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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일그러진 분단의 자화상,황장엽이 마지막 남긴 부탁?

by 밥이야기 2010.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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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전 북한 조선노동당 비서가 사망했다. 오늘(10일)은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 미묘한 시점이라, 일부 누리꾼은 암살설까지 제기한다. 하지만 황장엽씨는 보안요원의 철통 같은 경비 속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암살설은 희박해 보인다.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와 보아야겠지만 심장마비(자택 목욕탕에서 좌욕 중에)로 추정된다.

 

황장엽씨는 김일성 대학 교수등 북한의 핵심 요직을 거친 뒤, 1997년 2월 북경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망명을 신청했다.  한국 땅을 밟은 것은 1997년 4월. 황장엽씨는 망명 뒤에 줄 곧 북한 체체를 비판해 왔다. 그렇기에 북한 지도부 눈에는 가시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황장엽씨는 김일성유일체제 확립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인물이며, 북한 최고위층 인사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황장엽씨가 망명을 신청한 이유 또한 여러 이야기가 있다. 북한 권력중심부로 부터 멀어졌기 때문에 그가 선택할 수 있었던 마지막 선택이었다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 3대 세습체제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비판했던 황장엽. 내일이면 주요 언론에 황장엽 사망에 대한 글들이 넘쳐 날 것 같다. 이른바 반공과 자유, 수구 보수를 지향하는 인터넷 언론과 단체에서는 벌써부터 황장엽 사망에 따른 글과 애도의 소리를 전하고 있다. 황장엽씨는 9월 9일 마지막으로 글을 남겼다. 자유북한방송에서는 황장엽 사망한 오늘, 자필 글을 공개했다.   지난 9월9일 탈북군인단체가 주축이 되어, 탈북단체와 애국시민 단체가 결성한 북한 인민 해방전선에게 보내는 글. 이들의 최대 목표는 북한동포해방과 남한내 기생하는 종북좌익세력 척결이라고 말하고 있다. 구호만 들어도 섬뜻하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20세기 수구냉전의 시선이 시간이 멈추어져 있다. 분단이 빚어낸 상처이자 비극이다.




▲ 자유북한방송이 공개한 고황장엽 친필 글

 

시작이 절반입니다. 결사의 각오로 궐기한 오늘이야 말로 인민해방위업의 승리를 위한 영광의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우리시대와 민족을 대표하는 슬기롭고 용감한 애국투사들의 영웅적 투쟁모습과 빛나는 승리가 보고 싶습니다. 나는 늙고 무능한 생명이지만 동지들을 위하여 바치겠습니다. 2010년 9월 9일 황장엽  >>전문 읽어보기

 

구호로 가득한 글을 읽어보니, 황장엽의 반세기 넘은 영광과 상처의 길이 겹쳐 보인다. 반세기는 북한에서 하반세기에 가까운 삶은 남한에서 극과 극의 삶을 살았던 황장엽. 북한에 남은 가족과 생이별 할 수 밖에 없었던 황장엽은 북한과 남한 어디에도 머물 수 없는 경계인이 아니었다. 가장 극단적인 이데올로기 양 편에서 살았던 인물. 경계가 아니라 변신에 가까웠다. 일그러진 분단의 자화상. 북한 3대 세습체제 비판과는 별개로, 황장엽씨의 죽음을 통해, 분단의 비극을 살펴보아야 한다.  언어의 총칼로 과연 통일이 가능할까?  평화통일의 길은 어떤 길일까. 황장엽의 죽음은 한 개인의 죽음을 넘어 분단이데올로기가 남긴 자화상이자, 아직 살아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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