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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자서전으로 부활한 두 전직 대통령?

by 밥이야기 2010.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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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가에 김대중 자서전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김대중 자서전(전 2권)을 펴낸 삼인출판사 관계자 말에 따르면, 초판 2만부는 일주일 만에 다 매진되었고 2판, 3판 각 만부씩 이어 찍어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김대중 자서전은 1400쪽으로 분량에 책값도 5만5천원(2권 세트)이라 선뜻 사기에는 부담스럽지요. 노무현 자서전 '운영이다'도 출판된 이후 베스트셀러 목록에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자서전은 단순 비교할 수 없습니다. 내용과 부피, 외형면에서 차이점은 당연하지요. 김대중 자서전은 고인이 살아계실 때부터 철저하게 준비를 해왔지만, 노무현 자서전의 경우 운명처럼 출판되었으니까요. 누가 알았겠습니까? 노무현 자서전은 보급판과 양장본 2종으로 나왔지요. 바램이 있다면 김대중 자서전(양장본)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보급판으로 나왔으면 합니다.

 

한국 전직 대통령의 자서전이 이렇게 출판계에 돌풍을 일으킨 적은 없었습니다. 두 전직 대통령이 자서전으로 부활한 셈입니다.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는 국회도서관 의원실 대출 순위 2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세간의 관심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듯합니다. 파란만장한 정치역정을 뚫고 대통령이 된 한국 정치사의 큰 나무 김대중. 바보처럼, 운명처럼 갑자기 세상을 떠난 노무현 대통령. 두 전직 대통령의 삶이야 말로 드라마틱한 삶이었지요. 대역전의 승부사이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을 빼놓고 한국 정치사를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까. 평가와 극복은 또 다른 차원입니다. 극복의 대상이자 성찰의 대상이요, 배움의 대상이니까요.

 

최근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유령작가’가 개봉되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영국 수상 자서전을 둘러싼 이야기지요. 유령작가(ghost writer)는 대필자(代筆者)를 뜻합니다. 다른 사람의 글을 그 사람의 이름으로 대신 써 주는 사람을 총칭합니다. 자서전을 탄생시킨 보이지 않는 손이지요. 하지만 두 전직 대통령의 자서전에는 유령작가가 없습니다.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는 유시민씨가 고인이 남긴 자료와 관련자 인터뷰를 통해 엮어 펴냈고, 김대중 자서전은 고인이 2003년 2월 청와대를 나와, 2006년 7월부터 자서전 집필을 위해 구술한 내용과 자료를 토대로 경향신문 김택근 논설위원이 대표 집필했습니다.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에는 엮은이(노무현 재단)와 지은이(유시민)가 명기되어있지만 김대중 자서전은 지은이 김대중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2권 편집 후기에 김택근 의원이 집필했다는 내용이 언급되어 있지요. 그렇다면 이미 알려졌지만 김택근 씨도 엄밀히 말한다면 유령작가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내용적인 측면에서 노무현 자서전이 수필체에 가까웠다면, 김대중 자서전은 기록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당연 규모면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지요.

 

한국에는 전직대통령의 자서전 문화가 미천하지요. 한국 현대 정치의 단면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기록을 중요시 했고, 책을 좋아했던 두 전직 대통령의 자서전을 통해 '대통령학'이 자리매김 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지난주에 김대중 자서전을 다 읽었습니다. 한 번 더 읽어볼 요량으로 정독은 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는 운명처럼 순식간에 읽었지만, 김대중 자서전은 부피(1400쪽 분량)부터 만만치 않지요.

 

두 권으로 구성된 김대중 자서전은 한 개인의 기록이 아니라, 한국 현대정치사의 생생한 기록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쓴 회고록과 책은 많지요. 2003년 2월 청와대를 나와, 2006년 7월부터 자서전 집필을 위해 구술을 시작한 김대중 전 대통령. 이 책은 김대중 삶의 종합판이라 불러도 좋을 듯합니다.

 

 

김대중 자서전은 그를 좋아했건 좋아 하지 않았건, 누구나 한번쯤 읽어 보아야 할 책임에 분명합니다. 그렇기에 좌, 우 보수 진보를 떠나 읽어 볼 가치가 충분하지요. 특히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단숨에 읽는 것 보다, 시간이 허락 할 때마다 꺼내 읽어보아도 좋을 듯합니다. 자서전 1권은 고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기까지의 전사에 해당된다. 출생에서부터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까지 고난의 역사가 수록되어있습니다. 2권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병원에서 삶을 마감하기 전까지의 삶이 담겨있지요.

 

책 서문은 평생의 동지이자 반려자였던 이휘호 여사의 여는 글과 빌 클린턴, 미하일 고르바초프,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등 전직 미국, 소련, 독일 대통령이 글이 수록되어있습니다. 빌 클린터 미국 전 대통령은 고인을 ‘인권과 평등의 수호자’고 칭송했습니다. 이휘호 여사는 고인이 남긴 말을 소개하며 글을 열었습니다.“ 모든 것을 진실하게 기록하여 역사와 후손에게 바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비할 바가 아니다”처럼 고난에서 영광까지 극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고, 6년간 감옥생활을 했고 수십 년 동안 망명과 연금생활을 이어갔으니까요

 

김대중 대통령의 삶은 고난사 였습니다. 한국 현대사가 궤적이 그렇듯이. 고인뿐만 아니다. 독재시대가 드리워낸 기나긴 그늘은 너무 넓고 깊게 한국 사회를 지배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압받았으며 숨져갔습니까. 그들의 이름을 김대중 자서전 1400쪽에 담아도 넘칠 것 같습니다. 대통령 환자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끝내 민주정부를 열었던 집념의 대통령. 비판의 목소리가 어찌 고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누를 수 있겠습니까.

 

특별한 정치인, 특별한 운명의 삶을 살았던 김대중.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노력했던 인물. 고인은 생의 끄트머리에서 글을 남겼다. “ 황혼이 찾아왔고 사위는 고요하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남기려 한다. 내 삶을 국민에게 고하고, 역사에 바치는 마지막 의식으로 알고 지난 세월을 경건하게 풀어보겠다(김대중)”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정치를 시작한 김대중. 지식의 정점에 선 철학자가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고 인류를 위해 몸 바쳐 노력하고자 했던 고인의 숨결이 책에 고스란히 적셔있습니다. 평생 학생으로 살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기록의 대통령이자, 학습의 대통령이기도 했습니다. 공부는 그가 좌절할 때 마다 그를 다시 추켜세웠던 마중물이었지요. 철학은 사실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하는 공부입니다. 지식이 외부로부터 온다면 사색을 통한 지혜는 내부로부터 옵니다.

 

고인은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상처 받을 사람들을 걱정했지만, 용서를 바란다고 글을 남겼습니다. 오늘(8월 10일) 부터 고인이 서거한 8월 18일까지는 추모기간입니다. 한 해에 두 전직 대통령이 운명을 달리했고 한 해에 두 전직 대통령의 자서전이 나왔네요. 지난 10년 민주, 참여정부는 어쩌며 가장 바랐던 정부였고, 실망했던 정부 일 수도 있습니다. 잘한 것도 있고, 잘못 한 것도 있습니다. 어찌 반세기를 지배해왔던 지배이데올로기의 폐단을 극복할 수 있겠습니까. 두 전직 대통령은 극복의 대상이자 공부의 대상입니다. 지난 10년이 없었다면, 사실 이명박 정부도 불가능 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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