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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인터넷 실명제, 약인가 독인가?

by 밥이야기 2010.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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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실명제가 다시 여론과 법의 도마 위에 올랐다. 참여연대 공익법 센터는 오늘(25일) ‘제한적 실명제(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인터넷 실명제는 약일까 독일까? 이런 질문은 우문에 가깝다. 이분법적 논리로 인터넷
의 익명성을 막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실명제는 물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 세상은 모든 정보가 자유롭게 공유되고 익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일평균 10만 이상이 방문하는 사이트에 적용되고 있는 제한적 실명제인 정보통신망법 제44조6은 분명 위헌적 요소 있는 법이다. 합의(운영자와 사용자)도 없이 강제로 실명(주민등록번호)을 공개하게 하고 있지 않는가. 다시 말해 필명으로 사용되더라도 전기통신사업법 제45조에 따라 대부분의 포털사이트들은 실명을 영장없이, 게시자에 대해 고지하지도 않고 사정당국에 넘겨줄 수 있다. 실명제를 강요되면서 다양한 의견과 참여의 장이 사라지고 있다고 보아도 좋다. 특히 외국에서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은 참여연대 공익법 센터 의견대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어 '컨덴츠의 질을 저하‘ 시킬 수 있다.

 
해외의 많은 작가들과 사상가들은 중에 익명으로 글을 쓴 사람들이 많다. 만약 박노해가 요즘 같이 인터넷이 발달된 세상에서 글을 썼다면 “노동의 새벽”같은 시대를 상징하는 시집이 나올 수 있었을까? 박노해도 아마 사람들이 글을 읽고 퍼 나르는 인터넷에서 글을 썼을 것이다. 무죄선고를 받은 미네르바도 실명제의 덫에 걸려 100일간 영어의 몸이 되지 않았는가. 떳떳하면 이름을 밝히고 글을 써라는 논리는 너무 옹색해 보인다. 현실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블로거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글을 쓰는데 위축될 수밖에 없다. 비판을 받은 정부 입장에서야 이들이 독으로 보이겠지만, 결국 진실은 약이었다고 밝혀지지 않았는가.

무턱대고 아무런 논거제시도 없이 욕하는 악성 루머나 댓글은 자제되어야 하지만, 인터넷 실명제가 악성 댓글 문화를 막지는 못한다. 인터넷 실명제 이후 악성댓글과 불법게시물이 줄어들었다는 정확한 통계자료도 없지 않는가. 작년에 출판되어 화제를 모았던 <트루먼 스쿨 악풀 사건>을 다시 읽어 보니, ‘익명’이라는 내용의 짧은 글을 발견했다. 이렇게 쓰여 있다. “ 사람들이 평소에 절대 하지 않을 말과 행동을 인터넷상에서 맘대로 한다고 느낀 일, 당신도 있겠지? 맞다. 사실이다. 예를 들어, 난 절대로 릴리한테 가서 ”와, 너 정망 팅팅했더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서는 아무 거리낌 없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인터넷은 참 별난 세상이다. 어느 누구도 내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했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다. 껄끄러운 상대라면 직접 만날 필요도 없다."

 

사람들은 얼굴부터 천차만별이지 않는가. 생각과 마음 또한 다 다르다. 조직생활을 하면서 회사나 동료, 상사들에게 불만이 있어도 직접 노골적으로 욕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술자리나 친한 동료에게는 불만을 털어놓거나 하늘을 향해 고성을 지르면 욕을 한다. 블로그에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회사나 경영자에 대한 충언도 담겨있을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도 있지 않겠는가?

 

참여연대 공익법 센터가 낸 ‘인터넷실명제 헌법소원 심판청구서’에는 이런 말이 쓰여있다. “ ‘떳떳하면 왜 실명공개를 못하는가’라고 다그칠지 모른다. 길거리를 걷는다는 이유 만으로 신원공개를 요구당하면 ‘내가 뭘 잘못했는데?’라고 불쾌해할 것이다. 길거리 범죄를 막겠답시고 길을 걷는 사람들 모두에게 명찰과 주민번호를 달고 다니도록 강제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생각해 보라. 길에 나가기 자체를 꺼려할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특별히 범죄발생을 유추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한 국민들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

 

악플 없고 보다 인간미 넘치는 인터넷 세상을 꿈꾸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인터넷 실명제가 악플과 불법게시물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세계 민주주의 국가라고 불리는 선진국에서 인터넷 실명제를 쓰는 곳이 몇 곳이나 되나? 유튜브는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를 반대했고, 구글은 중국에서 철수 결정을 하지 않았는가. 인터넷 실명제는 헌법에 보장된 개인 사생활 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어긴 법이다.

 

인터넷실명제는 약인가 독인가로 나누어서 볼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이 갖는 긍정적인 측면 속에서 바라보아야 하며, 인터넷 속에서 사람 사는 정이 묻어나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점진적으로 노력하면서 바꾸어 나가면 된다. 인터넷 실명제를 하더라도 운영자와 게시자의 자발적 합의하에서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을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강제성이 문제인 것이다. 부디 헌법소원을 통해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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