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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드레퓌스 사건과 박원순 소송사건

by 밥이야기 2009.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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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레퓌스 사건의 태풍의 눈이 된 에밀졸라와 신문 일면에 실린 '나는 고발한다'


아침이 오듯 밤이 오고, 밤이 오듯 아침이 온다. 망설임도 없다. 하지만 100일 동안 아침 같은 밤, 밤 같은 아침이 지속되는 지역도 있다. 오늘의 한국은 그렇다. 가을 햇살은 가득하지만, 눈부시게 검다. 칠흑 같은 낮이다. 어둠이 눈부신 이유는 무엇일까? 어둠이 답답하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한 줄기 희망 같은 빛을 기대해서다.

 
국가정보원이 ‘대한민국’을 원고로 박원순 변호사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한 개인이 이명박 정부를 향해 쓴 소리를 한 것을 걸고넘어지겠다는 속셈이다. 박원순 변호사는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소회를 밝혔다. 기자 회견 때 ‘드레퓌스 사건’을 예로 들며 말했다.

"국가는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존재이지만, 주권자인 국민이 감시하고 통제하지 않으면 언제나 괴물이 될 수 있는 존재" 한다.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이 폭넓게 허용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박원순 변호사가 쓴 ‘악법은 법이 아니다’에도 드레퓌스 사건은 언급된다. 드레퓌스 사건(Dreyfus Affair)은 개인과 국가의 갈등에서 부당하게 희생된 개인의 권리와 진실을 언급할 때 가장 많이 회자된다. 프랑스에서 벌어진 드레퓌스 사건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에밀 졸라다. 대문호 에밀 졸라는 한 유대인 출신 장교의 억울한 간첩누명사건에 대해 글을 쓰다. 바로 그 유명한 ‘나는 고발한다(J'accused!)’. 불후의 명문으로 손꼽힌다. 밤이 눈부신 새벽 에밀 졸라의 글을 다시 읽는다. 1989년 1월 13일 ‘로로르’지 1면에 실린 펠릭스 포르 대통령에게 보내는 에밀 졸라의 공개 서한. 원래 제목은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였는데, 편집장의 만류로 제목을 변경하게 된다.



▲에밀 졸라가 쓴 '나는 고발한다' 원문

“나는 뒤 파티 드 클람 중령을 고발합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그렇게 믿고 싶습니다-법적 오류를 야기시킨 악마적인 장본인이었고, 이어서 3년 전부터 가장 범죄적이고 기괴한 음모를 꾸며가면서 자신의 음해를 옹호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나는 메르시에 장군을 고발합니다. 그는 유약한 판단력 때문이라 할지라도 이 세기의 가장 추악한 범죄에 가담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나는 비요 장군을 고발합니다. 그는 드레퓌스의 무죄를 입증하는 증거물들을 손에 쥐고서도 그것을 은폐하려 했고, 정치적인 목적에서, 그리고 타락한 참모본부를 사수하기 위해 인류를 모독하고 정의를 모독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나는 부아데프르 장군과 공스 장군을 고발합니다. 전자는 직업적 위계 질서에의 열정 때문에, 후자는 국방부를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드는 불건전한 패거리 정신 때문에 비요 장군과 같은 범죄에 가담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나는 펠리외 장군과 리바리 소령을 고발합니다. 그들은 간악한, 다시말해 가장 극악무도한 편파적 수사를 펼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우리는 라바리의 수사 보고서를 통해 영원히 남을 기념비적 무지와 뻔뻔스러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세명의 필적 감정가, 즉 벨롬, 바리나르, 쿠아르를 고발합니다. 건강 진단을 통해 그들이 시각 및 판단능력 장애 환자임이 판명되지 않는 한, 그들은 거짓으로 가득 찬 허위 감정서를 제출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나는 국방부의 여러 부서를 고발합니다. 그 부서들은 언론, 특히 「레클레르」,「레코 드 파리(파리의 반향)」지를 통해 여론을 오도하고 자신들의 실수를 은폐하기 위해 가증스러운 언론 캠페인을 벌인 죄를 저질렀습니다.

끝으로, 나는 1894년 제1차 군사 법정을 고발합니다. 그들은 불법적으로 전달된 비밀 자료에 근거하여 피고(드레퓌스)에게 유죄 판결을 내림으로써 법을 위반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나는 제2차 군사 법정을 고발합니다. 그들은 상부의 명령에 따라, 피고(에스테라지)의 유죄 사실을 알면서도 무죄 석방함으로써 불법을 묵인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나는 이들을 고발함으로써, 1881년 7월 29일자 언론관련법 제30조 및 제31조에 의거, 명예 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기꺼이 감수할 것입니다.

내가 고발하는 피고들을 나는 알지도, 보지도 못했으며 그들에게 아무런 원한도, 증오심도 없습니다. 내게 있어서 그들은 사회악을 구현하는 하나의 실체일 뿐입니다. 그리고 지금 나의 고발행위는 진실과 정의를 앞당겨 분출시키기 위한 하나의 혁명적 방법일 뿐입니다.

크나큰 고통을 겪어 이제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는 인류의 이름으로 진실의 빛을 밝히는 것, 그것이 단 하나뿐인 나의 정열입니다. 불타오르는 나의 항변은 내 영혼의 외침일 뿐입니다. 나를 중죄 재판소에 고발한다해도, 백일하에 나를 심판한다 해도 두렵지 않습니다!

각오하고 기다리겠습니다.

 대통령 각하께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에밀 졸라

   
‘나는 고발한다’. 에밀 졸라는 이 글 때문에 금고형을 받지만, 프랑스 시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켜, 드레퓌스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100년이 지났지만 이 글이 아직까지 읽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의 이름으로 정부의 이름으로 폭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완성은 없다.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흔히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나는 나무라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이루기 힘든 여정이다는 것을 암시하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벌어진 ‘박원순 명예훼손사건’.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딱 맞다. 에밀 졸라의 입었던 옷의 단추만큼도 못하지만, 오늘 이명박 대통령에게 글을 쓴다.

 

이명박 각하.

각하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습니다. 왜냐면 지금 대한민국은 각하라는 말이 부활했기 때문입니다. 각하라는 말을 쓰지 않지만, 각하라는 굴레 못지않은 맹목적 애국심에 호소하는 권위의 사회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고발합니다. 용산 참사도 애써 무시하며, 한 개인의 발언을 문제 삼아 소송을 거는 국정원장을 고발합니다.
저는 고발합니다. 국민의 혈세를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소송을 건 국정원과 정부를 고발합니다.
저는 고발합니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모든 통치행위에 대해 고발합니다.
저는 고발합니다. 법치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법을 정당화하는 정부 인사들을 고발합니다.
저는 고발합니다. 세계사적으로 유례없는 국가 간 개인의 소송을 승인한 정부를 고발합니다.
저는 고발합니다. 중도실용과 통합이라는 이름을 더럽히는 소송을 승인한 정부를 고발합니다.
저는 고발합니다. 정권연장을 위해, 언로를 차단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정부를 고발합니다.

 2009년 9월 18일, 밥이야기가 이명박 각하께 드림

이번 소송은 이명박 정부가 악수를 위장한 결정수로 보이지만, 꼼수가 밝혀지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 환영 한다”를 외치자. 진실은 이긴다.


“Freedom is the price of permanent vigilance 자유는 영원한 감시의 대가이다”

*이미지출처: 위키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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