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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신정아 4001, 고백인가 폭로인가?

by 밥이야기 2011.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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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번호 '4001'은 각인인가 낙인인가?

<4001>. '오딧세이 4001'이 아니다. 미래소설 또한 아니다. 신정아가 일기 형식으로 쓴 책 제목이다. 자서전. 회고록. 에세이. 언론마다, 장르 표기가 다르다. 자서전적 회고를 담은 에세이(?). 일단 장르 구분은 예외로 하자. 신정아는 에세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작심했듯 포문을 열었다. 하고 싶은 말도 많았을 것 같다. 문화예술계 미술판에서 입지를 굳혀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신정아. 유명 미술관 큐레이터(전시기획자)도 했고, 교수에 미술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면 조명을 받았지만, 학력 위조와 당시 정권 실세와의 신정아스캔들로 신데렐라의 꿈은 추락했다. 언론과 여론은 신정아 신드롬을 만들며, 조명했다. 학력위조에 섹스스캔들, 황색언론이 물고 늘어질 만했다.



세월은 흘렀다. 4001번 수인번호를 달고, 18개월 옥살이를 했다. 2009년 10월 보석으로 풀려나 신정아. 1년 5개월 동안 신정아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억울한 일도 많았을 것이다. 어찌 헤아리겠는가? 신정아를 통해 본 한국 사회를 바로보는 문화적 문법을 다룬 그들은 너무 많기에 새삼 언급하고 싶지 않다. 신정아의 '4001'에는 과연 108 번뇌 끝에 나온 글일까? 회고인가, 성찰을 담은 고백인가. 한국 사회 부조리 현상을 고발한 ' 나는 고발한다' 인가. 출판기념 기자회견이 끝나자, 책에 담긴 스캔들 성 기사가 벌써부터 인터넷 공간을 채워나가고 있다. 제 2의 신정아 신드롬을 일으킬 기세다.



신정아의 일어나, 일어나의 지난 시절. 한국 문화예술계에서 살아남기는 한국 사회구조의 맥락과 같이 한다. 학력연고주의, 밤의 문화 등 등. 문화적 해법까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신정아가 홀로서기 위해서 겪었던 일들은 많았을 것이다. 학력 위조와 관련된 내용은 많이 언급되었기에 둘째로 치자, 신정아의 홀로서기에 함께 가고자했던, 그녀에에 손을 건네고 이끌어 주고자했던 많은 사람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낙인 아닌 낙인이 되어 버린 '4001'번. 대중은 신정아의 수감번호를 모른다. 책을 통해 알았다. 4001번 처럼 자신의 마음에 낙인된 사람들을 얼굴과 말들이 벌 소리처럼 웽웽거리며 쫓아 다녔다.



신정아 리스트, 정운찬과 조선일보 C기자

책 속에 여러 사람이 언급되었지만, 지금 가장 언론에 부각되는 인물은 정운찬 전 총리와 조선일보 C기자다. 정 전 총리가 부인하고 C기자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들, 책 내용의 진의를 떠나 이미 '루비콘의 강(스캔들의 강)"을 건넜다.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다. 책 내용을 검증하고 판단하는 것은 독자이기는 하겠지만, 변양균 스캔들처럼 숲보다는 나무가 부각될 것 같다. 정 전 총리는 초과이익공유제로 인해 여권인사와 갈등을 빚은 후,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사퇴를 던지며 잠적했다. 물론 청와대는 사퇴(대통령에게 보낸 서신)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속 사정은 모를 일. 공교롭다. 출판기념회와 그 시기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오해를 낳기에 충분하다. 정 전총리는 책 속에 담긴 자신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을까? 아무튼 그의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조선일보 C기자. 신정아가 쓴 책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기 때문에 검색 몇 번이면 그가 누구인지 금방 확인할 수 있다. 한나라당 모(?) 의원이다. 'DB조선' 검색을 해보면 신정아씨를 소개한 그의 기사를 읽을 수 있다. 필자는 한 때(90년대 초) 미술관련 일을 해서 문화예술계 풍토를 조금 견눈질 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서 문화 특히 미술계에서 작가든 평론가든 기획자든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치가 필요하다. 특히 문화예술기자(미술잡지편집장)는 작가의 일어서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들, 괜찮은 전시라도 언론에서 한 번 다루어 지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큰 차이가 난다. 그렇기에 학연연고도 중요하지만, 연결고리를 잘 파악해야 한다. 그 중에서 기자는 권력인셈이다. 매일 매일 쏟아지는 전시,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미술전시 카탈로그. 눈에 띄기 위해서는 먹이사슬관계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신정아는 서울대 교수직 제안을 받으면 밤이면 밤마다 정 전총리(당시 서울대 총장)을 만났고, 조선일보 C기자와의 뒷풀이(밤) 술자리에 불려나갔다. 성추행에 가까운 역겨운 손짓과 눈빛을 받은 이후, 치마입기를 중단했다고 하는 신정아. 신정아의 폭로가 과연 어떤 사회적 파장을 줄지 모르겠다. 책을 팔기 위한 출판사와의 친밀한 전략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만들기(노이즈마케팅) 폭로인지. 하지만 현 실세 전 총리와 현직 국회의원 이름이 신정아리스트에 올라 온 이상, 여론의 포화를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신정아 말 맞다',라면 맞장구 칠 사람있겠는가. 오리발 내밀 것 뻔하다. 아무튼 신정아가 쓴 '4001'을 통해, 그 속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넘어, 왜 신정아와 그녀의 리스트들이 존재했는지 그 이면에 담긴 한국 사회의 문화적 해법을 찾아 해석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이 또한 독자의 몫이다. 진흙탕 싸움이 될지 제2의 신정아 스캔들 이야기, 가십거리로 전락될지..... 신정아와 변양균 스캔들을 최초로 보도한 기자(이진동)도 조선일보 출신(현 한나라당 소속), 이제 누리꾼들은 조선일보 C기자의 과거행적을 들추어 낼지, 지켜보자.


극복의 대상은 무엇인가? 신정아인가? 학력연고주의인가? 사회지도층인사의 성모럴인가? 한국의 문화적문법인가? 실력으로 대우받고 인정받는 시대였다면, 신정아 학력위조 사건은 탄생했을까? 묵은 질문인가? 4001년도에는 이런 일이 발생할까? 개인의 잘못을 넘어, 사회가 만든 초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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