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 스님은 말했다. " 서민들이 자주하는 말이 있다. 언젠가 좋아지겠지. 쥐구멍에 볕들 날이 있다고. 쥐구멍에 물이나 들어갔으면 좋겠다 "라고. 아무튼 쥐들에게 미안하다. 너희도 생명인데. 너희를 빚대어 천한 인간을 비유하고 있는 현실을. 반짝반짝 그리운 얼굴들이 떠올랐다 소멸한다.다시 장재인의 반짝반짝을 듣는다. 반짝반짝과 번쩍번쩍 사이. 4대강은 안녕한가?
‘아마도 그대의 죄수가 되어
영원히 태양을 못 볼 수도 있지만
나는 암흑이
나의 숙명임을 믿는다
오직 그대의 몸 속에서만
모든 것이 편안하다‘
이 시는 작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의 시입니다.저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담담한 시어 속에 스민 서릿발 같은 기개에 목줄기가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류샤오보는 중국의 전도유망한 학자였습니다.서구에서 학자로서 명예롭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었던 그는 1989년 천안문 사태가 터지자 즉시 귀국하여 시위에 참여합니다. 잘 나가는 젊은 학자가 성공이 보장된 길을 버리고 민주화와 인권 운동에 투신하면서 그는 투옥과 탄압의 가시밭길을 걷습니다.그리고 그의 곁에서 아내는 묵묵히 고통의 길을 함께 걸어갑니다. 현재도 그는 1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노벨상 시상식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옥중 수상을 하였습니다. 저 시 속에는, 어쩌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고통스러운 운명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 한 위대한 영혼의 고백이 담겨 있습니다.이제는 암흑이 피하고 싶은 고통이 아닌 숙명임을 믿는다고, 심지어 끝나지 않을 어둠이 편안하다고 말합니다.
자신을 둘러싼 고난이 결코 끝나지 않을지라도,자신의 노력이 어떤 가시적인 성공을 거둘 수 없을지라도, 그래서 자신의 존재가 영원한 암흑 속에 스러져 버릴지라도 의로운 가치들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서릿발 같은 기개가 담겨 있기에,담담하고 평이한 어조의 시에서 폭발할 듯한 긴장감이 느껴졌었습니다. 다른 존재의 아픔을 외면하지 못해서, 자신이 고통받게 될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덜어주려 애쓰는 사람. 많지는 않지만, 이 고해 속에서 잠시라도 반짝이는 정토의 광채를 보여주는 이들. 우리의 삶은 어쩌면, 이런 가시밭길 위의 보살들 덕분에 좀 더 평화롭고, 좀 더 인간답고 아름다워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문수스님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류샤오보같은 평화운동가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평안한 삶이 그들의 자비심과 희생에 빚진 바가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이런 가시밭길 위의 보살들이야말로 인간을 욕망과 본능에만 휘둘리는 거친 동물로부터보다 고등하고 영적인 존재로 끌어올리는 귀중한 사람들입니다.그리고 그 뿌리는 다른 이의 고통을 외면치 못하는 자비심입니다. 자비의 가르침을 함께 나눈 도반 여러분. 우리 곁에 있는, 혹은 떠나간 수많은 가시밭길 위의 보살들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그들처럼 자비의 가르침이 행동 속에 녹아나는 불자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건강하십시오.
명진 합장
* 출처: 명진 스님 누리집 '단지불회'
더 많은 사람들과 관련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사회밥' 카테고리의 다른 글
MBC 김재철 사장이 격노한 이유? (0) | 2011.06.16 |
---|---|
무릎 꿇을 사람은 김여진이 아니다 (0) | 2011.06.15 |
이인규는 '더러운 빨대'였을까? (0) | 2011.06.15 |
오세훈 '뻥축구', 손석희에게 뻥 차이다? (0) | 2011.06.15 |
두 개의 'MB 대학원'이 생기다 (0) | 2011.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