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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김연아는 국보소녀,국민누님은 누구?

by 밥이야기 2011.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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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4시다. 누군가는 깨어 잠들어 있고, 누군가는 잠들지 못하는 깊은 밤이다. 갑자기 닥칠 아침 빛살 때문에 눈 감기 힘든 애매한(어중간한) 시간이다. 오늘 신문을 펼쳐들고 사설을 읽는다. 변함없다. 인터넷을 뒤져 주요 뉴스를 클리핑하다,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임혜지 박사(건축학)의 개인 누리집을 방문했다. <소금꽃 우정>이라는 제목의 최근 글을 읽었다. 임 박사가 한국에서 제일 가지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한 친구가 묻자, 김치도 아니요 젓갈도 아닌 책 두 권을 이야기 했다. 한 권은 신영복이 쓴 '엽서'와 다른 한 권은 김진숙이 쓴 ' 소금꽃 나무'. 그 친구는 두 권의 책을 임 박사에게 보내주었다. 임 박사는 신영복의 짧은 엽서를 읽지 못했다. 신영복이 감옥에서 쓴 엽서를 어찌 숨가쁘게 읽겠는가. 예의가 아니다면 덮었다. 하지만 임 박사는 김진숙의 ' 소금꽃 나무'를 단숨에 읽었다.눈물을 흘렸다. 어제는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목숨을 던져 자신이 아닌 더 많은 이의 권리를 위해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진숙의 생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임 박사의 글 눈물에 보태 잠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김진숙 동지. 지천명의 나이에 당신은 크레인에서,난 농성장에서 생일을 맞이했군요. 같은날 태어난 우리. 정리해고, 직장폐쇄 철회해서 내년엔 공장에서 생일상을 받아봅시다. 생일축하합니다. -유성기업 이재윤- 



오늘 같은 어제는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확정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뻐했고, 눈물을 흘렸다. 두 번의 실패를 딛고 이루어낸 결과에 가슴 벅찼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요 언론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세상을 뒤바꿀것 처럼 앞 다투어 이야기했다. 언론이다. MBC 100분 토론 주제는 평창 동계올림픽이었다. 누구나 기뻐할 일이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는 현실의 이야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개선시켜 줄 행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의 중심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외면하자는 뜻은 아니다. 무한도전 김태호 피디는 동계올림픽 유치지로 평창이 확정되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연아를 '국보소녀'로 칭했다. 무한도전 멤버 정준하를 내세워 패러디 사진을 내걸었다. 많은 사람들은 열광했다. 김연아 선수는 국보소녀라는 이름을 들어도 손색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국보소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확정 소식에 가려, 잊혀지고 있는 잊게 하는 소식은 없는지 살펴 봄이 마땅하다. 김진숙은 180일 넘게 생명을 건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다. 임 박사는 말했다. " 그이(김진숙)의 생명이 요즘 바람 앞의 등잔불이다. 크레인에 홀로 180일 넘게 버티며 시시각각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마치 내 생명 지키듯 내 힘으로 지켜줘야 하는 생명이다. 그이도 남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 자기 목숨을 내걸었으니 그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우리 모두의 숙제다. 몸을 놀려 일하는 사람들도 돈을 굴려 일하는 사람들 못지 않게 사람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가 지켜지지 않는 세상에선 나도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한다".국보소녀도 국민누님도 자신을 넘어, 가치 있는 일을 위해 도전하는 사람이다.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했어도 김연아는 국보소녀다. 하지만 목숨을 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김진숙은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들이 삶의 터전으로 돌아지 않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김진숙  
 by yohjini


* 임혜지 박사의 <소금꽃 우정> 전문 읽어 보기(아래 더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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