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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김미화의 눈물, MBC의 '등신 굿'이란?

by 밥이야기 2011.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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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가 8년 동안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자진하차했다. 하차 소식도 MBC가 아니라 김미화 투위터를 통해서. 강요된 하차인가? 강요된 자발적 선언인가? 김미화가 자진 하차 선언을 하자, 남편(윤승호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김미화의 눈물'이라는 글을 남겼다. 화답가면 얼마나 좋으랴? 윤 교수는 작금의 세태를 '정치와 코미디의 함수관계'라고 표현했다.


" 일부 현역 정치인들이 코미디언의 '밥그릇'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 여러차례 확인 된 바 있지만 이젠 일부 방송사 간부들이 그 사이에 끼어 '등신 굿'을 하고 있습니다... 김미화는 울고 있습니다. 웃기는 코미디언을 울게 만드는 권력자들..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김미화의 눈물은 분하고 슬퍼서 우는 눈물이 아닙니다. 주변의 많은 분들에 대한 감사의 눈물입니다. MBC PD, 작가 그리고 애청자 여러분들에 대한 사랑의 눈물입니다.(윤승호)"


전국문화방송노동조합은 김미화 자진 하차 선언에 즈음, 성명서를 발표했다. < 정작 떠나야 할 자들은 무능력한 경영진이다! >. 현실은 어떠한가? 김재철 사장을 비롯 MBC 경연진들은 시청률 올리기라는 명분으로 죽은 시사교양프로그램 시대를 열고 있다. 정부의 비판적인 인사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을 능력이라 생각하고 있고, 자신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무능력자라고 착가하고 있다.



정작    떠나야    할    자들은    무능력한    경영진이다  !  



김재철 사장이 MBC 사장으로 온 지 1년 2개월이다. 처음 두 달 정도는 출근저지와 파업으로 소용돌이쳤기 때문에 김 사장이 실질적으로 일을 한 기간은 1년이 채 안 된다. 올해 MBC는 창사 50주년을 맞는다. 지천명의 나이를 먹은 MBC가 단 1년 만에 완전히 망가졌다. 시청자들은 MBC를 보면 배신감을 토로하고 MBC 내부에서는 일할 맛이 안 난다는 볼 멘 소리들이 모든 부문에서 넘쳐나고 있다. 김재철 1기 보도 부문 기자들의 목소리가 사라졌다면 김재철 2기 제작 부문 PD들의 자율성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예능국 PD들의 연쇄 이직 사태는 단적인 예이다.


도대체 그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6개월 전이다. 종편 출범 소식을 들은 예능 PD들의 반응은 ‘누가 MBC를 그만 두고 종편으로 갈 수 있겠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수준이었다. 채널이 한꺼번에 4개나 만들어져 아비규환의 지옥을 거친 뒤 5년 뒤 살아남는 종편은 기껏 한 두 개라는데, MBC PD들에게 미래가 불확실한 종편으로 갈 이유는 없어보였다. 조직이 커 상대적으로 승진 기회가 적은 KBS나 조중동과 색깔이 비슷해 이직에 부담이 적은 SBS에서 이탈자가 나오리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회사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MBC 예능에서 조중동 방송으로 갈 사람은 없다는 낙관적인 결론이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예측과 정 반대다. SBS에서는 옮기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데, MBC 예능국에서는 에이스급 PD들이 이미 셋이나 빠져나갔다. 지난 6개월 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SBS는 사전에 분명한 대책을 세웠다. 종편으로 이직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미리 파악하고 사전 대책을 마련했다. MBC는 어떤가? 잘못된 예측에 근거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설마’ 하며 손을 놓은 것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김재철 사장이 들어선 뒤 제작 일선에서는 PD들의 고유한 자율성을 빼앗겼다고 아우성이다. MBC의 경쟁력, 그 힘은 PD들의 자율성에 기반한 창의력인데, 김 사장 취임 이후 상명하달만이 난무하고 있다. MBC 내부에서 자신들의 역량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열심히 일한 그대, 이제 떠나라’는 비아냥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이대로 가면 불과 5년 뒤 MBC의 전망이 불투명한 것이다. 어차피 5년 뒤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은 종편이나 MBC나 마찬가지라면, 당장 목돈을 안겨주는 종편으로 옮기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 있겠나.


회사는 예전에도 PD들은 나갔고, 그때마다 공백은 메워졌다고 말한다. 정세파악을 못해도 한참 못하고 있다. 그때는 다들 프리랜서로 나갔다. 그리고 조직의 보호막 없이 허허벌판에서 외롭게 버티다 쓰러진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종편이 설정한 공중파와의 최전선은 예능이다. 우리네 전력 손실과 상대방 전력 보강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종편과 치열하게 싸워야 할 MBC예능국의 최고 자원들이 나가서 MBC를 향한 칼날을 벼릴 것이다. 이건 시작일 뿐이다. 지금처럼 회사에서 제작 현업을 우롱한다면 조만간 우리는 종편에서 제2의 MBC 예능국이 출범하는 걸 지켜봐야 할 판이다.


단 몇 개월 사이에 회사가 이렇게 망가질 수 있다는 건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정권이 보수언론에게 안긴 최고의 선물이 종편방송이라면, MBC를 단 6개월 안에 망가뜨릴 수 있는 사장을 MBC에 보낸 것은 종편을 위한 정권의 숨은 배려다. MBC의 재산은 사람이다. 지난 1년 간 회사가 PD들에게 한 일을 보라. 일 잘하는 사람 쫓아내고, 열심히 해보려는 사람 잘라냈다. 종편과의 전쟁을 앞두고 이게 콘텐츠 제작 회사가 할 짓인가. PD를 망가뜨리고 PD 집단을 우롱하는 경영진은 당장 MBC를 떠나라. MBC가 지켜야 하고, MBC를 지켜야 할 사람들은 지금 당신들이 쫓아내고 있는 바로 그들이다.





2011년  4 월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김미화의 눈물에 MBC 경영진은 속으로 감사할 따름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자진하차니 얼마나 좋겠는가?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남의 눈물은 나의 기쁨. 정말 개편이 필요한 곳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진행자 교체가 아니라, MBC 경영진이 아닐까?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구태의연한 표현이 되살아 오르는 날이다. 세상 닭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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