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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추석연휴,방광이 터진 형수와 소설 ‘개미’

by 밥이야기 2009.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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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가 한국에 출판된 해가 2001년입니다. 그 당시 친형 같은 한 선배의 부인이 추석 귀경길에 차가 막혀 ‘꼼짝 마라’ 상황에 빠졌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고속도로 사정이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만, 그 당시에는 상당했지요. 끊임없이 이어진 차량행렬. 개미걸음보다 속도가 느렸을 정도니까요.

 

형수는 오줌을 참다 참다 그만 참아버려서 탈이 나버렸습니다. 남자들이야 뒤로돌아 소변을 누면 되지만, 여자분 들은 쉽지가 않지요. 선배 이야기로는 차가 서울 무턱을 앞두고 2시간 넘게 한자리에 정체가 되어, 여자분 들도 과감하게 바깥에서 해후하셨던 것 같습니다. 대낮에 가림나무도 없는 허허벌판. 그런데 형수는 낯가림이 심해서 그냥 버티시다가 방광이 터져버렸습니다. 긴급호송차가 오고 한바탕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형수와 선배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일찍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집이 아니라 병원.

 

병원에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고, 종종걸음으로 선배를 만났습니다. 선배 얼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딸이 둘인데다, 집안 살림하고 담쌓고 살았던 선배로서는 한마디로 전전긍긍. 그때 다녔던 직장 MBC에 휴가를 연장까지 하면서 병원에서 형수 지키기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선배는 고향(진해)과 서울을 왔다 갔다 30시간을 차안에서 보내고, 이어 병원에서 또 다른 기다림의 바통을 이어받았으니. 여러분들도 잘 알다시피 병간호하는 하는 것은 굉장한 인내를 요구합니다.

 

선배는 병원에서 나를 보자마자 한숨을 쉬며, 책을 한권 추천해달라고 했습니다. 마침 제가 읽고 있던 개미 1권 읽기를 끝낸 참이라, 가방에서 책을 꺼내 건네주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형수가 퇴원한 날, 선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첫마디가 ‘개미’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받았습니다. 지루한 시간을 개미 때문에 이겨 날수 있었다고, 형수도 수술이 끝나고 퇴원할 때까지 개미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한국에 베르베르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 나온 개미. 책이 나온 첫날 구입해서, 하루 만에 읽고 건네준 개미. 이 책은 이른바 대박을 터트렸고, 베르베르를 추종하는 수많은 마니아들을 만들어 내었지요.

 

가끔 선배를 만날 때면 ‘개미’ 사건을 이야기 합니다. 고속버스나 차량으로 이동하는 분들에게 꼭 부탁드리고 싶네요, 오줌 참지 마시라고. 아니면 기저귀라도 차시든지. 오줌해결 하는 방안을 검색해보시면 많은 결과들이 나올 터이니. 준비해주시길 바랍니다. 요즘은 그래도 양호하니……. 그나저나 고속도로 휴게실 여자 화장실은 아직 남자 화장실에 비해 부족하지요. 돈만 벌 생각 말고 여자분들 화장실 숫자 늘려줍시다.!!

 

추석 연휴 잘 보내십시오. 아참 그리고 운전자가 아니 다면 읽을 책 하나 꼭 가져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