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7월 1일부터 시작한 ‘최저 생계비로 한 달 나기(희망 UP)’ 캠페인을 시작했다.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 달동네 장수마을에서 둥지를 틀고 한달 간 최저 생계비로 생활하는 빈곤체험기다. 캠페인 공식 카페에는 다양한 체험 후기 글과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6년 전 참여연대는 하월곡동에서 같은 캠페인을 진행했었다. 2004년 6월 끝자락. 그 당시 한겨레신문에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다.(아래 박스)
최저생계비로 직접 살아 보면 그들 아픔 보일까
오늘부터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 up’캠페인이 시작된다. 일반인들이 빈곤지역을 찾아 최저생계비로 실제 생활을 해보는 행사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최저생계비의 문제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빈곤문제를 인권의 측면에서 조명하고 대안을 만들어 가는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다.
우리는 ‘희망 up’을 위해 우리는 서울 하월곡동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을 선택했다. 참가자들은 한 달 혹은 하루 동안 최저생계비로 삶을 꾸려야 하는 당혹스런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가’를 스스로 체험하며 고민하게 될 것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도시의 일상적인 생활과 동떨어진 공간에서 빈곤층의 현실에 눈을 뜨고 ‘인간다운 삶’을 향한 기준을 제시해 공론화시킬 것이다.
‘만족할 만한 생활의 환경’이라는 복지의 사전적 의미를 되새겨보자. 그 환경에 다가서는 현실적인 최저생계비 계측이 이루어진다면 진일보된 복지의 전형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이 캠페인은 어려운 이웃을 다시 돌아다 보며 진정한 나눔의 의미을 발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어느 종교의 교리에는 자선을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있다. “나뭇가지마다 찾아드는 참신한 햇빛의 자선이 있으며, 사람들 사이를 공평하게 해 주는 것 또한 자선이다. 나뭇가지마다 매일 거기에 자선이 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그의 가축을 타도록 돕는 것이 자선이고, 가축에 짐을 싣도록 돕는 것도 자선이고 또 좋은 말씨도 자선이며 길을 안내하는 것 또한 자선이다.”
절망스러운 빈곤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노출시켜 눈물을 자아내어 만들어 내는, 감성적인 자선을 뛰어 넘는 ‘나눔의 문화’를 이제 만들어 내야 한다. 아무쪼록 이번 캠페인을 통해 최저생계비의 현실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글:밥이야기(2004년 6월 30일 한겨레 신문)
2009년 4인 가구 최저 생계비는 136만3천90원, 2004년은 100만원 수준. 찌는 듯한 더위에 빈곤 체험을 쉽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 뿌리를 두고 사시는 분들은 일상이다. 2004년 최저 생계비로 한 달을 살았던 하월곡동은 오래 전 옹기종기 모여 있던 집들과 꼬불꼬불 골목길은 다 사라졌다. 이미 그 자리에는 고층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사람들도 다 흩어졌다. 2004년 캠페인을 끝내고 책으로 기록(사진집)들을 남기고 싶었는데, 끝내 남기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다들 어디서들 살고 있을까?
장수마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캠페인에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참여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한나라당이나 오세훈서울 시장이 가장 먼저 찾아보아야 할 곳이 아닌가? 서민, 현장 정치를 외친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서울 르네상스에 가려진 빈곤의 현장을 외면한다는 것은 서민을 말할 자격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일어난 일 중에 절 대 잊을 수 없는 일이 있다. 용산 참사다. 무차별 개발이 만들어낸 슬픈 기록이다.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서울. 과연 디자인이 누구를 위한 디자인인지 묻고 싶다. 인간을 위한 디자인인지, 서울을 찾는 외국인의 눈을 의식한 디자인인지.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이야 말로 장수마을에서 한 달은 아니더라도, 단 며칠이라도 느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서민의 삶은 6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팍팍한 이유는 무엇일까?
장수마을에서 맞는 두 번째 주말. 지난 열흘간 “힘들다, 힘들다” 노래를 부르고 다니긴 했지만 사실 소꿉놀이하듯 재밌는 시간이었다. 근데 이건 한 달간이긴 하지만 ‘레알’이다. 저녁에 또(!) 라면을 먹으면서 든 생각이다. 냄비에 라면 물을 맞추면서 서글펐다. 사흘 연속 식사 메뉴에서 라면이 빠진 적이 없다.
