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함민복 시인이 쓴 '큰 물'을 읽었다. 사람들이 하루에 한 편의 시를 읽는다면 시인의 감성으로 산다면, 세상은 변할까. 세상 언어는 넘치지만 한꺼번에 꿀꺽 넘어 삼키기에는 크고 벅차다. 말의 홍수시대. '진실'은 무엇일까? 절대적인 백과사전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진실이라고 말하지만, 거짓된 진실이 많다. ‘거짓된 진실’은 노암 촘스키와 더불어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글을 쓰고 행동하는 사회운동가 데릭 젝슨이 쓴 책 제목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젝슨은 사회 곳곳의 스며들어 있는 증오와 위선적인 문화를 고발하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진실을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진실은 밝혀진다. 진실은 절대적이 아니라 보편적 가치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진실을 말하지만, 보편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거짓이 된다. 진실은 사실이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지금 한국 사회는 어떤가. 거짓된 진실이 되어 흘러넘친다. 그중에서 가장 큰 거짓을 꼽으라면 '4대강 사업'을 들고 싶다. '살리기'는 뺐다. 거짓이기 때문이다. 함민복의 시를 읽어보자.
큰 물 / 함민복
옛사람들은 큰물이 났다고 하였으나
우린 水魔란 말을 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물길을 막은 것 아닌가
물의 길에 우리가 살고 있었던 것 아닌가
바닷물을 데워
하늘로 올라가는 수증기의 길에 속도를 가했고
땅으로 내려오는 비의 길을 어지럽혀
어쩔 수 없이 폭우가 쏟아진 것 아닌가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라니
수마란 말은 차마 입에도 담지 말자
우리 몸이 물이고
물이 생명인데
물을 魔라고 하면
너무 자학적이지 않은가
너무 반성이 깊지 않은가
지난 폭우 때가 생각난다. 엊그제다. 수마가 할퀴고 상처. 과연 그럴까? 물길을 가두고 흙이라고는 찾아볼 길 없는 도시의 시멘트 바닥. 하지만 흙은, 생명은 말랑말랑하다. 콘크리트를 뚫고 피어나는 잡초를 보라. 부드러움이 결국 이긴다. 나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 변함없다. 그 이유는 빠르고 전면적이었다. 자연은 둘째 치고 사람과 사람사이 소통이 빠진 사업이기 때문이다. 지역 형편에 맞게, 물길을 살리는 사업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있겠는가. 그런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완공을 앞 둔 4대강 사업은 그렇지 않다. 당장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피해는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늘 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런 시대를 맞고 있다. 기후 변화로 벌떼들이 갈 길을 못 찾은 지 오래다. 누가 저지른 일인가. 나며 당신이다. 멀리 남 탓 찾을 필요 없다. 그렇다면 이제 삶의 질을 위해 어떻게 삶의 패턴을 바꾸어야 할지 지금부터 실천 할 때다. 개발은 필요하다. 개발 소발이 아니라 인간계발이 더 필요하다. 지금 우리 사회를 갈라놓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생하게 보고 있다. 이러다가는 정말 큰 물 만날까 걱정이다. 다가 올 총선과 대선. 무관심은 방치로 이어진다. 결국 사람 사는 길. 참여로 바꾸어야 한다. 자신의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희생의 정치, 성찰의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한계의 금권관치자본주의를 그래도 살 만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노동자들이 틈내 시집을 누구라도 꺼내 읽어 볼 수 있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투표'다. 이 얼마나 공평한가. 너무 낭만고양이 같은 이야기인가? 새벽 깨어났지만 꾸벅꾸벅 잠결임을 이해 바란다. 좌파, 우파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 결핍된 타협과 배려, 상상력을 부족을 잠시 생각해보자. 아무튼 이제 더 이상 거짓된 진실, 진실 이냥 포장된 정치인들의 위선에 속지말자. 말랑말랑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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