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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미수교국 쿠바 첫 방문,윤병세 외교장관 잘 될까?

by 밥이야기 2016.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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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장관이 4일(현지시간) 한국 외교장관으로서는 최초로 쿠바를 방문한다고 한다. 양국 간 관계 개선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외교부는 윤 장관이 4~5일(현지시간), 1박2일 일정으로 쿠바를 방문해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아시다시피? 5년만에 공산당 전당대회를 치르는 쿠바 지도부가 연일 미국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은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제7차 쿠바공산당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문은 쿠바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공격이었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는 우리의 사상, 역사, 문화, 상징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말 쿠바와 외교 관계 재수립을 선언했고 지난달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역대 두 번째이자 88년 만에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은 민간 분야를 현혹하려고 왔다”며 “쿠바 기업가들을 돕겠다는 미국의 약속은 1959년 쿠바 혁명 이래 자리 잡은 일당통치 체제에 반대세력을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국 위원인 미겔 디아스 카넬도 “피델 카스트로의 정신과 가르침, 쿠바 혁명은 계속될 것”이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낭독했다고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가 전했다. 디아스 카넬은 2018년 은퇴를 선언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뒤를 이을 2인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앞서 라울 카스트로 의장은 지난 16일 개회사에서 “쿠바는 경제를 사유화하지 않을 것이며 자본주의를 향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울의 친형인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도 기고를 통해 “미국의 선물은 필요 없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병세 외교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프랑스 국빈방문 수행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쿠바로 갔다. 뉴시스에 따르면 윤 장관은 이번 쿠바 방문에서 예정대로 ACS 정상회의 주요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ACS의 옵서버 국가 자격으로 정상회의에 참석,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개발에 있어서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게 공식적인 목적이다. 하지만 이번 ACS 정상회의가 미국과 쿠바 간 관계 정상화 추진에 합의한 이후 쿠바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정상급 다자회의라는 점, 쿠바가 여전히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 점 등에 외교가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쿠바는 지난 1960년 북한과 수교를 맺고, 특별히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불과 지난달에는 북한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이 쿠바를 찾아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회동을 갖고 '동지적, 형제적 관계'에 있음을 거듭 확인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이달 초 라울 카스트로의 85번째 생일을 맞아 축전도 보냈다.
반면 한국과 쿠바는 수교를 맺지 않은 상태다. 지난 1959년 쿠바 사회주의 혁명 이래로 양국 간 교류는 단절돼 있다. 하지만 미국과 쿠바가 최근 국교정상화를 이룬 것을 계기로 우리도 쿠바와의 관계 회복에 나서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윤 장관의 방문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윤 장관의 방문이 양국의 국교 정상화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양국 실무진은 이번 윤 장관의 방문을 통해 자연스레 교류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는 북한 문제도 직간접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쿠바를 '형제국가'로 칭하고 있는 북한에게는 치명적이다.
가뜩이나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 등으로 외교적 고립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쿠바마저 우리 정부와 관계 재설정에 나선다면 북한은 외교적으로 완전히 외톨이 신세로 전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정부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일정 중 하나로 우간다를 방문, 우간다 정부로부터 북한과의 군사적 협력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북한과 군수물자 협정 등을 맺고 있던 에티오피아에서도 북핵 저지 공조를 끌어냈다. 이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불과 2주 전께 김영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통해 친서를 전달하고, 우호적 관계 발전을 약속한 쿠바에 한국 외교장관이 방문한다는 사실이 불쾌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또한 "금번 ACS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 및 외교장관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쿠바 방문에서도 대북(對北) 압박 외교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쿠바가 북한과 오랜 기간 수교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으며,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특히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한 이후에도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를 중시하고 있는 한국 외교장관의 첫 쿠바 방문이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