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밥

'기수열외' 해병대에만 있을까?

by 밥이야기 2011. 7. 6.
728x90
날벼락같은 소식이었다.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숨지고 다친 사병들의 부모님들을 생각해보자. 밝은 날 생벼락맞은 기분 아니었을까. 왜 김 상병은 총을 들었을까. 총구를 동료들에게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을까.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매번 간헐적으로 발생했다가 잊혀졌던 과거의 군 사고, 사건처럼 한 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려 보내려 했다. 군 수사기관과 언론을 통해 알려진 김 상병 총기 난사 사건은 '기수열외'가 또아리(똬리) 틀고 있었다. 기수 열외는 집단 따돌림.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사병을 지정해서 기수(서열)를 막론하고 왕따시키는 문화. 김 상병은 훈련소 인성검사에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어 분류된 '관심병사'였다. 군 생활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었다. 결국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은 김 상병을 정신적 공황상태에 '기수열외'가 부채질 한 사건이었다. 


더구나 더 심각한 것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3월 해병대에 '기수열외에 대한 엄격한 처벌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는 것. 그렇다면 해병대 기수열외 문제점은 이번 김 상병 사건으로 국한시켜 볼 수 없다는 것. 김 상병은 조사과정과 자신이 남긴 메모(자필 진술)를 통해, ' 너무 괴로워요. 죽고 싶어요. 더이상 구타, 왕따, 기수열외가 없어져야 해요'라고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왕따 문화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이지메 이야기가 아니다. 군 생활을 해보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계급 서열과 동기 서열문화가 자리잡은 군에서, 기수열외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나와 같은 동기(같은 계급)가 하급자에게 무시를 당하는 일이 생긴다면, 아니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집단 따돌림을 시킨다면 묵인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같은 동료가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하급자에게 팔을 꺽이거나, 맞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냥 넘기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왜 해병대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해병대는 다른 군과 비교한다면 군서열 기수문화(너는 몇기?)가 뿌리깊게 흐르고 있다. 


▲ 스탠리 큐브릭이 연출한 세계 반전영화의 걸작으로 불리는 ' 풀 메탈 자켓'. 영화 전반부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무기는 해병과 그의 총이다"라 구호아래 훈련을 받던 한 사병(고문관)이 적응을 하지 못해, 끝내 상사를 살해하고 자살을 한다. 사건을 저지른 사병은 군대 부적응자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병에게 해병이 되라고 다구친다고, 해병이 될 수 있는걸까. 김 상병 총기 난사사건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이기도 하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육교(지금은 사라졌지만) 계단을 한 해병대원과 오를 때, 내려가던 해병대원들과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아뿔싸, 내려갔던 해병대원들이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해병대원이 경례를 하지 않았다고, 계단을 뛰어 올라가 집단으로 따귀를 때리고 얼차례를 주는 풍경이 발생했다. 기수 차이는 군 밖에서나 군 안에서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 예를 들어 휴가 때 군복을 입고 외출을 할 때, 같은 사단에 소속되어있다하더라도 소속 부대원이 아니면 경례를 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해병대는 다르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듯, 이번 해병대 김 상병 총기 난사 사건의 배경은 개인사를 떠나, 해병대 기수 문화와 왕따 문화가 집결된 사건이다. 예견된 사건이었다. 우리 속담에 ' 또아리 살 가린다 '는 말이 있다. 가린다고 가렸으나 가장 요긴한 데를 가지리 못했음을 이르는 말이다. 문제 발생의 본질을 처리하지 못하고 가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기수 열외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기수열외는 해병대에만 존재하는 걸까? 물론 아니다. 수위와 방식만 다를뿐 조직사회에서는 존재한다. 학연, 연고주의가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기수열외는 암묵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조직문화에 익숙하고 적응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부적응자도 많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은 사회에 존재하면 안 되는 사람인가? 그렇지 않다. 관심과 배려만 있다면 더 창의적이고 열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김 상병은 정신적으로 '문제아'였다. 누구나 문제아일 수 있고, 문제아였다. 문제는 문제아를 방치하는 군 당국과 사회가 아닐까. 해병대, 아니 최전방에서 군복무를 하는 사병이 정신 상태가 문제였다면, 방치시킬 일이 아니다. 최전방에서 군생활을 할 때 의아했던 것 하나가 총기. 마음만 먹으면 '람보'로 무장하는 것은 너무 쉬운 일 아닌가? 해병대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대 문화의 개선은 필요하다. 물론 하루아침에 개선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알면서 방치해서 사건이 발생한다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병력이 부족해서 요주의 '관심병사'를 최전방에 배치했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공감하시면 아래 손가락 모양 클릭 - 


 더 많은 사람들과 관련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