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밥

“신문 받아 볼까, 말까?”

by 밥이야기 2009. 11. 6.
728x90

 



몇 개월 전, 받아 보던 신문 구독을 중단했습니다. 살림 형편이 어려워져서 그렇기도 하지만, 인터넷 하는 시간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끊는 것도 참 힘들더라고요. 돈도 내지 않는데 한 달 가량 신문이 집 입구에 쌓였습니다. 몇 번 더 전화해서 목청을 높이니 확실히 끊겼습니다. 그런데 막상 신문을 끊어보니, 몇 가지 습관 변화가 생겼습니다. 화장실에서 장기전이 줄어들었습니다. 식구들도 좋아 하구요. 화장실 벗이 사라져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 신문을 대체해서 책을 읽어 보았는데, 힘들었습니다. 포기했지요. 화장실에서는 아무래도 가십거리 좋은 것 같습니다. 똥 누면서까지 힘든 책을 읽는다는 게.

 

저는 원래 신문은 “종이로 보아야 제 맛이야‘ 주의였습니다. 그런데 신문도 신문 같아야 말이지요. 특정 신문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광고에 전단에 나무들한테 못할 짓 같아서. 신문을 끊고 나서 평소 즐겨보던 국내외신문과 특정주제에 대해 즐겨찾기나 RSS구독 등 몇 가지 구독 툴을 만들어서 보니 한결 보는 것이 편해졌습니다. 꼭 스크랩해야 할 내용들은 블로그에 긁어 놓거나, 프린트해서 스크랩 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포털 검색하다가 눈에 띄는 기사만 읽어도 너무 많지요. 그리고 블로그 글 수준이 언론 뺨치는 글이 많아 순서도 블로그 기사 우선입니다.

 

전철 타고 가다가 신문 한 번 수거해도 꼼꼼하게 읽어 볼 수 있습니다. 주로 공짜 신문 수거는 조·중·동입니다. 한겨레와 경향은 전철 타기 전에 꼭 돈을 주고 구입한답니다. 최근 뉴욕 타임스가 인터넷 신문 오픈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누구나 기사를 긁어가고 인용해도 좋다는 선언.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출처만 밝히면 됩니다.

 

뉴욕타임스 오픈소스 방침 선언으로 신문사 저작권 방침 환경이 바뀔 것 같습니다. 독자로서는 좋은 일이지요. 결국 좋은 컨덴츠와 노출빈도를 놓여 인터넷 광고 물량을 늘리겠지요. 구글 처럼. 인터넷 광고시장을 주름잡는 구글. 이제 여러 경쟁자들이 나 올 것 같은 예감마저 듭니다.

 

외국에서는 “종이 신문 사라지다”와 관련된 주제의 토론이나 학술회의가 많이 개최되고 있습니다. 저는 종이 신문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 일 모를 일. 하루아침에 마차가 자동차로 대체되었듯이. 그렇다면 인터넷이 정보격차를 줄여 주어야 하는데,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인터넷이 만사형통이 아니니까요.

 

아무튼 신문을 보지 않게 되면서 신체 변화가 많이 생긴 것 확실합니다. 기상과 함께 대문을 열고 신문을 들고 바깥 풍경과 만나는 시간이 없어졌습니다. 게으른 죄를 신문으로 돌릴 수밖에 없네요. 또 하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신문 보다가 혈압 올라가는 일이 많았으니까요. 요즘같이 절망과 거짓 소리가 난무하는 세상에 신문 활자는 가끔 무기가 됩니다.

 

종이 신문이 사라질 날을 애타게 기다릴 수는 없을 것 같고, 당분간 우울 시대가 끝나면 신문을 다시 받아 볼 예정입니다. 아니면 조금 일찍 일어나 다른 집에 배달된 신문을 읽고, 돌려 갖다 놓은 방법. 너무 야비한가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새벽 5시에 일어날 자신이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