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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죽은 자 가는 길, 산자여 따르라

by 밥이야기 2009.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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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을 앞두고]죽은 자 가는 길, 산자여 따르라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글을 남겼다. 산 자는 말이 많지만, 말은 죽었다. 거짓된 진실이 세상을 어지럽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걸어 온길, 죽어 걸어 갈 길. 이제 그 끝이 보일 듯하지만. 길은 멈추고 보이지 않는다. 죽은 자의 뜻을 이어가려면, 길을 만들어야 한다.

 

길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길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만든 길을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끊긴 길에서 새로 길을 이루어 낸다는 열정과 절박함이 필요하다. 영결식이 끝나면, 고인의 추억이 바쁜 일상에 밀려나면 거리는 다시 조용해 질 것이다. 말을 위한 말만 살아 있는 침묵이 두렵다.

 

거짓된 진실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거리를 다시 활보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병상에서 들로 남겼던 세 가지 위기(민주주의의 위기, 중소서민 경제위기, 남북문제 위기)는 더 심화될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가 통합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바램일 뿐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믿고 싶지만 믿을 수 없다. 말의 잔치일 뿐이다.

 

위기는 반복되고, 현실의 삶은 더 팍팍해 질 것이다. 이성을 내세우며, 감성은 사라지고 현실의 벽 앞에서 머뭇거리는 한, 산자들이 죽은 자를 추억하듯 길을 따라가지 않는 한 제자리걸음만 있을 뿐이다. 죽은 자를 깨우는 것이 아니라. 이제 산자들이 현실에서 떨쳐 일어나 감성의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가슴에 분노와 서러움이 일지 않는 한 길은 열리지 않는다. 산자여 따르라가 아니라, 산자여 따라가야 한다. 위기의 시작에서 위기를 끝내지 않는 한 희망을 살릴 수 없다. 내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 길을 따라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길을 따라, 냉정하게 김대중 죽음 이후의 민주주의를 위해 생각을 다듬어 낼 때다. 통합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국가 주도의 통합은 맹목적 애국심에 호소하는 낡은 틀이다. 속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