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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 저는 다이어리와 명함이 없어요 ”

by 밥이야기 2010.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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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 다이어리

 어제 잠시 서울 영풍문고에 들렀다가, 때 지난 쌓아놓은 다이어리를 보았습니다. 다이어리를 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리를 구입해서 쓸까? 막연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연말이 되면 새해 계획과 일정을 위해 많은 분들이 다어어리를 구입합니다. 물론 어는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나 기관 같은 경우 자체 다이어리를 제작, 직원들에게 보급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직업이 없거나 1인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 노숙인 등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리를 가지고 있지 않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다이어리로부터 소외된 사람이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별히 자주 사람 만날 약속도 없고, 적은 내용이 없는 사람들에게 다이어리가 뭐 필요하겠습니까. 그냥 메모장이나, 큰 달력 하나면 족합니다. 예전에 어르신들은 매일 한 장 한 장 넘기는 큰 달력에 집안 제사나 행사를 기록하셨습니다. 뒷면은 메모지로 사용하셨지요.

 저녁에 예전 직장동료와 만난다음 포장마차에 들러 우동 한 그릇을 시켜 먹었습니다. 종로지역에 있는 단골 포장마차. 지금은 서울에 나올 일이 많지 않아 띄엄띄엄 들리는 포장마차 는 단골집입니다. 주인아주머니는 10년째 장소를 이리 저리 옮겨가면 자리를 지키고 계십니다. 아주머니에게 2010년 다이어리를 가지고 계시는지 물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웃으시면서 다이어리는 무슨 다이어리하시면서 2년째 이어서 쓰시고 있는 공책을 보여주셨습니다. 한 장 한 장 줄쳐진 지면에 하루 매상과 방문한 사람 숫자가 깨알같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아주머니표 다이어리. 저도 아직 2010년 다이어리를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몇 몇 사람에게 받은 두 세권의 다이어리가 있지만, 쓰고 있지 않습니다. 한 달에 몇 번의 강의와 만남, 글 쓰는 일 밖에 없으니 그냥 큰 달력에다 적어두고, 연초에만 활발하게 쓰다가 중단한해 묵은 다이어리에 생각이나 메모만 하고 있습니다. 특히 블로거를 일기장(비공개)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공책에 글 쓰는 일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너무 한가한가요?






명함

 사회 첫발을 내딛은 직장인들에게 명함은 긍지이자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대표적인 사회 아이콘입니다. 자기 이름과 소속된 회사가 박혀 있는 명함. 그렇지만 평생 명함 없이 생을 마친 사람들도 꽤 많을 겁니다. 다이어리처럼. 요즘같이 고용 없는 성장시대에는 명함 하나 갖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물론 직업이 없어도 몇 만원만 들이면 평생 쓸 수 있는 명함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평생 땅을 일구면 살아오신 농부에게 아들이 명함을 선물하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농부 xxx. 직책도 직위도 없습니다. 농부는 바로 먹을거리를 살리는 대한민국의 사장이니까요. 책상서랍을 열어보니 예전에 직장 다녔던 여러 명함들이 눈에 뜨입니다. 명함 없는 사람들을 떠올려 봅니다. 이분들도 다 저마다 사회 곳곳에서 희망을 만들어 내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침이 오고 멀리서 지하철 달리는 소리가 잠을 깨웁니다. 저마다의 꿈을 안고 꿈을 이루기 위해 지하철에 탄 사람들. 다이어리와 명함이 없는 모든 사람들에게 소리 없는 격려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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