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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KBS 기자가 사내게시판에 쓴 글 “누가 징계감인가?”

by 밥이야기 2010.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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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에서 보도한 KBS 김용진 기자(울산방송국 전 탐사보도팀장)가 사내게시판에 쓴 글을 읽어 보았습니다. 김 기자는 KBS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지나치게 일방적인 선전에 가까운 홍보방송을 내보내자, 미디어오늘에 비판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 대가로 김 기자는 4개월 정직을 당했지요. 비판은 언론의 고유 기능 중에 하나입니다. 비판정신이 없다면 언론인가요? 내부 비판이 없다면, 외부 비판도 가능합니까?

 
최근 KBS는 폭풍징계 방침을 밝혔지요. <추적 60분> 제작진 전원 감사, KBS 새노조 조합원 60명에게 징계를 통보했습니다. 물론 김 기자도 다시 감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김 기자는 24일 KBS 사내통신망에 올린 'G20, 정직 4월, 그리고 WSJ'이라는 글을 통해 과연 누가 징계를 받아야 할 대상인가라고 되묻고 있습니다. “나는 나치방송 또는 조선중앙방송에나 나올 법한 유형의 선전들이 국민들의 소중한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에 버젓이 방송되는 것을 보면서, 이런 것들에 대해 아무런 말도 않고 지나가는 것이야말로 KBS 취업규칙의 '성실'과 '품위유지' 조항을 어기는 행위라고 생각했다."(김용진 기자)

 

<추적 60분>이 보도하려 했던 4대강 편을 두 차례나 막았던 KBS 사측이 오히려 시청자에게 사과해야 할 판인데,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현실. 심의도 통관된 내용 아닙니까. 무엇이 두려운가요. 왜 권력의 눈치를 봅니까. 이명박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사람이 KBS 사장으로 임명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김인규 사장에게 KBS를 위한 사장인지, 내각의 관료인지 묻고 싶습니다. 정권의 입맞춤하려면 굳이 국민에게 수신료를 받아 운영하는 KBS에 몸담을 필요 없지요.

 

퓰리처상을 비롯, 미국 언론계의 권위 있는 상을 거의 모두 수상했던 전설적인 언론인 벤 바그디키언(Ben Bagdikian). 위싱턴포스트지에서 일할 때 '펜타콘 페이퍼(베트남 전쟁에 관한 비밀문서)'를 폭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벤 바그디키언이 언급한 내용이 떠오릅니다."언론인에게는 유명인사가 되는 것이 최악일 수 있습니다.타락으로 가는 지름길이거든요. 자기파멸을 재촉할 수도 있는 길입니다. 정직한 언론인이라면 끊임없이 관찰하고 귀담아 듣고 배워야 합니다, 하지만 유명인사가 되는 순간부터 관찰자가 아니라 관찰의 대상이 됩니다"

 

김인규 사장은 기자출신입니다. 전두환 정권 때 정권 나팔수이기도 했지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도리 없었다고 말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 당시 나팔병 기자가 한 둘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어떤 시대인가요? 총칼을 들이대고 있나요? 언론인이라면 시대의 양심이 있어야 합니다. 언론은 객관적이지 않지요. 주관적입니다. 하지만 주관을 넘어, 홍보에 가까운 기사를 보낸다는 것은 너무 주관적이지요. KBS가 현실을 다양한 시각으로 담아내지 못한다면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누가 징계감인가? 김 기자의 말처럼, KBS 취업규칙을 누가 준수하고 있는지, KBS 김인규 사장과 경영진은 돌이켜 보길 바랍니다. 유명인사가 되고 싶으면 차라리 이명박 정권이나 한나라당에 들어가십시오. 말 실수 몇 번이면 금방 유명인사 됩니다.

 
*<김용진 기자가 KBS  사내통신망에 올린 'G20, 정직 4월, 그리고 WSJ' 읽어보기(아래 더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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