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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이승만 시 공모전, 복거일 마일드한 테러?

by 밥이야기 2016.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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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수상한 시가 탄생했다. 진보가 아니라 보수를 좋아하는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이승만 시 공모전'. 이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내용이 숨겨진 시가 최우수상 등 수상작으로 뽑혀 논란이 벌어졌다. 한겨레신문이 단독 보도한 아이러니 한 시에 대한 글이다. 오늘(4일) 자유경제원이 공개한 ‘제1회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 수상작품집’을 보면, ‘To the promised land(약속의 땅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시가 최우수상 수상작 2편 가운데 하나로, ‘우남찬가’라는 제목의 시가 입선작 8편 가운데 하나로 등재되어 있다. 4일 오전 이 작품은 수상집 목록에서 삭제되어 있다. 자유경제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한해 평균 20억원 상당의 지원금을 지원하는 단체다. 최우수상 수상작인 ‘To the promised land’는 “Now you rest your burden/International leader, Seung Man Rhee/Greatness, you strived for/A democratic state was your legacy(이제야 당신은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군요/국제적인 지도자 이승만/당신이 정열을 쏟았던 그 위대함/민주주의 국가는 당신의 유산입니다.)”이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언뜻 보면 이승만 전 대통령을 추앙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이 시의 각 문장 첫 글자만 따서 세로로 소리나는 대로 읽으면 “NIGAGARA HAWAII(니가 가라 하와이)”라고 비꼬는 문장이 등장한 것이다.




입선작 ‘우남찬가’는 “한 송이 푸른 꽃이 기지개를 펴고/반대편 윗동네로 꽃가루를 날리네/도중에 부는 바람은 남쪽에서 왔건만/분란하게 회오리쳐 하늘길을 어지럽혀/열사의 유산, 겨레의 의지를 모욕하는구나”라는 단락으로 시작한다. 이 시 역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추앙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한 줌 용기의 불꽃을 흩뿌려/강산 사방의 애국심을 타오르게 했던/다부진 음성과 부드러운 눈빛의 지도자/리승만 대통령 우리의 국부여”, “폭력배 공산당의 붉은 마수를/파란 기백으로 막아낸 당신/국가의 아버지로서 국민을 보듬고/민족의 지도자 역할을 하셨으며” 등의 구절의 그 예다. 하지만 이 시 역시 각 문장 첫 글자만 따서 세로로 읽으면, 내용은 달라진다. ‘한반도분열 친일인사고용 민족반역자 한강다리폭파 국민버린도망자 망명정부건국 보도연맹학살’이라는 글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커뮤니티 루리웹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입선 상장 사진을 올리며 “몇 달 전 이승만 시 공모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시를 써서 유머 게시판에 올렸더니 반응이 좋았다”며 “그래서 (공모전에) 냈더니 입선. 상금 10만원으로 여친이랑 고기 먹었다”고 썼다. 자유경제원은 이날 ‘이승만 시 공모전 일부 수상작 입상 취소’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대회 취지에 반한 글을 악의적으로 응모한 일부 수상작에 대해 입상을 취소하고 법적 조처를 포함해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두 작품은 이승만 대통령을 폄훼하는 내용을 고의적으로 담고 있어 행사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이로써 주최 측 및 다른 응모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전 심사위원장인 복거일 작가는 "마일드한 테러"라며 과도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거일 위원장은 4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건은 이른 바 '마일드한 테러. 일종의 테러리스트들이 테러를 한 것인데 이는 못 막는다. 유치한 수준의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복 위원장은 이어 "논란이 된 두편의 시에 숨겨진 폄훼 내용은 일종의 '애너그램' 형식인데 직원들이 심사할때 그 부분을 세밀하게 다 찾아볼 수 없다"면서 "사람인 이상 다 찾아 볼 수 없는 거고 그러한 내용을 넣은 사람들이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복 위원장은 또 "이런 단순한 해프닝을 가지고 격하게 반응하면 (그들에) 말려드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유경제원 측이 이번 논란에 대해 '입상 취소 및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에 대해서는 "우남을 깎아 내리거나 행사를 중단시키려는 의도"라며 "괄목상대해서 좋을 게 뭐 있나. (행사를) 취소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제1회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폄훼하고 비난한 두편의 시가 최우수상과 입선작으로 수상된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