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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밥

화장품, 그렇게 많이 발라야겠어요?

by 밥이야기 2010.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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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품에 대한 정보를 매장 직원이나 잡지를 통해서만 얻는다면 잠시 멈춰서 화장대를 돌아볼 때다. 투자한 만큼 당신의 피부는 안녕한지 말이다. 싸우고 싶으면 정치나 종교 이야기를 꺼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여자라면 두 가지 옵션이 더 있다. 피부나 체중에 대한 이야기를 화제로 삼는 것이다.


여자들은 빠르면 초등학교, 늦어도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자기 나름대로 피부 관리를 시작하고 이미 이십대가 지날 때면 습관이 굳어져 버린다. 첨단 과학을 등에 업은 성분이 속속 등장하고 날마다 신제품이 쏟아지지만, 개인에게 일어나는 변화는 그다지 크지 않다. 그저 새 것을 사들이거나 브랜드를 바꿀 뿐 다들 무의식적인 습관으로 피부를 매만진다. 만약 누가 대놓고 ‘그 관리방식은 잘못됐다’고 한다면 아마도 강하게 반발할 것이 뻔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방식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날이면 날마다 ‘필수 아이템’에 관해 다룬 화장품 특집기사, 탁월한 효능으로 매진이 우려된다는 홈쇼핑 상품, 특허 성분을 함유했다는 신상품 광고들이 바로 잘못된 확신을 심어주는 원인 제공자들. 이들은 식약청의 경고를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피해가며 여심을 현혹하곤 한다.

 
식약청에 따르면 기능성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 ‘미백’, ‘주름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할 경우 불법에 해당한다. 의학적 효능이나 효과를 언급하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제조사는 광고보다 법망을 피해가기 쉬운 잡지기사를 통해 제품의 효과(가 있다면)를 알리기도 한다. 하지만 백화점과 매체 지면에 존재하는 피부 관리론은 그다지 믿음직하지 못하다. 오늘도 광고에 휘둘리며 주섬주섬 화장품을 사 모으는 사람들이 여전하다. 세상 한편에는 그 모든 게 부질없음을 알려주는 이론과 근거도 많다는 사실을 모른 채로 말이다.

 

피부 미인 두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올해 마흔두 살인 주부 김연진(가명) 씨는 미용에 관한 최신 이론과 제품만을 선호한다. 집에서 스스로 관리할 때 매일 쓰는 제품만 14종류. 메이크업을 제외하고도 아침 6단계, 저녁 8단계에 이른다. 부스터(본격적으로 제품을 바르기 전에 흡수가 잘되도록 피부상태를 정비해주는 아이템), 토너, 아이크림, 미백에센스, 크림, 자외선차단제를 아침에 발라주고 저녁에는 자외선차단제가 빠지는 대신 클렌징 제품 3개가 추가된다. 일주일에 두어 번 쓰는 마스크팩과 각질제거제도 있다. 피부 관리실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들러 피부 탄력에 중점을 두고 관리를 받는다. 시간이 날 때마다 성형외과에서 살짝 받는 간단한 시술도 빼놓을 수 없다. 잡티를 없애준다는 IPL·프락셀 등 레이저 요법과 코끝이나 주름 부위에 놓는 필러주사 등을 받는다. 피부 상태가 나쁘지는 않지만 딱히 극적으로 좋아지지도 않아서 과연 한 달에 수십만 원씩 들어가는 이 방법이 옳은 걸까 고민 중이다. 최근 피부에 윤기가 도는 것 같기는 한데, 이럴 때에도 워낙 많은 제품과 시술을 받다보니 정확히 무엇 때문에 좋아졌는지를 모르겠다.

 

반면 서른다섯 살의 프로그래머 조세정(가명) 씨는 순 비누 성분 100%인 고체비누로만 세안을 하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다. 메이크업도 전혀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세수만 하고’ 나다니는 셈이다. 우연히 읽게 된 일본의 「위험한 화장품」이라는 책이 계기였다. 일본의 한 소비자연맹에서 펴낸 이 책을 읽고 나니 시중의 화장품이 모두 위험투성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가만히 놓아두면 천연 보호막으로 유수분 조절은 물론 자외선으로부터의 회복까지 거뜬히 해내는 피부의 힘을 믿기로 했다. 이 책 말미에 나오는 ‘화장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는 말에는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그러나 다소 자유로운 분위기의 현 직장이 아니면 꽤나 실천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당연히 세정 씨의 욕실에는 달랑 비누 한 장밖에 없다!

 

 
왕도는 없다, 피부 부담을 줄여라!

여러 미용법이 떠돌아다니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피부와 접촉해 본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략 일치했다.

첫째, 화장품에 승부를 걸기보다 피부를 해치는 나쁜 습관을 없앨 것.
둘째, 과도한 스킨케어는 흡수율도 떨어지고 메이크업 상태도 좋지 않게 만든다. 단순하고 핵심을 짚는 제품을 갖추라.
셋째, 영양 불균형 상태에서 피부 관리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화장품을 원망하기 전에 지난 일주일 간의 식단과 생활을 돌아보라.

호주에서 피부학위를 마친 전문가 헬렌 박(헬렌박트레이딩 대표)은 한국 여성들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그야말로 피부에 좋다는 건 다 하고, 젊음을 위해 열심인 여성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돈으로 피부를 사려고 하는 경향이 있달까요? 피부에는 자생력이 있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기본에 충실한 관리만 하면 과도한 제품이 필요 없습니다.”

일부 브랜드들의 세세한 제품 구분에 대해 묻자 “아이크림, 넥크림, 데이크림, 나이트크림 등으로 분류하지만 큰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결국 모두 보습제 역할일 뿐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세안도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피부에 부담을 주기보다 순하고 세정력이 좋은 제품으로 꼼꼼히 닦아내는 것이 좋다고. 로션, 크림, 모이스처라이저 등으로 불리는 보습제도 겹쳐 바르는 것보다 하나만 바르면서 살짝 얼굴 근육을 풀어주는 마사지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자외선차단제로 마무리하는 것을 잊지 않도록.

 

“같은 성분에 같은 역할을 하는 제품들이 이름만 바꾸어 우리 지갑을 비워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부 관리의 원칙이자 비결이라면 건조한 피부에는 보습을, 피부가 피곤해 보일 때는 조금이라도 몸을 쉬어주는 것이지요.”

글: 윤나래(살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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