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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넛지로 쌍용차 노동자 죽이기 작전

by 밥이야기 2009.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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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한겨레 허재현 블로그


미국 클린턴은 북한 깜짝 방문을 통해 억류중인 여기자를 구출(?) 했다. 수구보수의 시각으로 보면 악의 소굴 내지는 적지 한가운데 들어가서 나치 독일군에 포위된 라이언 일병을 구한 셈. 클린턴이 북한을 다녀오는 동안 평택 쌍용자동차 노동자 시위 현장에는 경찰들이 투입되어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아니라 죽이기에 나섰다. 사지에 선 노동자들은 옥상에서 떨어졌다.

불이 나고 노동자 수십 명이 부상당했다. 한국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없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는 라이언 일병이 아니지만, 적지에 고립되어 있는 점은 같다. 누구는 먼 이국의 여기자 두 명을 내려가기 위해 길을 나섰고, 누구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하며 휴가를 떠났다. 쌍용자동차의 평화적 해결을 기원하는 많은 사람들의 출입을 봉쇄했다. 공기 같은 물의 반입마저 차단시켰다. 서로 관계없는 두 장면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더 절박한 현실인가? 한국은 지금 북한 인권을 거론할 수 없는 인권 후진국으로 추락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물이 끊기고, 가스와 식량 공급이 중단된 채 마지막 보루마저 빼앗기고 있다. 제 2의 용산참사가 재현되고 있는 현실.


이명박 대통령은 여름휴가 기간 동안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한 ‘넛지(Nudge)’처럼, 경찰에게 팔꿈치로 툭 쳐놓고 줄행랑쳤다.
자유주의적 개입이 아니라 적극적인 강제개입임을 보여 주었다. 넛지를 읽거나 말거나 중요하지 않다. 중도를 하거나 중도실용을 하거나 중도강행을 하거나, 보수를 하거나 진보가 되거나. 맘대로 하셔라. 이명박 정부는 이명박 정부다. 이미 보여 줄 것을 다 보여 주었으니 새로울 것도 없을 것 같다.
북한과의 대화가 끊겨, 미국을 개입시켜야 하는 현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의 대화가 끊겨, 경찰이 강제 투입시켜 전쟁터를 만든 현실. 불통의 시대는 여러 가지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넛지를 읽으면서 무엇을 떠올렸을까? 네델란드의 화장실 사례를 떠올렸을까. 넛지의 개념 중에 네델란드 사례는 가장 많이 인용 소개 되고 있다.

 

Q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을 만들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은?

1. 금지 : 지저분하게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을 제한한다.

2. 인센티브 : 깨끗하게 이용하는 사람에게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3. 넛지 :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인다.

암스테르담 공항에서는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놓는 아이디어만으로 소변기 밖으로 새어나가는 소변량을 80%나 줄일 수 있었다. 이곳에는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라는 경고의 말이나, 심지어 파리를 겨냥하라는 부탁조차 없었다. 어떠한 금지나 인센티브 없이도, 인간 행동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그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결과는 훌륭했다. 이것이 바로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 넛지nudge의 좋은 사례이다

[알라딘 제공]


 

Q 쌍용자동차 노동자 시위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1. 금지 :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제한한다.

2. 인센티브 : 적극적으로 노동자 시위를 진압하는 용역회사 직원과 경찰에게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3.넛지 : 불법지대, 무정부 상태, 노동자는 폭도세력이라며 여론몰이를 통해 폭력진압을 정당화시킨다.

이렇듯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중도를 가장한 자유주의적 개입의 실체는 주관이 없다. 인권을 무시한 실용은 실용이 아니다. 이제 넛지를 덮고 제대로 된 민생행보가 무엇인지 다시 이명박 정권은 심사숙고 할 때다. 국민들이 더 이상 심사숙고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들어서 이야기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