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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박원순 “이명박 정부는 바보”발언 때문에 괘씸죄?

by 밥이야기 2009.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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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에서 강연 중인 박원순 변호사 ⓒ프레시안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참여연대가 마련한 '맥주 한 캔과 함께 나누는 박원순 변호사의 2009 세상 고민'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강연을 통해 이명박 정부를 바보라고 짧게 잘라 말했다. 이유는 길수 있지만. 강연과 관련 프레시안은 ‘'이명박 정부는 주는 것도 못 먹은 바보’라는 제목으로 기사(읽어 보기)를 보도했다.

국가정보원이 박원순 변호사의 인터뷰 발언(국정원이 시민단체와 관계를 맺은 기업인 조사와 정부와 연계된 사업 중단)을 문제 삼은 것은 지난 6월이다. 왜 바로 그 때 손해배상 소송을 하지 않고, 3개월이 지난 다음에 했을까? 물론 준비하느라고 그랬겠지만 혹시 박원순 변호사의 “ 이명박 정부는 바보”라고 해서 화가 나서 그런 것을 아닐까? 이른바 괘씸죄.

다음(Daum) 국어사전에 담긴 바보의 뜻은 세 가지다.


1 지능이 부족하여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

2 어리석고 멍청하거나 못난 사람을 욕하거나 비난하여 이르는 말.

3 [북한어, 의학]뇌수(腦髓)의 병을 앓는 과정에서 또는 앓고 난 뒤에 생기는 지능 저하. 뇌혈관 질환, 노인 치매, 그밖에 뇌수 기질성 질환에서 나타난다.




1번과 3번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 절대 바보라고 하면 안된다. 누구나 알고 있다. 인격 파탄자만 그렇게 말한다. 바보란 말은 결국 2번의 경우를 빗대어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보란 말은 듣기에 따라 모멸감을 줄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히 쓰는 말이다.

"바보처럼 살지마." "바보 같은 사람." "바보짓 하고 있네" 등등. 부지기수다. 문학 작품에도 바보란 단어는 많이 등장한다. 몇 개의 예문을 살펴보자.


- 집안의 추문을 세상에 공개할 바보는 아니지. <출처 : 박경리, 토지>

- 나는 두려워하면서 엄마에게 매달렸다. 엄마는 바보처럼 굴지 말라고, 저건 유리창에 햇빛이 비친 거라고 말했다.  <출처 :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윤은 목에서 신음에 가까운 소리를 틀어냈다. 바보, 바보, 그런 눈치도 못 채고 하고 윤은 마음속으로 우둔한 자기를 저주했다.  <출처 : 선우휘, 깃발 없는 기수>


바보는 세 가지 사전적의미를 떠나 좋은 의미의 은유적 표현으로 쓰인다.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한 길만 고집하는 사람에게도 바로라고 부른다. '똑똑하다(천재)'의 상대적 의미가 아니다. 똑똑한 사람은 교활한 사람이 될 수 있어도 바보같은 사람은 교활하지가 않다. 가수 김도향의 "난 바보처럼 살았어요"라는 노래도 있다. 바보란 단어가 들어가 있는 노래가사와 제목도 참 많다.

톨스토이가 1888년에 발표한 단편 ‘바보 이반’. 주인공 이반은 악마의 이간질에도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농사를 짓는 바람에 결국 악마는 결국 자포자기한다. 이렇듯 얄팍한 세태를 따르지 않고 충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바보가 된다. 그렇다면 바보처럼 사는 사람이 대접받아야 하는데 사회는 그렇지 않다. 물론 끝에는 정의가 이기듯이, 평가 받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우직한 바보들은 평가에 아랑곳하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이다.

 박원순 변호사의 정부를 향한 바보발언은 2번을 뜻하지만, 멸시하고자 했던 욕은 아니었다. 제대로 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좋은 뜻의 바보처럼 통치를 했다면 지금처럼 욕은 먹지 않았을 것이다. 우직한 바보가 아니고 경박한 바보이기에 박원순 변호사는 바보라고 한 것이다.

 
국가의 이름으로 박원순 변호사에게 손해배상을 제소한 것은 분명 바보짓이다. 2번을 뜻한다. 제발 더 이상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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