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오마이뉴스/남소연)
“2009년 5월 23일, 해가 떠오르는 시각,
그는 똑바로 앞을 보면서 뛰어내렸다.
그의 몸은 두 번 바위에 부딪히면서 부엉이바위 아래 솔숲에 떨어졌다.
마지막 길을 동행했던 경호관이 다시 찾아내기 까지 30분 동안,
그는 거기 혼자 있었다.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다.
말을 하지 못했다.
숨을 쉬지 못했다.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유시민의 에필로그 중에서)”
이른 새벽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었다. 갈증에 찬 물을 벌컥 벌컥 마셨지만. 마음은 해갈되지 않았다. 창문을 열었다. 속절없이 비가 내리고 있다. 하늘도 아는 걸까? 노무현은 일 년 전 오늘 운명처럼 자신의 몸을 던졌다. 어떤 이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탓했고, 그를 미워했던, 지나치게 싫어했던 사람들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100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봉하마을을 찾았고, 전국 분향소에는 5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줄지어 노무현의 죽음을 함께했다.
사람 사는 세상. 처음과 끝을 알 수 없거늘. 새벽부터 지난 일 년을 돌아보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다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에 꽃을 던졌다. 그 꽃은 시간의 변주곡에 따라 시들어 갔지만, 사람들 마음 한편에 꽃은 자라나고 있었다. 바보 노무현이 현실을 떠난 후, 많은 사람들은 그가 겪었던 인생 격정과 좌절, 운명에 대해 책을 남겼고, 사진을 나누었고, 속내를 풀어 날랐다.
오늘 하루만큼은 노무현을 생각하자. 살아남은 자의 최소한 예의가 아닐까. 동지로서 선배로서. 노무현 대통령 취임사를 다시 읽어 보았다. 끝자락 문장이 가장 와 닿았다.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되어야 합니다. 원칙을 바로 세워 신뢰사회를 만듭시다. 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로 나아갑시다. 정직하고 성실한 대다수 국민이 보람을 느끼게 해드려야 합니다.”(노무현 대통령 취임사 중에서)
노무현은 외로웠다. 한국 사회에서 노무현은 이른바 학연, 지연, 혈연으로부터 자유로웠다. 한 때 잘나갔던 변호사 직을 버리고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던 노무현. 유시민의 말처럼 ‘그는 정의와 생존권을 지키려고 싸우다 박해 받은 동시대인에 대한 소박한 연민이었다. 불의가 횡행하는 세상에서 혼자 안온한 삶을 누리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부끄러움이었다.’
그가 선택했던 것처럼, 오늘은 모두에게 운명이다.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 군주론으로 널리 알려진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지도자의 처세술과 운명에 대해 말을 남겼다.
“나라를 지키는 일에 곧이곧대로 미덕을 지키기는 어려움을 명심해야 한다. 나라를 지키려면 때로는 배신도 해야 하고, 때로는 잔인해져야 한다. 인간성을 포기해야 할 때도, 신앙심조차 잠시 잊어버려야 할 때도 있다. 그러므로 군주에게는 운명과 상황이 달라지면 그에 맞게 적절히 달라지는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면 착해져라. 하지만 필요할 때는 주저 없이 사악해져라. 군주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 나라를 지키고 번영시키는 일이다. 일단 그렇게만 하면, 그렇게 하기 위해 무슨 짓을 했든 칭송 받게 되며, 위대한 군주로 추앙 받게 된다.”(함규진의 글 중에서 발췌)
노무현은 그렇지 못했다. 사악하지 못했다. 마키아벨리의 사상은 훗날 사회주의자들에게 까지 영향을 미쳤지만, 사상의 오류 또한 심하다. 나라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지킨 다는 명목으로 권력자들은 자신의 안위를 지켰기 때문이다. 그 대가로 국민은 희생되었다.
만약 노무현이 살아있었다면, 가끔 이런 생각들이 맴돌 때가 있다. 분명 노무현은 대통령으로서 잘못한 일도 많다. 하지만 그는 결코 자신이 지향했고 걸어왔던 양심에 크게 반하지 않았다. 2009년 2월 25일 봉하마을에서 그는 시민으로서 이루지 못한 꿈, 실패의 경험을 거름삼아 제 2의 인생을 꾸려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는 운명처럼 몸을 던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문화를 강조하면, 노무현에게 몇 차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는 언론의 포화를 맞으며 검찰에 출두했다. 2009년 4월 30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그는 죽음을 선택했다. 잘못이 들어나면 법에 따라 벌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언론은 최소한의 사실적 근거도 없이 그를 단죄했다.
그의 몸은 물과 흙, 나무와 바람, 태양과 별들에게 돌아갔다.
그는 자기 자신 말고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나는 좋았다. 그가 혼자, 너무 외로워 보였기에 그에게 다가섰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덜어 주지 못했다.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유시민이 쓴 에필로그 중에서)
무책임한 언론 보도는 물리적 폭력보다 무섭다.
오늘은 운명이다. 한국이 처한 민주주의 후퇴, 권력과 언론의 광기에 대해
운명처럼 말해야 한다. 그래야지 노무현을 넘어 사람 사는 세상으로 나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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