그래도 식상함을 덜어보고자 청양고추와 파를 썰어 넣었다. 많은 조미료가 없는 우리에게 청양고추는 쓰임이 아주 많다. 이제 두 알 밖에 안 남은 계란은 깨지지 않아서 살펴보니 냉장고 안에서 얼었다. 면발을 다 집어 먹고서는 트위터 독자 분(@namelessone0)이 알려주신 ‘라면국물죽’을 해 먹었다. “남은 라면 국물에 계란 하나 풀고 남은 마른 밥 몰아넣고 죽 끓여서 오래 데워먹기 추천해봅니다. 친구들은 21세기 꿀꿀이 죽이라고 불렀습니다(엉엉)”
감기 기운이 있다. 여긴 찬 물밖에 안 나온다. 덥다고 매일 찬 물에 씻었더니 탈이 난 모양이다. 내 심상치 않은 목소리를 수화기 넘어 듣곤 몸 괜찮냐고 묻는 한 선배에게 “찬 물만 나와요” 했더니 화들짝 놀랬다. 그런 말을 어떻게 그렇게 ‘쿨’하게 할 수 있냐고. 허허. 옆집 할머니 말로는 겨울에도 마찬가지다. 할머니가 집주인에게 갖고 있는 가장 큰 불만사항은 난방(온수) 문제다. 지난겨울도 냉방에서 보내셨다고. ‘에이, 설마’ 했는데 방 곳곳을 샅샅이 살펴봐도 보일러가 없다. 여름이라서 미처 그거까지 확인 못했다. 겨울에 여기서 한 달 나기를 했으면 나는 진작 도망 쳤을 게 분명하다.
아침 10시부터 장수마을 대안개발팀과 함께 조를 나눠 골목길 현황조사에 나섰다. 나는 기윤씨와 구가건축연구소의 이창규씨와 함께 한 조를 이뤘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창규씨는 대안개발팀에 합류하기 전 학생 때 우연찮게 장수마을에 들렀다가 마음을 빼앗겼다. ‘골목’과 ‘계단’으로 이루어진 마을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작품이나 마찬가지였다. 창규씨는 마을이 재개발로 사라지면 안 되는 ‘학문적’인 이유도 설명해줬다. “건축사를 배울 때 우리나라에는 근대건축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 마을에는 근대건축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어요. 기록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 있어요”
마을의 이강제 할아버지가 안내에 나섰다. 몇 차례 만나 뵌 결과 말이 ‘대단히’ 많은 게 할아버지의 단점이긴 하지만, 마을 ‘개혁’에 열정이 많은 분이시다. 마을에는 경사 길과 계단이 많다. 정비된 구역도 일정부분 있지만, 대개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우리가 돌아본 구역은 27cm~32cm정도 높이의 계단이 70개쯤 된다. 높이보다도 일정하지 않은 게 더 문제다. 위에 서 있으면 정말 헉 소리가 절로 난다. 조심조심 내려 서는 데 이강제 할아버지가 허허 웃으셨다. 이 할아버지는 “이 계단을 우리는 ‘천상으로 가는 계단’이라고 불러”라고 말했다. 노후 된 축대는 갈라지거나 바스라지고, 길도 울퉁불퉁 제각각이다. 지난해 서울성곽 산책로를 조성하면서 그 길은 매끈히 정비됐지만, 마을 길은 엉망진창인 곳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오래된 마을길에는 이야기가 있다. 40년 된 평상은 마을 어른들의 오래된 커뮤니티다. 낯선 이에게도 “소주 한 잔 하고 가시오”라고 붙잡는 넉넉함이 있는 곳이다. 골목에서 바라보는 경관 또한 아름답다. 땀 뻘뻘 흘리며 숨 가쁘도록 걸어 올라온 이유를 만들어준다. 위에서 바라본 마을 곳곳은 빈틈마다 꽃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꼭 예쁜 화분이 아닌 고무 대야에서도 고추와 방울토마토가 열리고 꽃이 핀다.
오후 2시부터는 경로당에서 영정 사진 찍기 행사를 했다. 그 어느때보다 바쁜 주말이었다. 꽃분홍 한복을 챙겨 들고 온 할머니가 사진을 찍고 나서 확인하라고 하자 “사진이 벌써 나온겨?”라며 화들짝 놀라신다. 디지털카메라를 잘 모르시는 탓이다. “왜정 때 해보고 화장 처음 해 본다”라는 할머니는 연신 싱글벙글이다. 결혼 한지 61년이 됐지만 “여전히 내 마누라가 제일 이쁘다”라는 할아버지 역시 신났다. 어르신들이 웃으니 체험단도 자원활동가들도 함께 웃는다.
무엇보다 오늘은 가계부 쓸 일이 없었다. 만세!
금일 지출 0원
누적 지출410,540원
잔액 448,210원
[출처] 10일차 / 일호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 캠페인) |작성자 장일호
2004년에도 하월곡동에 사시는 어른신들의 영정사진(사진:류관희)을 찍어드렸다. 그 사진들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돌아가신 분들도 계실 것 같고, 밀리고 밀려 서울 어느 하늘 아래 살고 계실 어른신들에게 안부를 묻고 싶다. 복날에 함께 먹었던 삼계탕. 이번 복날에도 장수마을 어른신들을 위해 닭이라도 하늘에서 쏟아 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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