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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 홍익대총장님 같이 밥 한 끼 먹읍시다 ” 홍익대 청소 경비노동자가 드리는 글

by 밥이야기 2011.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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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가판대에서 조선일보를 샀다. 기사를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자 조선일보 8면에 실린 광고를 보기 위해서다. 이 광고는 2011년 새해 벽두, 희망의 덕담이 아니라 해고통지를 받은 홍익대 청소 경비노동자 어머님과 아버님들을 지지하기 위한 헌사다. '배우 김여진과 날라리 외부세력' 회원과 트위터 사용자들이 십시일반,  천만원 넘는 돈을 모아 제작된 광고. 

 

 



배우 김여진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글을 남기기도 했다. 글 끝언저리에 홍익대 총학생회장에게 밥 한끼 먹자고 말했다.
제작된 광고 문안의 큰 제목(헤드라인 카피)은 " 홍익대 총장님 같이 밥 한 끼 먹읍시다". 김여진이 홍익대 총학생회장에게 드리는 글이 아니라,  홍익대 청소 경비노동자 일동이 홍익대 총장에게 드리는 글로 바낀 셈이다.


<홍익대 총장님 같이 밥 한 끼 먹읍시다>

홍익대학교 총장님,
새해 벽두부터 점거농성 중인 저희들 때문에 학교가 어수선하죠?
저희도 일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습니다
'투쟁'이니 하는 말은 남의 일로만 알았으니까요
그런데 새해 첫 날, 덕담 대신 해고통지를 받았습니다
총장님이 저희의 처우까지 다 알지는 못 하셨겠지만
최저임금도 안 되는 75만원의 월급과 300원의 점심값을 받으며 일해왔습니다
그런 비인간적인 대우를 조금이나마 개선해 보려고
노조를 만들었지만 돌아온 건 해고통보 뿐이었습니다
우리의 바람은 간절하지만 소박합니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와 일하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을 식구라고 한다지요?
홍익대라는 한 울타리에서 함께 일하는 식구라면
따뜻한 밥 한 끼 같이 먹으며 이야기 나누면
해결 못 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총장님, 같이 밥 한 끼 먹읍시다"

홍익대 청소 경비노동자 일동



광고 하단 그림은 홍익대 미대 동문들이 작품이라고 한다. 홍익대 총장님이 보시는 신문에 광고를 내자고 제안했던, 홍익대 청소부 경비 노동자들. 오늘 홍익대 총장님이 광고를 꼭 보셨으면 한다. 외면하지 마시라. 상품 팔아달라는 광고가 아니질 않는가. 홍익대학교의 얼굴(이미지)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한다. 


'밥 한 끼 먹자'에 담긴 뜻

"총장님 밥 한끼 먹읍시다" 광우병 촛불시위가 끝나갈 무렵,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밥이란 게 희생이란 뜻이에요. "저 놈은 내 밥이다" 이런 말을 우리가 습관적으로 하잖아요. 저 인간 내 맘대로 이용해 먹겠다는 소리지만, 사실은 저 사람 때문에 내가 산다는 얘기거든요. 밥이란 게 원래 그런 뜻이에요. 누군가를 위해 희생한다는 것이지요. 세상의 이치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만물이 저마다 누군가의 밥이 되어야 돌아가게 되어 있잖아요. 지금은 우리가 누군가의 밥이 되지는 않고, 저 혼자 일방적으로 먹으려고만 하니까 세상이 지옥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밥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해요. 내가 먼저 누군가의 밥이 돼야 한다는 거지요. 농사를 짓는 농부를 우리가 도와서, 농민들에게 우리가 밥이 돼줘야 해요. 그리고 농민은 우리들을 위해서 밥이 되고요. 이런 식으로 순환을 계속해야 합니다. 부모는 자식의 밥이고, 아이들은 늙은 부모의 밥이 되어 부모에게 공양을 바치고...이런 식으로 모든 존재가 모든 존재에 대해서 밥이 되는 것. 해월 선생이 이천식천(以天食天)이라는 아름다운 표현으로 말씀하셨잖아요. 한울님이 한울님을 먹고 산다고. 존재하는 모든 게 한울님이라고 하셨잖아요."(김종철/녹색평론 발행인)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학생, 교수, 임직원 만 있어서는 안 된다. 청소부 경비직 노동자들이 없다면 학교가 돌아갈까?총장은 청소부 경비직 노동자를 위해 돕고, 그들은 학교를 돕고 서로 서로 밥이 되어 주는 순환이 계속되어야 한다. 소박하지만 절박한 목소리를 들어 주어야 한다. 밥 한 끼 하자라는 뜻을 새겨 들어야 하는 이유다. 아무쪼록 밥 한끼 먹자는 소망이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싶다. 점심값이 300원이라는데(?), 홍익대 총장님이 점심 한 번 대접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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