과 비교하면 5,000억원 규모), 국내 최초로 세후 순이익 100억의 기업으로 회사를 키워냈다. 그리고 회사를 후배와 직원들에게 물려주고, 미국 유학길(경영학공부)에 올랐으며,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에게 경영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다.
5. 더불어 함께
안철수는 회사가 아니라, 공익법인(컴퓨터 바이러스연구소)을 만들고 싶었다. 공공기관이나 단체에 설득을 해보았지만 쉽지가 않아 결국 회사를 설립했다. 원칙은 한 가지였다. 개인에게는 무료배포, 기업이나 단체에게는 유료판매. 안철수 연구소가 자리를 잡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1999년에 일어났다. 이른바 체(CHI/체르노빌 바이러스)라는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발생, 30만대의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 파괴되었다. 언론에서도 최초로 이 사건을 9시 뉴스에 보도할 정도였으니, 바이러스로 수천억 원의 피해가 발생하면서 흑자 기업으로 돌아선다. 미국 기업에서 1,000만 불에 안철수연구소를 인수하려고 했지만, 안철수는 거부했다. V3으로 대표되는 토종 바이러스백신이 사라지고 직원들이 해고되는 것이 눈에 뻔한데, 돈 때문에 영혼을 팔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도 세상에 알리지 않고 주식을 무상 분배하기도 했던 영혼이 있는 기업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던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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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풀면 더 많을 수 있겠지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안철수는 청소년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말로 방송의 끝을 장식했다. 도전정신을 가지라는 것.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똑똑한 사람도 아니요, 효율성이 아니다. 효율성은 오히려 도전과 창의성을 죽일 수도 있다. 안철수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사고관을 만드는 사회구조에 일침을 놓았다. “효율성이란 측면에서 가장 비효울적인 사람이 바로 나다. 인생은 효율성의 잣대로 평가하거나 되어서는 안된다. 자기자신에게 가장 큰 선물은 자기가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스스로 기회를 주어야 한다."
정당하게 노력하다 실패한 사람에게 사회는 실패자로 보지말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면 도전 정신은 생기지 않는다. 미국 실리콘밸리. 100개의 기업 중에 하나의 기업만 성공한다. 그렇지만 노력을 기울이고 정당하게 회사를 이끌다가 실패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곳이 실리콘밸리다.
강호동은 “직업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었고 평생 직업을 갖고 싶다”는 안철수의 고민에
답했다. “평생직업 궁금해 하지 말아라 직업이 바뀌면 더 한국에 도움이 된다”
경쟁과 효율을 최대 가치로 여기는 세상. 안철수가 던지는 말들은 많은 이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었으면 좋겠다.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특히 곱씹어 보아야 할 말들이 아닐까. 바이러스도 나름, 안철수 같은 착한 바이러스가 이 땅에 많이
퍼졌으면 한다. 그런데 사회는 경쟁과 효율성으로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나쁜바이러스가 사회에 만연되어 있다.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 강요와 권의의 바이러스다. 무릎팍도사들이 어제는 제대로 안철수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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