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은이 연출한 단편영화 <격정소나타> 스틸 컷
단편 영화 <격정 소나타>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던 최고은 작가가 숨졌다. 작가 나이 32세. 최고은씨는 12분 격정 소나타 영화처럼 짧지만 마지막 격정적인 삶의 운율을 뿜어내고 이 풍진 세상과 작별한 것일까. 한겨레 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고운씨는 설 연휴를 앞 둔 지난 1월 29일 자신의 자취방에서 발견되었다. 방안의 냉기와 함께 식어 버린 시신. 최고은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시나리오전공)를 졸업한 재원이었다. 시신을 처음 발견한 이웃집 방 문 밖에는 최고은씨가 남긴 쪽지가 붙어 있었다. “그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 음식을 챙겨 들고 찾아간 이웃, 하지만 최고운씨는 이미 사선을 넘었다.
경찰관계자에 따르면 최고은씨는 지병이 있었지만, 끼니를 굶은 것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고 한다. 업친데 덮친격. 최고은씨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분들은 젊은 사람이 굶주려 죽는 것이 이상하다고 고개를 흔들 수도 있다. 예술 창작의 길은 고달프고 팍팍하다. 생활고는 최고은씨의 마음과 현실의 방문을 닫게 했을 것이다. 왜 가족과 친구에게도 힘든 생활을 타전하지 않았을까. 안타깝다. 달리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서푼 짜리 자존심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입장 바꿔 고인이 처해진 상황에 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실력도 인정 받은 시나리오 작가였는데, 남한테 계속 손 빌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최근 국세청은 연예인들 연간 소득을 발표했다. 수치상으로는 직장인 수준 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통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연예인 뿐이랴. 예술계 종사자나 직장인도 마찬가지. 부익부 빈익빈. 최상위와의 소득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평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최고은 작가의 요절은 한 개인의 자발적 죽음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다. 영화계의 풍토와 관행을 새삼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사회 전반에 걸쳐 빈곤문제가 심각하다. 일을 해도 가난은 지속되고, 실력은 있어도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다. 남은 밥과 김치. 최고은씨의 방문을 두드리고 쉽지만....그녀는 이미 따라 갈 수 없는 죽음의 강을 건넜다. 너무 아쉬운 죽음이다. 최고은씨가 남긴 12분짜리 단편영화. 그의 생도 단편처럼 짧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다시는 최고은같은 슬픈 죽음 소식이 없었으면... 부끄럽다.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사회 빈곤문제와 불공정한 관행은 더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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