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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차범근이 다시 쓴, 박지성에게 보내는 글 읽어보니

by 밥이야기 2011.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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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성과 차범근



설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귀향길, 넉넉한 마음으로 사람 사는 정이 오가길 바랍니다. 박지성 선수가 국가대표 선수 은퇴를 하자 그를 아끼는 팬들이 아쉬워했습니다. 한국 축구계의 대들보 역할을 해 온 차범근씨도 자신의 공식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박지성에 대해 글을 남겼지요. 그 글은 금방 입소문을 타고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박지성 선수 은퇴 배경에는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준다는 바람도 있지만, 자신의 부상 때문이기도 하지요.


차범근씨는 " ⓒ 지금 막 * 죄송합니다 인터넷의 신속성, 그리고 지워도 남겨지는 흔적에 놀랐습니다. 이 글을 쓰고 바로 몇분후 지웠습니다. 그냥 조용히 있고 싶어서 지웠습니다. 오늘 우연히 내가 지운 이 글을 인터넷에서 읽었습니다. 놀랐습니다. 그래서 다시 올립니다. 어차피 내이름을 치니까 뜨는 글입니다. 이상한 문맥을 몇개 바로잡았습니다."라면 글을 남겼습니다. 




지성이가 은퇴를 합니다. 아니 한다고 합니다.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53년에 태어났습니다. 환갑이 별로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했는지 생각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연평도에서 우리 해병 두명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정말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얘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분단의 아픔을 물려주어서 미안하다고.... 그런데, 지성이가 은퇴를 한다고 하는 상황은 당연히 해야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나자신의 무능과 무책임함이 그 배경에 있기 때문에 어렴풋이 느끼는 미안함이 아니라 가슴속에 뭔가가 콕 박혀들어오는 아픔으로 다가왔습니다. 무릎에 물이 많이 차는 모양입니다. 무릎을 너무 많이 쓴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것도 무리하게 어려서 부터. 분데스리가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나는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자주 얘기했습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유럽의 프로선수들 처럼 무라히게 훈련하면 안되는 문제점을. 초등학교 선수가 기초공부 조차도 하지않고 축구만 하는 나라. 10세도 안되는 선수들도 하루에 세번씩 프로선수들 처럼 훈련을 하는 현실. 정말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걱정스러웠습니다. 내가 그럴만한 힘을 가지지도 못했지만, 나는 이런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바꾸려고 나서지 조차도 않았습니다. 그저 어린이 축구교실을 만들어 즐겁게 축구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게 겨우 내가 한 일이었습니다.


그 동안 합숙을 하던 어린 선수들이 불에 타서 세상을 떠나고 지도자에게 맞아서 세상을 떠난적도 있습니다. 우리아이들이 경험하고있는 축구는 너무 거칠고 비인간적인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축구계 비리는 어린 선수들이 배우는 세상 역시 건강하지 못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공개적으로 글을 써서 몇마듸 하는게 고작이었습니다. 당연히 바꾸어 져야하고 너무 오래된 악습이기때문에 강력한 방법이 없이는 변화를 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나는 내가 그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욕먹고 싸우고 오해받고 ..... 내가 입어야 하는 이런 상처들을 '꼭 해야할 일' ,'한국축구에 꼭 필요한 변화'와 바꿀만큼 나는 용기가 없었습니다.


지난핸가, 지성이가 어딘가에서 스피치를 하면서 우리나라 처럼 맞으면서 축구를 하는 나라는 없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을 터인데 유독 그 얘기를 햇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그들의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기를 강요당하면서 축구를 합니다. 그 결과 , 오늘, 우리가 그토록 아끼고 자랑스러워 하던 최고의 선수를 겨우 30살에 국가대표에서 은퇴시키는 안타까움 앞에서 멍하게 바라만 보고 있는 것입니다. 히딩크감독때,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한 결과, 대표팀에서 무릎 발목.....상태가 온전한 선수는 두리뿐이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팀닥터가 내게 직접 한 말입니다. 두리는 초등학교 축구부 과정이 없이 중학교에 가서야 한국식 축구를 했던 선수였습니다. 내가 축구를 오래 할수 있었던 것 역시 몸관리를 철저하게 했던 이유도 있지만 중학교 3학년이 되서야 축구를 정식으로 시작한 것도 그 이유가 될수도 있을겁니다. 혹사당하지 않고 유소년기를 보낼수 있었던.... 그동안 내가 한국축구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스스로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지성이의 은퇴는 나에게 묻습니다.


"한국축구를 아끼고 사랑한다고?

그래서?

후배들에게 해준게 뭔데?"

나의 용기없음이 비겁함이 부끄럽습니다.

*출처: 차범근 공식 SNS






한국 축구 대단하지요. 예전에는 참 욕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척박한 축구 여건에서 이만큼 한국 축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사람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습니다. 축구 강국이라고 불리는 남미와 유럽, 가까운 일본만 해도 축구 꿈나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있지요. 그래서 흔히들 예전에는 외국은 풀밭 그라운드에서, 한국은 먼지 풀풀 날리는 맨 땅바닥에서라는 비유를 흔히 했습니다. 동네축구수준. 한국 축구대표 선수가 시합에서 질 때마다 비판을 하지만,사실 속내를 살펴보면 개천에서 용나온 꼴이지요.


차범근씨의 글에 공감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지성 선수 은퇴에 대한 선배로서 스승으로서 미안한 마음 전달이 아니라 성찰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 지식인들의 말과 글을 떠올려봅니다. 누가 읽어보아도 가슴 와 닿는 성찰의 글이 있었나요? 비판을 위한 비판. 거짓말과 변명, 자화자찬에 빠져있습니다. 차범근씨의 글을 읽으면서 각 분야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성찰의 글을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 글을 통해 지혜를 얻을 수 있고, 세상을 바꾸어 보겠다는 안목과 희망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다 잘 된다라는 막연한 희망보다는 구제적인 반성과 돌아봄의 시간이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지요. 박지성 선수 고생많았습니다. 차범근씨 같은 대선배가 있다는 것도 참 고마운 일이지요. 



“ 우선 자신이 잘못 살아온 것에 대해 반성하는
고백의 시대가 되어야 합니다.
넘어진 얘기, 부끄러운 얘기를 하자는 겁니다.
실수하고, 또 욕심 부린 얘기,
그래서 감추고 싶은 애기를 고백하면 가자는 거지요.

  
지금은 삶이 뭐냐,
생명이 뭐냐 하는 것을 헤아려야 하는 시기입니다.
뭘 더 갖고, 꾸며야 되느냐에 몰두하는 시대는

이미 절정을 넘어섰어요.
글 쓰는 사람들이 가급적이면
고백의 글을 많이 써 줬으면 좋겠어요.“(무위당 장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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