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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장재인 반짝반짝과 명진스님의 번쩍번쩍

by 밥이야기 2011.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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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인의 '반짝반짝'을 듣고 이소라가 눈물 흘렸다고 한다. 직접 보지 않았으니 알 길 없다. 이소라가 진행을 담당하고 있는 프로그램(KBS JOY '이소라의 두번째 프로포즈) 제작진의 전언이니 믿을까 말까. 믿자. 노래는 가끔 아니 자주 속절없이 눈물 흘리게 한다. 사람에게 학대 받은 황구 사진만 보아도 눈물 흘리고, 드라마의 사소한 이야기가 눈물을 짜낸다. 눈물샘은 마르지 않는 샘표가 아니라 눈물표 화수분일까? 장재인의 '반짝반짝'을 듣는다. 세상 이 나이에 장재인의 반짝반짝 노래듣고 눈물 흘릴소냐? 가사를 읽어보자.


반짝반짝해 손에 닿지 않는 당신이 반짝반짝해 나를 보는 그대 시선이 반짝반짝해 닿을 수 없는 그 모습에 부끄러워요 반짝이지 않는 내 모습이 사랑스런 모습이 반짝반짝 멀어져간 모습이 반짝반짝 

반짝이는 그대 빛은 날 밝힐 수 없나요 이룰 수 없다면 그 모습 알아보지 않을래 사랑스런 모습이 반짝반짝 멀어져간 모습이 반짝반짝 사랑스런 모습이반짝반짝 멀어져간 뒷모습반짝반짝 

반짝반짝해 손에 닿지 않는 당신이 반짝반짝 이뤄질 수 없는 내 마음이






장재인의 반짝반짝을 듣다가 명진 스님이 월악산 보광암에서 열린 일요법회를 통해 한 말이 떠올랐다. "이러다가 MB는 국가의 원수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웬수가 된다". 번쩍번쩍. 잠시 반짝반짝 생각을 일깨운다. 반짝반짝 빛나는 머리에서 번쩍번쩍 오늘의 현실을 질타한 명진 스님. 간만에 명진 스님 공식 누리집(단지불회)을 방문해 보니 대문에 한달 전에 썼던 내 글이 걸려있다. <조선일보가 명진 스님을 찾아간 까닭은?>. 읽기가 부끄러워 외면했다. 나는 번쩍번쩍 빛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잡글 쓰는 시정잡배라서.

명진 스님은 말했다.
" 서민들이 자주하는 말이 있다. 언젠가 좋아지겠지. 쥐구멍에 볕들 날이 있다고. 쥐구멍에 물이나 들어갔으면 좋겠다 "라고. 아무튼 쥐들에게 미안하다. 너희도 생명인데. 너희를 빚대어 천한 인간을 비유하고 있는 현실을. 반짝반짝 그리운 얼굴들이 떠올랐다 소멸한다.다시 장재인의 반짝반짝을 듣는다. 반짝반짝과 번쩍번쩍 사이. 4대강은 안녕한가? 
 



작년 이맘 때, 4대강 공사에서 스러져가는 뭇 생명들의 고통을 안타까워하며 문수스님께서 소신공양을 하시어 입적하셨습니다. 저는 월악산에서 이웃을 위한 100일 기도를 올리며 여러분께 일체중생이 우리의 이웃임을 잊지 말아주십사 부탁드렸습니다. 문수스님이야말로 그런 생각을 행동으로 명확히 보여주신 분이 아닐까 합니다.오늘 절을 하며, 기도를 하고 축원을 하며,그 마음을 헤아려보려다 그만 가슴이 먹먹해져 왔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살피지 않는 거칠고 오만한 권력과, 뭇 생명의 고통을 외면하고 살생과 파괴를 일삼는 개발사업에 대한 그 분의 분노 그 뒤에는 분노를 넘어선 아픔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약한 것들, 고통 받는 것들에 대한 연민.그들의 아픔이 그들만의 것이 아닌 당신의 것처럼 절절하게 느껴졌기에 스님은 본인의 생명을 던져서라도 그 불의함을 꾸짖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선방 수좌로서 표표히 수행의 길을 따라 자기 완성에만 골몰하여도 되셨을 분이 극한의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신 것입니다.

 

 
‘아마도 그대의 죄수가 되어

 영원히 태양을 못 볼 수도 있지만

 

 나는 암흑이

 나의 숙명임을 믿는다

 

 오직 그대의 몸 속에서만

 모든 것이 편안하다‘

 

 

 이 시는 작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의 시입니다.저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담담한 시어 속에 스민 서릿발 같은 기개에 목줄기가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류샤오보는 중국의 전도유망한 학자였습니다.서구에서 학자로서 명예롭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었던 그는 1989년 천안문 사태가 터지자 즉시 귀국하여 시위에 참여합니다. 잘 나가는 젊은 학자가 성공이 보장된 길을 버리고 민주화와 인권 운동에 투신하면서 그는 투옥과 탄압의 가시밭길을 걷습니다.그리고 그의 곁에서 아내는 묵묵히 고통의 길을 함께 걸어갑니다. 현재도 그는 1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노벨상 시상식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옥중 수상을 하였습니다. 저 시 속에는, 어쩌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고통스러운 운명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 한 위대한 영혼의 고백이 담겨 있습니다.이제는 암흑이 피하고 싶은 고통이 아닌 숙명임을 믿는다고, 심지어 끝나지 않을 어둠이 편안하다고 말합니다.

 

 

자신을 둘러싼 고난이 결코 끝나지 않을지라도,자신의 노력이 어떤 가시적인 성공을 거둘 수 없을지라도, 그래서 자신의 존재가 영원한 암흑 속에 스러져 버릴지라도 의로운 가치들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서릿발 같은 기개가 담겨 있기에,담담하고 평이한 어조의 시에서 폭발할 듯한 긴장감이 느껴졌었습니다. 다른 존재의 아픔을 외면하지 못해서, 자신이 고통받게 될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덜어주려 애쓰는 사람. 많지는 않지만, 이 고해 속에서 잠시라도 반짝이는 정토의 광채를 보여주는 이들. 우리의 삶은 어쩌면, 이런 가시밭길 위의 보살들 덕분에 좀 더 평화롭고, 좀 더 인간답고 아름다워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문수스님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류샤오보같은 평화운동가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평안한 삶이 그들의 자비심과 희생에 빚진 바가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이런 가시밭길 위의 보살들이야말로 인간을 욕망과 본능에만 휘둘리는 거친 동물로부터보다 고등하고 영적인 존재로 끌어올리는 귀중한 사람들입니다.그리고 그 뿌리는 다른 이의 고통을 외면치 못하는 자비심입니다. 자비의 가르침을 함께 나눈 도반 여러분. 우리 곁에 있는, 혹은 떠나간 수많은 가시밭길 위의 보살들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그들처럼 자비의 가르침이 행동 속에 녹아나는 불자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건강하십시오.

 

 명진 합장

 

 * 출처: 명진 스님 누리집 '단지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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